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1.02 19:13 수정 : 2006.01.17 15:47

한겨레 선진대안포럼 ‘더 나은 대안 더 좋은 사회’

선진대안포럼 대토론회- 1부 대안을 향한 성찰
노무현 시대의 그늘

2006년 내내 진행될 <한겨레> 선진대안포럼의 첫 자리는 신년특집 대토론회였다. 지난해 12월23일 한겨레신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는 오후 1시30분부터 시작해 장장 7시간 동안 진행됐다. 1부에선 ‘대안을 향한 성찰’ 2부에선 ‘선진을 향한 대안’을 큰 주제로 잡았다. 진보개혁진영의 현 주소를 짚고, 미래를 향한 구체적 대안을 고민해 보았다.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선진대안포럼의 각종 학술대회 및 초청토론회의 기본적 문제의식을 다지는 자리이기도 했다.

전체 11명 실행위원 가운데 김명인(인하대), 김유선(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 김호기(연세대), 박명림(연세대), 양현아(서울대), 임지봉(건국대), 조현연(성공회대), 조희연(성공회대), 홍성태(상지대) 교수 등 9명이 참석했고, 해외에 머물고 있는 박태균(서울대), 이일영(한신대) 교수는 따로 발표문을 보내왔다. 포럼 실행위원은 아니지만 고병권(수유+너머 대표), 신정완(성공회대) 교수도 함께 참석해 인문학과 경제학 분야의 고민을 보탰다. 이 시대 진보개혁진영을 대표할만한 소장학자들의 열띤 토론 내용을 이틀에 걸쳐 나눠 싣는다.

김명인=노무현 정부는 87년 이후 민주개혁의 성과이면서 동시에 그 말단에 위치하고 있다. 또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된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훨씬 심화하는 단계에 놓여 있기도 하다. 이 두 가지가 노무현 정부의 좌표를 말해주고 있다. 즉 민주개혁은 보수화·상투화하고, 신자유주의 개악은 고도화하는 상황의 한 가운데에 노무현 정부가 있다.

임지봉 교수 “사법권 독립 긍정적 친재벌화 개혁 장애”

임지봉 건국대 법학
임지봉=노무현 정권이 정치적 민주화를 진전시킨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법원과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이뤘고 당정분리를 천명해 입법부를 과도하게 장악하는 것에도 선을 그었다. 이를 통해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가 독자적으로 작동하고 견제와 균형을 통한 권력분립의 원리가 실제로 숨을 쉬기 시작했다. 헌법 교과서 속에서 잠자던 여러 민주적 견제장치를 실제로 작동할 수 있게 함으로써 정치적 성숙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를 수용해 친재벌화, 친기득권집단화, 보수화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정권의 성향이 진보적 사회개혁에 오히려 장애가 되고 있다.

박명림=노무현 정부의 과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정치적 민주화를 넘어 일반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이나 행복지수를 높여주고, 좋은 사회를 만들어 사회적 민주화를 진전시키는 것이다. 두번째 과제는 박정희 시대 이후의 새로운 발전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다. 박정희식 발전국가 모델이 위기에 직면하면서 외환위기가 왔고, 노무현 정부는 민주화 이후 새로운 발전모델을 보여줘야 했다. 그러나 심각한 양극화, 고용 없는 성장, 기록적인 자살률과 저출산율 등은 민주화 이후 사회발전모델 구축이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홍성태 교수 “노태우 정권 증보판 대중적 기대 배반해”

