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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02 19:56 수정 : 2006.05.18 01:42

한겨레 선진대안포럼 ‘더 나은 대안 더 좋은 사회’

취약한 노동 과도한 실망 자기개혁 통해 자본과 맞서야
선진진보 포럼 대토론회- 1부 대안을 향한 성찰

2006년 내내 진행될 <한겨레> 선진대안포럼의 첫 자리는 신년특집 대토론회였다. 지난해 12월23일 한겨레신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는 오후 1시30분부터 시작해 장장 7시간 동안 진행됐다. 1부에선 ‘대안을 향한 성찰’ 2부에선 ‘선진을 향한 대안’을 큰 주제로 잡았다. 진보개혁진영의 현 주소를 짚고, 미래를 향한 구체적 대안을 고민해 보았다.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선진대안포럼의 각종 학술대회 및 초청토론회의 기본적 문제의식을 다지는 자리이기도 했다.

전체 11명 실행위원 가운데 김명인(인하대), 김유선(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 김호기(연세대), 박명림(연세대), 양현아(서울대), 임지봉(건국대), 조현연(성공회대), 조희연(성공회대), 홍성태(상지대) 교수 등 9명이 참석했고, 해외에 머물고 있는 박태균(서울대), 이일영(한신대) 교수는 따로 발표문을 보내왔다. 포럼 실행위원은 아니지만 고병권(수유+너머 대표), 신정완(성공회대) 교수도 함께 참석해 인문학과 경제학 분야의 고민을 보탰다. 이 시대 진보개혁진영을 대표할만한 소장학자들의 열띤 토론 내용을 이틀에 걸쳐 나눠 싣는다.

김유선 고려대 경제학
김유선=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거대 담론이 있으면 더 좋겠지만, 대중의 삶을 한 걸음이라도 더 진전시킬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대안으로서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구체적 대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있는 것조차 제대로 진전시키지 못 한데 있다. 노무현 정부는 할 수 있는 것 마저 안 했다.

금년 한 해 동안 노동운동 안팎에서 많은 사람이 ‘노동운동 위기’를 얘기했다. 김호기 선생과 조희연 선생 모두 맞다. 최근 ‘노동운동 위기’는 과거 시스템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음에도 새로운 시스템은 정착되지 않은데서 비롯된 것이고, 90년대 최대 과제로 추진했던 민주노총 건설과 96-97 총파업 투쟁의 성공에도, 노동운동 스스로 외환위기 이후 변화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 하고, 산업별 노사관계 전환을 힘 있게 추진하지 못 한 데서 비롯된 일종의 ‘성공의 역설’이라 할 수 있다.

노동운동 내부적으로는 산업별로 재편하지 않는 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고, 지난 몇 년 동안 산업별 노조로 재편한 조합원도 50여만 명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정부와 재계가 기업별 노사관계 체제를 고수함에 따라 산업별 교섭이 진전되지 않고, 이에 따라 그나마 산별노조도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늬만 산별’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무늬라도 산별’이어야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을 보호할 수 있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대기업 정규직은 10%도 안 된다. 중소 영세업체 비정규직이 대다수이다. 기업별 노사관계에서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은 헌법으로 보장된 단결권을 누릴 수 없고, 노동운동 역시 대기업 정규직 중심 노동운동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대안은 분명함에도 진전이 더딘 데서 노동운동의 위기는 비롯되고 있는 것이다.

헌법으로 보장된 단결권을 누리고 있는 노동자가 10명 중 1명밖에 안 되는 것은 노동의 무능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지만, 노동인권을 신장할 책무를 다 하지 않은 정부의 무능 또는 무책임에서 비롯된 측면 또한 크다. 노무현 정부는 할 수 있는 것 마저 안 했다. 노동자들의 삶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음에도 묘한 도덕적 우월감에 빠져, 노동계를 동반자가 아닌 개혁의 대상으로 치부해 왔다. 이것이 노정 관계가 꼬이기 시작한 원인이다.

금년 한 해 동안 우리 사회 곳곳에서 부정과 비리 문제가 터져 나왔다. 노동운동마저 대공장 취업비리, 강승규 부위원장 비리 사건이 있었고, 이에 따라 도덕적 책임을 지고 민주노총 지도부가 총사퇴했다. 그러나 더한 부정과 비리를 저지른 이건희 회장과 황우석 교수는 구속조차 되지 않았고,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따라서 한국 사회에서 희망은 여전히 노동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김호기=진보세력은 위기라고 보기 어렵다. 중도적 개혁세력까지 포함하면 87년 이후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개혁세력을 포함하지 않을 경우, 민주노동당 및 연관세력은 사실상 신생 세력이다. 결국 진보세력은 위기가 아니다. 오히려 위기는 세력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담론의 위기다. 과거의 것은 죽어 가는데 새로운 것이 나타나지 않는 담론의 위기다.

