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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03 19:37 수정 : 2006.05.18 01:45

한겨레 선진대안포럼 ‘더 나은 대안 더 좋은 사회’

<선진대안포럼> 대토론회 2부 선진을 향한 대안
무기력에 빠진 진보 지식사회

<한겨레> 선진대안포럼이 마련한 신년특집 대토론회 2부에서는 미래를 향한 구체적 대안 모색의 길을 고민했다. 진보개혁진영 내부를 성찰한 대토론회 1부(<한겨레>2일치 4·5면)에 이어 계속된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진보의 성장 담론’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올 한해 동안 계속될 고민의 중요한 단초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12월23일 한겨레신문사 대회의실에서 ‘성찰과 대안’을 주제로 7시간 동안 열린 특별대토론회 가운데‘ 진보 지식사회에 대한 성찰과 대안’, ‘진보개혁 진영 운동 전략’ 부분을 발췌해 싣는다.

홍성태=서구에서 수입한 추상적 거시담론이 한국처럼 쉽게 유행하고 강한 영향력을 가진 곳이 세상에 없다. 외국의 사변적 거시담론을 수입해서 한국 사회의 문제를 설명하고자 하는 식민지적 학문풍토 속에서 한국 사회에 대한 구체적 연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사회 전체적으로 성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학문의 식민성’이라는 뿌리깊은 병폐를 바로잡는 과제와, 사회적 성찰성을 높이고 이 나라를 성숙시키는 과제는 동전의 양면처럼 맞물려 있다.

조현연=추상화 담론은 지식인의 기본적 역할이며 능력이다. 문제는 더 나은 대안을 만들어내기 위해 대중 및 현장과 소통했느냐다. 지식인들이 이념으로 먹고 산다면, 대중들은 자기 이익으로 먹고 산다. 그리고 대중들은 자신의 역사적 경험에 따라서만 앞으로 나아간다. 따라서 진보적 지식인의 역할은 의미있는 역사적 경험을 만들어내고 이를 널리 선전하는 것이다. 좋은 사례들을 발굴하고 적극 홍보하는 것이 지식사회의 역할이다.

고병권 대표 “현장서 분리된 지식인, 사회운동과 결합해야”

고병권=제일 큰 문제는 진보적 지식사회가 ‘현장’에서 분리돼 있다는 것이다. 80년대에는 많은 지식인들이 현장에 침투했다. 지금은 반대 의미로 대학으로 편입돼 기능적 지식인이 됐다. 지식인들은 자기 삶으로부터도 분리돼 있다. 다른 대상에 대해선 말을 많이 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서 발언하지 않는다. 지식생산도 개인적으로 하고, 지식소비도 학회 등으로 제한돼 있다. 결국 현장성 복원이 답이다. 사회운동과 결합해야 한다. 운동에 대해 말하는 지식인보다 운동하는 지식인이 필요하다. 다수적 권력에 맞선 소수적 지식인들의 공동체 구성을 적극적으로 사고했으면 한다. 연구와 교육의 상상력을 대학 체계에 가둬서는 안 된다.


조희연= 80년대에 존재했던 대학 외부의 학술 운동이 사라져가고 있다. 재야 지식인들이 제도 지식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 내 지식인들은 다시 개인주의화, 보수주의화 하고 있다.

[새해특집 대토론회]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 고민해야

김명인=70~80년대의 대학에서는 당시 대학을 지배하고 있던 보수적·비민주적 학문풍토를 그 내부에서 해체해 나갔다. 대학내 세미나 공동체가 운동가를 배출하면서 운동을 발전시켰다. 그런데 이젠 대학 사회가 폐쇄·정체돼 버렸다. 대학 세미나 공동체 출신들이 대학으로 돌아가긴 했는데, 이들이 과거의 기억과는 무관한 사람이 돼버렸다. 주요 대학 교수가 되기위해 무장해제 당하고 들어가는 것이 지금의 양상이다. 대학 내의 진보적 담론공동체 형성이라는 중요한 전통이 단절돼 버렸다. 진보적 지식인이 다음 세대에게 진보적 가치와 의제를 전달하는 일이 거의 사라져 버렸다.

신정완=이제 대학도 합리성·효율성·수월성을 추구하면서 일반 직장과 큰 차이가 없어져 가고 있다. 한국 지식사회 전체 차원에서 자원의 재분배도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노동의 구체적 현안에 대해서는 현장과 직결된 조직에서 일하는 지식인들이 더 많이 안다. 이와 관련해 대학 교수들은 단지 ‘서론’에 대해서만 말할 뿐이다. 앞으로는 대학 외부에 있는 지식인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 적절한 역할분담일 수 있다. 다만 기업이나 노동조합 등 조직에 묶여있는 지식인들은 중장기 대안을 탐구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대학의 교수들이 이 부분을 메워줄 필요가 있다.

