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1.03 19:52 수정 : 2006.05.18 02:00

선진대안포럼이 마련한 2006 신년특집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선진대안포럼> 대토론회 2부 선진을 향한 대안


<한겨레> 선진대안포럼이 마련한 신년특집 대토론회 2부에서는 미래를 향한 구체적 대안 모색의 길을 고민했다. 진보개혁진영 내부를 성찰한 대토론회 1부(<한겨레>2일치 4·5면)에 이어 계속된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진보의 성장 담론’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올 한해 동안 계속될 고민의 중요한 단초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12월23일 한겨레신문사 대회의실에서 ‘성찰과 대안’을 주제로 7시간 동안 열린 특별대토론회 가운데 ‘진보, 이젠 말할 수 있다’ 부분을 발췌해 싣는다.

‘글로벌’에 기죽지 말고 내적 논리로 재구성
노동시장 충분히 유연 ‘안정적 연합’ 묶어내야

양현아 서울대 법학
양현아= 김대중 정권 때부터 노무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가장 걱정스런 부분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맹신적 태도다. 민주를 외치던 정치 지도자들이 ‘신자유주의가 세계적 대세’라고 거침없이 말했다.

그 신자유주의를 한국에 뿌리 내리는 데는 수만가지 길이 있다. 이른바 ‘국제적 스탠다드’를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자기 논리를 갖고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박명림= 진보가 성장을 고민해야 한다. 진보와 성장은 배타적이지 않다. 넓게 보면,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의 많은 ‘수정’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가 60년대 박정희 체제를 거의 벗어나지 못했다. 정보화·세계화가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진행됐는데도, 한 국가의 ‘모델’이 바뀌지 않았다. 이제 진보의 가치를 법치국가 또는 민주국가로 표현하는 것은 진부하다. 유럽연합 등을 보면 ‘사회적 국가’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다. 우리도 경제·젠더·노동 등을 모두 아우르는 사회적 국가라는 용어를 통해 진보를 재구축해보자. 여기서 중요한 것은 노동이다. 노동없는 성장이 있을 수 없다. 노동과 자본의 동반성장이 중요하다.


홍성태= 지금은 전환기다. 고도성장과 민주화라는 거대 구조적 차원에서 이뤄진 역사적 성취가 있다. 이것을 어떻게 안정화하고 확장할 것인지가 가장 큰 과제다. 문제는 이런 성취 위에서 기존의 성장 방식을 고수하려는 세력과 여기에 맞서는 세력 사이에서 진보와 보수의 전선이 크게 변경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경제가 고도성장을 이룬 바탕에 재벌중심 경제, 양극화 문제, 환경파괴 등이 있다. 이 문제를 고쳐나가야 한다. 종래의 박정희식 성장모델을 끌고 가려는 재벌집단, 낡은 노동운동 세력, 거대한 개발·성장연대 세력이 있고, 여기에 맞서는 다양하지만 흩어진 존재들이 이미 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호기= 진보개혁진영 안에 과연 지속 가능하고 실현 가능한 성장 의제와 발전 모델이 존재하는지 물어야 한다. 네덜란드·아일란드·스웨덴 같은 강소국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프랑스·독일·영국과 같은 강중국으로 갈 것인가. 간단치 않다. 인구 4800만명 정도의 한국은 강소국 보다는 강중국에 가까운 편이다. 그런데 세계시장 의존적인 경제발전전략을 추구했던 데서 비롯되는 ‘경로 규정성’이 있다. 핸드폰·반도체·조선 등이 전체 수출 품목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는 이것으로 먹고 산다. 이런 경향을 계속 지탱할 것인가,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해 진보진영이 응답해야 한다.

김유선= 강소국 모델은 삼성이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그 핵심 논지는 대외의존적 경제체제의 경우 몇 개의 재벌이 먹여 살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북유럽처럼 인구가 500만~600만명이 아니고, 5천만명이다. 강소국이 아니라 강중국이 맞다. 여기서 강중국은 수출만 갖고 먹고 살 수 없다. 내수가 함께 굴러가야 한다. 최근 비정규직 확대 등은 내수 부진의 원인이기도 하다. 소비 수요를 만들지 못하고 성장의 잠재적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 노사관계 개혁을 통해 일정 내수기반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성장을 위해서도 상당히 긴요하다.

