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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20 21:26 수정 : 2006.03.20 21:26

<한겨레> 선진대안포럼 1부 대안을 향한 성찰 ⑥ 노동, 개혁대상이 된 진보의 주체


노동운동 위기 원인·해법

속을 털어놓은 노동계 인사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정부·시민운동·언론 등 모든 조건과 환경이 노동운동에 대해 ‘비우호적’ 또는 ‘적대적’이라고 지적하면서도, 결국 끝에는 노동운동 스스로 이 문제를 풀 수밖에 없다고 말을 맺었다. 핵심은 ‘시민과의 소통’이었다.

조돈문 교수가 먼저 매를 들었다. “노동운동은 여론을 설득하기보다는 조합노동자들을 동원하는 데만 치중했다”고 운을 뗐다. 중요한 것은 이 때문에 국민여론이 보수화되는 데 노동운동이 일정한 기여를 했다는 점이다. “노동운동이 국민여론과의 대화를 멀리한 탓에, 지배 이데올로기 아래 놓인 여론은 더욱 보수화됐다.” 그리고 그 여론은 다시 노동운동을 향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노동운동이 대국민 설득을 외면한 결과, 정당한 비판을 경청할 기회를 놓쳤고 스스로를 진단·치유할 수 있는 자정기능까지 잃었다”고 비판했다.

김태현 정책실장은 노동운동 내부에서 건강한 문제의식을 왜곡시키는 구조를 다시 한번 짚었다. “노동운동이 사회복지나 사회양극화 문제 등을 제시하면서 사회개혁을 설파해왔지만, 번번이 정파논리에 의해 외면당했다.” 김 실장은 그 결과 “미래 전망을 만드는 고민을 하는 게 아니라 (조합원들에게) 욕을 먹지 않기 위해, 보여주기 위해 투쟁하는 분위기까지 생겼다”고 짚었다. 그는 “‘저항의 틀’을 바꾸는 일은 한번으로 되지 않는다”면서도 “민주노총의 새 집행부를 포함해 혁신에 대한 공감대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노동운동이 다시 시민들의 곁으로 다가갈 길은 어디에 있을까. 김성희 소장은 ‘사회성 영역’에 주목하자고 제안했다. 이 대목에 관한한 노동운동이 대기업과 경쟁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금 대기업들이 막대한 이윤의 극히 일부를 떼어 사회공헌기금으로 내면서 엄청난 이미지 효과와 사회적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사회적 영역을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가 중요하다. 노동운동이 여기에 착목해 전망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대해 김윤철 실장이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는 “공장 밖으로 외출하자”고 말했다. “노동자의 계급대표성을 강조하는 것은 다수 약자들의 고통을 우선해야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단순히 노조원을 앞세워 의사를 결정하고 이들의 몫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노동운동 내부의 다수가 아니라 노동운동 바깥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고 있는 다수의 보통사람들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김 실장은 “공장으로 상징되는 노동현장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노동만의 노동운동에서 벗어나 한국형 복지사회 건설이라는 사회적 의제를 제시하면서 다수의 보통사람에게 정당성을 동의받는 설득의 논리를 갖추자”고 강조했다. 그는 “재벌 대기업 노조원들의 연봉 가운데 일정 비율을 비정규직 노동자나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연대기금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적극 실천해야 한다”는 제안도 덧붙였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사진 이정용 기자

토론자 주요 발언

노동운동의 자기진단

조돈문=“민주노조운동의 추락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난제들이 앞에 놓여있지만 한국노동운동은 이 도전을 이겨낼 준비가 돼있지 않다.”

이용범=“그동안 노동운동 내부의 리더십 부재를 은폐하기 위해 반대와 저지 중심의 무책임한 투쟁을 전개하는 것부터 고쳐야 한다.”

김태현=“바깥의 상황변화에 주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태세가 최근에 완전히 무너졌다.”

노동계 내부의 정파질서

김태현=“정파대결이 내부의 권력투쟁으로 변질되면서 검증할 수 없는 이데올로기 전쟁과 비슷하게 됐다.”