홍성태 상지대 사회학
홍성태=노무현 정권은 민주주의를 전면에 내걸었으나 실제로는 박정희, 노태우 정권과 비슷한 후진적 상황에 머물러 있다. 노무현 정권의 실체는 ‘토건국가의 확대’라는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노무현은 노태우의 확대 증보판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정권이 균형발전을 내걸고 전국에서 벌이고자 하는 대규모 개발계획은 이런 우려를 사실로 확인해 준다. 노 대통령을 떠받쳤던 대중민주주의의 힘이 기대 배반 현상에 직면했다. 이것은 30년 독재의 지배구조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동시에 이를 혁파하겠다고 자임한 개혁세력의 허약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신정완=노무현 정권의 최대 기여는 집권에 성공했다는 점이고 최대 문제는 임기가 너무 길다는 것이다.(웃음) 긴 임기가 문제인 것은 현 정부의 이념적, 정책적 콘텐츠가 약하고 집권기간 동안 무엇을 할지 불분명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물론 콘텐츠를 놓고 보면 개혁세력과 보수세력 모두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기득권 세력에게 ‘나는 지난 여름 네가 지은 죄를 알고 있다’고 하고, 한나라당은 현 정부에 대해 ‘나는 너희가 지금 하는 닭짓(?)을 매일 보고 있다’는 식으로 서로 상대의 실패를 꺼내는 전략으로 생존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현 정부의 정책적 콘텐츠가 약하다는 문제와 관련해 어느 정도 이해해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물결이라는 조건 속에서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김호기 교수 “‘세계화’로 궁지 몰려 역사적 대타협 필요”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김호기=세계화와 개혁 정부 사이에는 주목할 만한 독특한 관계가 있다. 세계화는 사회적 불평등을 강화하기 때문에 정치 영역에선 진보 진영의 지지기반을 강화시킨다. 세계화가 진행되면 국민이 개혁세력에 표를 던지는 경향이 강화된다. 하지만 개혁세력이 정권을 잡은 이후 신자유주의에 맞설 뾰족한 정책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런 이유로 개혁세력은 집권과 동시에 헤게모니의 위기를 맞게 된다. 노무현 정부의 어려움도 이와 유사하다.

중도 개혁정부가 지속가능 하려면 역사적 타협이 필요하다. 세계화 시대에는 노동과 자본, 생태주의와 발전주의, 민족주의와 세계주의 사이에서 새로운 수준의 사회적·역사적 타협이 요구되며, 그 조정자는 여전히 국가라 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는 이런 조정자로서 노력을 충실히 이행했다고 보기 어렵다.

조현연 교수 “세계화로 변명 안돼 민주개혁 자살한 것”

조현연 성공회대 정치학
조현연=노무현 정부의 정치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가 초래한 딜레마라는 것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좋은 시민이 좋은 정치를 만들기보다는 좋은 정치가 좋은 시민을 만든다. 노무현 정부는 나쁜 정치의 전형이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적 열망은 2002년 대선, 탄핵 사태, 17대 총선 등을 통해 분출됐다. 그러나 결국 현 정부에 대한 기대와 실망이 증폭되고 있으며, 분노의 폭발이 아니라 자포자기와 좌절로 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연정이다. 정치가 이전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는데 현실은 ‘탈정치’를 넘어 ‘반정치’로 가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고 ‘신자유주의 시대라 어쩔 수 없었다’고 이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 민주개혁은 타살된 것이 아니라 자살이었으며 이에 따라 개혁 피로증이 가중되고 있다.

조희연=노무현 개인이 아니라 전후세대, 386 세대를 상징하는 리더십의 한계가 있다. 노무현 정부 리더십은 사회경제적 개혁으로 전환되지 못한 정치적 개혁주의 리더십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실현된 것이 모두 정치의제다. 성장위주의 경제정책 탓에 대중은 경제적으로 너무 고통스럽다. 여기에 대응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데 여전히 정치적 개혁주의에 머물고 사회경제적으로 전화하지 못했다. 저항의 미덕과 구별되는 통치의 미덕을 갖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통치가 미성숙한 탓에 기득권 세력들이 오히려 자신의 기득권을 방어하는 묘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일영=노무현 정부가 좌파정부라고 매도되는 것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노무현 정부는 좌파 정책을 쓴 것이 없다. 전통적으로 좌파적이라고 하면 효율보다는 형평, 성장보다는 분배에 치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좌파적 정책분야에서 성과를 낸 것이 없다. 현 정부에서 추진력을 받고 있는 것은 균형발전정책과 혁신체제정책인데, 이것을 굳이 분류한다면 새로운 형태의 성장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가 좌파적으로 보였다면 핵심 인사 몇몇의 스타일 때문에 빚어진 오해일 것이다. 아마 노무현 정부에 ‘순진한 좌파’가 일부 끼어 있었을 텐데, 주류에 들어가 보니 전혀 좌파 정책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 이는 노무현 정부에 들어간 좌파가 수준이 낮았거나 우리 나라 좌파의 수준이 낮았거나 둘 중 하나다. 정리/박종찬 기자 pjc@hani.co.kr