신정완 교수
신정완= 복지사회라는 목표를 염두에 둘 때, 진보진영도 성장에 대해 말해야 한다. 유럽의 복지국가 형성기와 비교할 때, 한국은 지금보다 더 성장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인구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빠르고, 멀리 보아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또하나는 민주화 담론의 한계다. 지금까지 제도와 정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데, 현재 한국 사회에는 제도·정책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단순히 시장 조건에 의해서만 삶의 질이 결정되는 계급·계층의 규모가 굉장히 크다. 결국 세계화 추세에 기민하게 적응하는 유연성을 발휘하면서 동시에 국민경제의 안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성장은 이런 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홍성태= 여기서 크게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사민주의적 복지사회가 넓은 차원에서 큰 목표로 제시될 수 있다. 박정희식 성장모델에 맞서는 세력의 힘이 사민주의·복지사회라는 공감대를 명시적으로 형성할 수 있다면 좀 더 큰 구조개혁의 힘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성장방식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경제적 과제다.

신정완= 신자유주의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 모두를 ‘유연성 연합’ 또는 ‘안정성 연합’으로 묶어내야 한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유연안정성 확보에 성공한 것이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등 북유럽 모델이다. 우리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균형있게 해결해 낸 나라들이다. 이를 어떻게 한국적 조건에 맞게 적용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세계화 조건 하에서 유연성이 강조된 사민주의 모델, 저강도 사민주의 모델이 한국 사회의 중장기 추구모델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한국의 노동시장은 유연성이 아니라 안정성을 더 강화해야 ‘적정 수준’에 도달할 상황이라는 점이다.

김호기= 결국 역사적 대타협에 기반한 성장촉진형 분배 모델 또는 분배촉진형 성장 모델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재벌개혁, 중소기업혁신, 비정규직 해소 등에 대해 국민 다수를 설득할 수 있는 안을 제시해야 한다. 사민주의 모델도 70년대 초반까지의 구사민주의와 90년대 이후의 신사민주의가 상당히 다르다. 신사민주의는 기업과 투자, 노동과 복지가 핵심이다. 우리 사회가 사회민주주의로 나가야 한다면 현실적인 조건들을 고려해 신사민주의 모델이 실현·지속 가능할 듯하다.

조현연= 모든 전환에는 고통이 수반된다. 현실가능성을 고민해야 되지만 더 나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지식인의 역할이기도 하다. 유토피아의 꿈을 잊지 않는 발칙한 상상이 필요한 시기다. 지속가능성·현실성에 묻힌다면 발칙한 상상을 할 수 없다. 구사민주의, 신사민주의 모두 실현이 너무 힘든 것이 한국사회다. 경로의존성을 따지자면 친재벌 체제가 한국사회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길이다. 그러나 지금이 정말 전환적 위기라면 발칙한 상상의 힘으로 새로운 모델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조희연= 모델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개입이 중요하다. 자본의 가혹성을 언제나 고려해야 한다. 지금 비정규직 법안에서도 논란의 핵심은 해고사유를 구체적으로 제한하지 않으면 실제로는 거의 무제한적인 ‘자본의 가혹한 자유’가 출현할 것이라는 점이다. 성장과 유연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이를 고민해야 한다.