조돈문=“정파조직은 민주노총 안에서 거대한 정당 역할을 하고 있다. 정파조직간 대립갈등은 노동운동이 파벌투쟁과 폭력·부패로 형상화되도록 했다.”

김윤철=“정파더러 착해지라고 할 게 아니라 힘을 모을 수 있도록 지도부가 분명한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정파 갈등은 리더십의 위기와 관련이 있다.”

사회적 타협의 현실가능성

김성희=“노동운동에서 꾸준히 제기했던 문제들이 제도권으로 가는 순간 곧바로 변질됐다. 들어가서 얻는 것은 얼마 없는데, 너무 많은 것을 내줘야 한다.”

김태현=“대중투쟁과 함께 제도적 교섭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보면, 지금은 사회적 대타협이 가능한 구조가 아니다.”

조돈문=“노동운동의 변화만을 요구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교섭 의제 자체가 노동계에게 불리하게 제한돼 있다. 교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지극히 제한돼 있다.”

노동운동의 비정규직 대표

김윤철=“비정규직 문제가 노동계만의 의제로 여겨지고 있다. 한국형 복지사회 건설이라는 큰 관점에서 함께 제기해야 한다.”

김태현=“대공장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이 중소사업장 비정규직으로 확대되지 않고 있다. 노동운동이 더이상 대표성을 주장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김성희=“대공장 노동운동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시야를 확보하지 않으면 노동운동은 도약할 수 없다.”

사회적 소통과 설득

조돈문=“설득의 논리를 포기하고 국민여론과의 대화를 멀리 하면서, 국민여론의 정당한 비판을 경청할 기회조차 잃게 됐다.”

김윤철=“공장 밖으로의 외출이 필요하다. 노동현장에만 국한하지 말고, 노동만의 의제를 넘어, 사회적 의제를 해결하는 실천을 해야 한다.”

김성희=“대기업들은 수익의 극히 일부를 사회공헌기금으로 내면서 엄청난 효과를 내고 있다. 그동안 비어 있었던 사회적 영역을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에 착목해 노동운동이 전망을 마련해야 한다.”

시민운동

이용범=“시민사회단체조차 설득하고 함께 하지 못한다면 노동운동이 무엇을 할 수 있나.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의 차이를 문제삼는다면, 노동운동과 일반 국민의 차이는 훨씬 크다.”

김성희=“노동운동을 집단이기주의와 똑같다고 평가하거나 노동운동을 저평가·매도하는 흐름이 시민운동 밑바닥에 상당히 흐르고 있다.”

조돈문=“민주노조운동은 사회적 공공성 투쟁을 계속했지만 시민운동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시민운동은 무얼 했나. 노동운동이 아니라 시민운동이 먼저 거리두기를 한 셈이다.”

◇ 지금까지 <한겨레> 선진대안포럼에 참여해주신 분들 (가나다순)

강신욱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양극화연구팀장, 강원택 숭실대 교수, 고병권 수유+너머 공동대표, 김명인 인하대 교수·실행위원, 김상조 한성대 교수,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실행위원, 김윤철 진보정치연구소 연구기획실장, 김진방 인하대 교수,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실장, 김호기 연세대 교수·실행위원, 박명림 연세대 교수·실행위원,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박태균 서울대 교수·실행위원, 손호철 서강대 교수, 신광영 중앙대 교수, 신정완 성공회대 교수, 양현아 서울대 교수·실행위원, 이병천 강원대 교수, 이상수 노동부 장관, 이수영 경총 회장,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이용범 한국노총 기획조정본부장, 이일영 한신대 교수·실행위원, 이정우 경북대 교수, 임지봉 서강대 교수·실행위원, 장상환 경상대 교수, 정승일 국민대 겸임교수,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 조영철국회 산업예산분석팀장,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 조형제울산대 교수, 조현연성공회대 교수·실행위원, 조희연성공회대 교수·실행위원, 황인성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 홍성태상지대 교수·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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