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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01 19:55 수정 : 2006.05.18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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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진보개혁 진영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87년 6월 민주항쟁을 통해 시민권을 회복한 진보진영은 개혁 의제 선점과 도덕성의 우위에 기반해 우리 사회 민주화를 이끌어 왔다. 하지만 진보 진영은 최근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는 듯하다. 진보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진보 세력의 정치적 구심체인 민주노동당 역시 성장통을 겪고 있다. 더불어 개혁 세력의 정치적 대변자인 열린우리당 좌파 또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진보개혁 진영의 모습은 진보 담론의 현 주소와도 긴밀히 연관돼 있다. 그동안 진보 담론은 자본주의 비판을 핵으로 하여 사회민주주의, 급진다원주의, 지구민주주의 등으로 외연을 확장함으로써 진화를 거듭해 왔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충격이 너무 거셌던 탓일까. 시장만능주의에 ‘맞불’을 질러 온 진보 담론과 진보 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예전같지 않다.

이번에 <한겨레>가 진보적 지식인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우리 진보 진영의 선 자리와 갈 길을 잘 보여준다. 무엇보다 진보 진영의 자기 진단이 눈에 띤다. 진보적 지식인들이 첫 손가락으로 꼽은 진보 진영의 가장 취약한 의제는 성장 동력 확충이었으며, 양극화 해소·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뒤를 잇고 있다. 사회경제적 대안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일 터다.

노동운동에 대한 진보진영의 진단도 주목을 요한다. 대기업 노조 중심의 운동 방식을 위시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갈등, 정파간 갈등, 사회개혁의식 실종 등이 주요 문제들로 지적됐다. 세계화 시대에 노동의 미래는 극히 불투명하다. 하지만 노동은 여전히 자본을 제어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거점이라는 점에 진보 진영의 고뇌가 담겨 있다.

최근 논란이 되는 북한 인권의 경우 대다수 진보적 지식인들은 조심스럽게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포용정책을 강화하면서도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제3의 대안을 지지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화가 강화된다고 해서 인간다운 삶을 배제하는 성장주의 모델이 진보의 미래가 될 수는 없다. 진보적 지식인들이 선호하는 국가 모델은 북구형 또는 라인(Rhein)형 사회민주주의다. 이런 지향에는 인간다운 연대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결합하려는 진보 진영의 소망이 반영돼 있다. 문제는 이 모델들이 현재의 세계화 시대에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를 우리 사회에 이식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진보 진영에게 요구되는 것은 성장의 대안을 모색하되 삶의 질을 높이는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이다. 이를 위해 진보 진영은 다양한 이슈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대안들을 발굴하고 이를 적극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분별 없는 열정, 열정 없는 분별을 넘어서 분별과 열정을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시키는 지혜와 용기가 요청된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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