김유선= 성장이 분배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건 분명한 사실이다. 저임금 계층을 양산하는 불평등한 노동시장 구조에서는 부분적인 복지제도로 분배구조를 개선·치유하는 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성장이 분배로 이어지기 위해서라도 재분배정책과 더불어 노동관계, 노사관계가 상당히 진전돼야 한다. 현재 한국 기업들은 70년대 이후 최대의 수익성을 내면서 떼돈을 벌고 있다. 70년대 이후 인건비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런 극단적 상태에 대한 치유가 필요하다. 흔히 영·미 모델을 좋지 않은 것으로 착각하는데, 한국은 영·미 모델보다 더 극악한 경우다. 노동시장의 안정성과 형평성을 찾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신정완= 기본적으로 세계화 시대에 정부가 펼칠 수 있는 적극적 산업정책은 줄어든다. 인적자원의 질을 향상시켜 간접적으로 경쟁력을 향상하고, 분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주된 경로다. 노동시장의 경우, 각 산업특성에 맞는 ‘수위조절’이 필요하다. 생산요소 유연화가 필요한 정보산업에서는 유연한 노동시장을 확보해야 한다. 반면 제조업의 경우엔 노사간 신뢰관계에 기초해 안정적 노동구조를 만들고, 그 교섭구조도 산별 구조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 여기서 여성·고령자의 취업을 높이는 게 사회복지적 차원뿐 아니라 장기적 경제성장을 위해 중요하다. 여성·고령자 취업이 사회학습망, 고용안정망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임지봉= 미래 대안으로 북유럽식 사민주의 모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이미 우리 헌법은 건국 헌법 때부터 이를 모델로 하고 있다. 헌법 119조에서 127조에 이르는 경제관련 조항에서 사회적 민주주의, 사회적 시장경제질서 등을 이미 규정하고 있다. 건국 당시 일부 지식인들의 체화되지 못한 이상적 사민주의 모델이 헌법에 구현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제 진보세력의 사민주의는 한국 실정에 맞게 이를 보다 더 체화시킨 실질적 사민주의 모델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정리/안수찬 기자 ahn@hani.co.kr

다원적 진보 수입해 우리 특수성에 녹여
신연대국가 내와야- 조희연 교수 발제문 요약

조희연 성공회대 사회학
<한겨레> 선진대안포럼 신년특별대토론회 2부 ‘선진을 향한 대안’을 위해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가 발제했다. 아래는 그 요지다.

민주진보세력의 위기는 미래적 비전의 고갈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점차 민주진보세력이 과거를 먹고 사는 집단이 돼가고 있다. 보수세력도 수긍하지 않을 수 없는 진보적 비전을 계발해야 한다. 지금 한국은 민주성과 투명성이 획기적으로 제고됐음에도 불구하고, 계급적으로 더욱 불평등한 사회가 되고 있다. 앞으로는 정치적·계급적으로 서로 다른 미래 프로젝트가 경쟁할 것이다. 이미 상층 계급의 이해관계에 투철한 신보수적 프로젝트가 존재한다.

단일한 진보는 없다. 다원적 진보만이 존재한다. 중도자유주의적 프로젝트와 진보적 프로젝트 등 다양한 전망을 구성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신연대경제’ 또는 ‘신연대사회’를 고민할 수 있다. 신연대 프로젝트는 북유럽 조합주의, 사회적 시장경제, 이해당사자 자본주의 등으로부터 배우면서도 한국의 시민사회투쟁 및 민중투쟁의 정신을 ‘보편화’하는 것이 돼야 할 것이다.

먼저 정치적 개혁주의에서 사회경제적 개혁주의로 전환해야 한다. 여기서 국가의 역할에 대한 관점전환이 요구된다. 친시장국가, 개발국가, 토건국가에서 신연대국가 또는 사회적 국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성장 대 분배의 대결구도에서, 진보는 분배를 대변해왔다. 그러나 새로운 고민 지점들이 출현하고 있다. 토건국가적 신개발주의가 아니라, 신연대경제의 틀 내에서 성장동력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민중운동과 시민운동은 문제제기형 운동으로서 그 ‘르네상스’를 누렸다. 그러나 이제 단순한 문제제기를 넘어, 보다 책임있는 역할 모델과 개입양식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진보의 동력을 내부화하는 진보의 ‘경계’ 재구성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한국이 아시아 민주주의와 인권의 선도국가 또는 동아시아 평화공동체의 선도자가 되는 노력도 중요하다.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선진대안포럼 대토론회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