이일영 교수 “진보지식인 전문성 부족 전문인력 네트워크 절실”

이일영=한국 사회의 다른 분야를 보면, 수입대체를 거쳐 수출촉진, 국외투자까지 진전한 부문이 많은데, 고등교육·지식사회 분야는 여전히 일방적 역조 상태다. 진보적 지식인들의 전문성이 낮은 것도 새로운 이념과 정책을 만들어내지 못한 이유가 됐다. 연구기관, 기업, 정부의 전문 인력들을 네트워크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박명림 교수 “의제 설정 능력이 관건 사회와 지식 소통 중요”

박명림=한국 지식사회의 새 동력은 이제 의제 설정 능력에 달려 있다. 진보적 지식인은 인간문제, 사회문제의 개선을 위한 사회적 헌신성을 고민해야 한다. 저항과 비판을 넘어 창조와 건설을 위한 현실적, 구체적 유토피아를 말할 때다. 사회와 지식 사이의 쌍방향 소통이 중요하다. 이를 위한 지식사회의 전문성과 민주성도 필요하다.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인문적·비판적 사유가 차단될 때 국가와 사회의 발전 역시 어려워진다.

박태균 교수 “진보세력 인력풀 바닥 다양한 싱크탱크 필요”

박태균=학문의 보수화, 그리고 학문의 자기만족 시스템이 문제다. 더 이상 사회 소통, 사회 공헌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는 구조가 되어가고 있다. 우선 지식인들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전문성을 갖추면서 우수한 연구와 교육을 쏟아낼 수 있는 자질을 갖춰야 한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전문성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연구자가 되어야만 그 활동이 인정받을 수 있다. 아울러 많은 분야에서 싱크탱크의 조직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진보와 함께 전문성, 현실성, 그리고 대중성이 요구된다. 노무현 정권의 문제 중 하나는 인재 풀이 없었다는 것이며, 이것은 그동안 진보세력이 충분한 인재풀을 제공할 만큼의 힘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희연=그런 점에서는 정책적 지식 생산이 활성화 돼야 한다. 진보가 문제제기형 집단에서 대안적 집단으로 가야 한다. 수입형 지식생산만으로는 우리 사회 지식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한다. 한국적 경험들을 보편화·이론화하면서도, 한국적이며 세계적인, 다른 나라에 없는 것을 창조하는, 창조적 지식생산으로 가야 한다.

김호기=예를 들어, 현재 대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청년실업에 대해 진보진영은 어떤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가. 바로 이 점에서 진보적 지식인들의 전문성 강화가 요구된다. 진보 담론의 강점은 전체 사회의 비판과 성찰이라는 거대 담론에 있다. 하지만 거대 담론은 절반의 담론이기도 하다. 나머지 절반은 구체적인 대안 제시로 채워야 한다. 진보적 대안을 갖고 보수와 생산적으로 경쟁해야 한다. 진보개혁세력의 취약점으로 지적돼 온 외교, 안보, 성장, 기업 등에 대한 실현가능하고 지속가능한 정책들을 개발하고 이를 추진해야 한다. 어쩌면 지금 진보진영에게 필요한 것은 ‘경영학적 마인드’일지도 모른다. 정리/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공공성 무기로 자본과 싸움 나설때
진보개혁 진영 운동 전략은

조희연=민주화 이후 시대, 그리고 신자유주의 시대 진보운동의 특징은 단일 중심적 운동이 아니다. 이제 새로운 연대성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 민주공화국 한국이 ‘자본공화국’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 진보진영은 ‘공공성’ 담론으로 자본과의 싸움을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공공성과 민주주의를 확장해 자본공화국을 민주적으로 규율하는 것이 이 시대 진보운동의 새로운 의제다.

신정완=지금까지 공공성 강화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설득력이 약했다. 공공성 문제를 주로 중간계층이 제기했기 때문이다. 공기업 노동자, 교사, 교수 등이 공공성 강화를 주로 이야기했다. 이들은 (일반 서민들과 달리) 그동안 시장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웠다. 그런데 신자유주의 이후 새롭게 시장의 압력이 강화되자 이에 저항하려고 공공성 담론을 강하게 제기했던 것이다. 이제 공공성에 대한 이야기가 전 사회적으로 설득력을 가지려면 중간계층이 아니라 하위계층의 관점에서 제기해야 한다.

고병권=제도화되지 않는 운동, 나아가 제도화를 넘어서는 운동에 대한 고민이 너무 부족하다. 이른바 진보세력은 대의 영역 혹은 대의제 기구들에 지나치게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소수자 문제 등 다른 주제가 나오면 항상 그들을 어떻게 끌어들일까에 대해서 고민한다. 좋은 대의기구를 가지는 것이 운동의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운동이 자유의 확장이 아니라 발언권 획득의 문제로 제한된다. 대의 테이블에 마련될 자리를 늘리는 문제로 운동을 접근하면 안된다.

김명인=지금 진보주의자들이 현실과 어떻게 관련을 맺고 있는가. 한 쪽에서는 국가영역과 교섭하거나 참여하고 있다. 다른 한 쪽에서는 일종의 탈국가적이고 무정부주의적인 저항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두 가지 사이에서 긴장이 있어야 한다. 국가·사회에 대한 참여전략과 이탈전략 사이에는 대단히 긴밀한 새로운 차원의 통합과 협력이 있어야 한다.

김호기=국민은 진보진영이 너무 투쟁만 강조하는 것이 아닌가 불만이다. 일종의 ‘이중전략’이 필요하다. 한편에서는 운동의 급진성이 중요하다.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며 끊임없이 제도 혁신을 모색해야 한다. 동성애 운동은 적절한 사례다. 이와 동시에 사회운동은 정부와 새로운 상호조정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설령 친정부라는 비판을 받더라도 국가와 시민사회를 연계할 수 있는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21세기가 요구하는 새로운 정치질서이자 참여민주주의 모델이다. 정리/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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