취약한 노동 과도한 실망 자기개혁 통해 자본과 맞서야
1부 대안을 향한 성찰 -노동운동 위기와 기회

김호기= 자본과 노동의 세력균형에서 여전히 노동이 취약하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제시하는 대안이 국민들이 보기에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담론’이 위기에 처했다. 담론의 위기가 ‘세력’의 위기로 전화될 가능성이 있다.

신정완=노동운동이 과도하게 비판되는 측면이 있다. 다른 사회운동보다 더 어려운 조건에 처해 있는 노동운동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가 과도한 실망을 야기한 측면도 있다. 국가와 자본은 개별 기업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에 대해서는 관대하면서도 이를 벗어나는 노동운동은 철저하게 봉쇄했다. 그래서 노동운동의 의제가 협소해졌다. 시민운동과 노동운동이 동시에 병행 발전하면서 경합성이 형성돼, 노동운동의 사회적 위상이 왜소화한 측면이 있다.

김유선 소장 “실리적 조합주의 경도 비정규직 조직화 절실”

김유선 고려대 경제학
김유선= 노동운동의 위기는 노동운동 스스로 외환위기 이후 변화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성공의 역설’이다. 외환위기 전에는 민주노총을 건설하고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고 사회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큰 흐름이 있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이 비정규직 고용을 늘려 인건비를 최소화하면서, 노동운동은 실리적 조합주의로 경도되고 있다. 노동시장이 피폐해지고 노동자들의 이질성이 심화하고 대기업 정규직마저 고용과 생활이 불안정해지면서 ‘큰 흐름’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

조현연=무능한 정부 아래 더욱 난폭해진 자본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라도 노동이 ‘카운터 파트너’로 등장해야 한다. 대기업 노조가 위기의 원인제공자는 아니다. 그러나 대기업 노조부터 마음을 비우고 버리는 게 영향력 확장과 강력한 대항 헤게모니를 만들어낼 실마리다.

홍성태=재벌개혁은 대기업 노동운동 개혁과 직결돼 있다. 현재로선 대기업 노동운동이 노동자계급보다 재벌과 더 가까운 사이인 것 같다. 이익집단운동으로 타락해 버린 노동운동의 힘이 사회개혁 주체로서의 노동운동의 힘보다 강하다. 한국은 고도성장과 민주화를 통해 복지사회와 생태사회를 향한 물질적 기반을 이뤘다. 그런데도 그 실현이 어려운 것은 서구처럼 노동운동이 복지· 생태사회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운동의 자기개혁과 정체성의 변화가 절실하다.

김유선= 노동운동 안팎에서 내부 혁신과 도덕성을 얘기하지만, 다른 나라 경험을 보더라도 내부 혁신에 성공한 경우는 드물다. 대중운동 영역에서 도덕성에 호소하는 것 또한 한계가 분명하다. 한국에서는 산별노조 건설운동을 본격화하고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을 조직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임과 동시에, 사회협약 정치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산업별 노사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70~80년대 종교인과 지식인들이 초기 노동운동의 형성과정에 많은 역할을 한 것처럼, 지금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그런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정리/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선진대안포럼 대토론회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