담론은 위기인 것에 반해 세력은 그렇지 않다는 말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민주노총의 경우, 노동자계급의 전체 이익을 대표할 수 있도록 오히려 그 영향력이 강화돼야 한다. 자본과 노동의 세력균형에서 여전히 노동이 취약하다. 문제는 민주노총이 제시하는 대안이 국민들이 보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 담론이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바로 이런 담론의 위기가 앞으로 세력의 위기로 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신정완=노동운동이 과도하게 비판되는 측면이 있다. 다른 사회운동보다 노동운동은 더 어려운 조건에 처해 있었다. 노동운동에 대한 과도한 의미부여가 많은 하중을 주었고 또 과도한 실망을 야기한 측면도 있다. 한국 노동운동의 위기는 다양한 차원에서 ‘비동시적인 것의 동시성’의 위기다.

하나는 87년 체제에서 국가와 자본의 노동운동에 대한 봉쇄전략으로 인한 문제가 있고, 97년 체제에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야기한 노동운동에 대한 추가적 봉쇄효과도 있다. 또 근래에 이주노동자 문제, 인구고령화 문제 등 새로운 노동관련 의제의 증폭이라는 문제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적절한 대응의 방식이 문제별로 각기 전혀 달라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큰 흐름에서 보면 비시장적 조정의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산별노조 정착과 노동자정당 강화가 해결을 위한 주된 방향일 것이다.

조현연 성공회대 정치학
조현연=아까 김유선 소장이 지적한 ‘무늬만 산별’이라도 그 정도는 하자는 이야기가 정말 중요하다. 무능한 정부 아래 난폭한 자본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노동이 카운터파트너로 등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중적 영향력과 설득력의 확장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특히 지금은 대기업 노조가 스스로를 버릴 수 있어야 한다. 대기업노조가 원인제공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노조가 마음을 비우고 버리는 게 영향력 확장과 강력한 대항헤게모니의 창출이라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다. 이것 없이 노동의 역량 강화는 정말 어렵다고 본다.

홍성태=재벌개혁은 대기업 노동운동 개혁과 직결돼 있다. 대기업 노동운동은 노동자계급보다 재벌과 더 가까운 사이인 것 같다. 재벌 문제만큼이나 중요한데 그 동안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던 문제도 있다. 바로 공사 문제다. 공사는 우리가 여전히 박정희가 만든 사회체계, 곧 ‘박정희체계’ 아래서 살아간다고 말하는 주요한 근거다. 아직도 공사에 의존하는 경제적 비중이 크고, 이것이 한국경제를 여전히 국가자본주의로 보이게 한다. 나아가 공사는 자기이익을 위해 불필요한 대규모 개발사업을 계속해서 벌인다. 새만금파괴사업도 농업기반공사의 자기이익을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공사 임직원과 노조가 일심동체가 되어 환경파괴경제를 작동하고 있다. 기존 성장경제의 개혁이란 상당한 정도로 노동운동 자체의 자기 개혁을 요구하고 있어 더욱 이루기가 어렵다.

홍성태 상지대 사회학
‘무늬라도 산별이어야 한다’는 김유선 소장의 말씀에 대해 전적으로 찬성한다. 산별이 가져올 수 있는 복지사회 투쟁의 강화 가능성은 절대로 얕봐선 안 된다. 그러나 이와 함께 이익집단화된 거대 노조의 관성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산별을 추진하는 동시에 노동운동의 목표나 노동자 자신의 욕망 자체를 개혁하려는 노력도 강화되어야 한다.

크게 보아서 사민주의적 복지사회를 우리가 추구해야 할 거시구조적 목표로 제시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큰 싸움은 이미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한편에는 종래의 박정희체계를 동력만 바꾼 채로 유지하려는 재벌집단과 이 집단에 편승해서 최대이익을 챙기려는 낡은 노동운동 세력이 거대한 개발·성장연대 세력을 이루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 이 세력에 맞서서 복지사회, 생태사회, 문화사회 등의 목표를 추구하는 여러 세력들이 사회 곳곳으로 흩어져서 다양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유선=노동운동 안팎에서 내부 혁신과 도덕성을 많이 얘기한다. 그러나 다른 나라 경험을 보더라도 내부 혁신에 성공한 경우는 드물다. 대중운동 영역에서 도덕성에 호소하는 것 또한 한계가 분명하다. 영국과 미국 노동운동은 조직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그다지 성공하지 못 했다. 스페인과 이태리 노동운동은 사회협약 정치를 활성화해 노동운동에 유리한 제도를 확보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산별노조 건설운동을 본격화하고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을 조직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임과 동시에, 사회협약 정치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산업별 노사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70~80년대 노동운동이 취약할 때는 종교인과 지식인들이 초기 형성과정에서 많은 역할을 담당했다. 지금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그러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정리/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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