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자, 동국대 명예교수 학문이 패션 상품일까 또는 신자유주의 시장사회에서 학문도 패션 상품일 수밖에 없을까를 묻고 싶다. 이런 칼럼 제목을 떠올린 것은 재직하던 학과의 후배 교수로부터 사회학과가 통폐합 위기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들으면서다. 국내 몇몇 대학들에서 사회학과가 어떻게 통폐합되면서 위기를 맞는가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파일도 보게 되었다. 일명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대학에서 자행되는 횡포에 대해 생각의 갈피를 못 잡고 심란해하면서 산책에 나섰다가 우연히 어떤 아이들과 마주치면서 우리 교육이 지향하는 가치와 감수성은 어떤 것일까를 묻는 질문이 더해져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왔다. 미세먼지가 잠깐 뜸한 지난 3월 초에서 중반으로 넘어가는 어느 날이었다. 사직동의 가파른 동네를 걷다 보면 한양도성 순성길이라는 표지판을 밟게 되고 생각지 않게 인왕산 입구에 닿는 길목에 이르는데 은은한 향기가 날아왔다. 오랜만에 미세먼지 마스크를 벗어던진 터라 코를 스치는 향기에 취해 돌아보니 그냥 지나치던 어느 집 담 너머 고목에 매화 멍울이 터지고 있었다. 그 앞에 서서 무거운 상념을 날리고 있었는데 맞은편 인왕산 둘레길을 내려오는 열살 남짓해 보이는 초등학교 여자애 두명과 그보다 어린 남자애 한명이 “와 팝콘이다” 소리치며 달려와 내 옆에 섰다. 뒤따라서 엄마들도 왔다. 나도 모르게 “얘들아, 이거 매화꽃이야. 팝콘처럼 보이니?” 웃으면서 말을 걸었다. 아이들도 엄마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 자리를 서둘러 뜨면서 “아 매화였군요. 이 향기…” 이런 말 한마디쯤이 너무 그립고 아쉬웠다.
칼럼 |
[조은 칼럼] 학문이(도) 패션 상품일까 |
사회학자, 동국대 명예교수 학문이 패션 상품일까 또는 신자유주의 시장사회에서 학문도 패션 상품일 수밖에 없을까를 묻고 싶다. 이런 칼럼 제목을 떠올린 것은 재직하던 학과의 후배 교수로부터 사회학과가 통폐합 위기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들으면서다. 국내 몇몇 대학들에서 사회학과가 어떻게 통폐합되면서 위기를 맞는가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파일도 보게 되었다. 일명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대학에서 자행되는 횡포에 대해 생각의 갈피를 못 잡고 심란해하면서 산책에 나섰다가 우연히 어떤 아이들과 마주치면서 우리 교육이 지향하는 가치와 감수성은 어떤 것일까를 묻는 질문이 더해져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왔다. 미세먼지가 잠깐 뜸한 지난 3월 초에서 중반으로 넘어가는 어느 날이었다. 사직동의 가파른 동네를 걷다 보면 한양도성 순성길이라는 표지판을 밟게 되고 생각지 않게 인왕산 입구에 닿는 길목에 이르는데 은은한 향기가 날아왔다. 오랜만에 미세먼지 마스크를 벗어던진 터라 코를 스치는 향기에 취해 돌아보니 그냥 지나치던 어느 집 담 너머 고목에 매화 멍울이 터지고 있었다. 그 앞에 서서 무거운 상념을 날리고 있었는데 맞은편 인왕산 둘레길을 내려오는 열살 남짓해 보이는 초등학교 여자애 두명과 그보다 어린 남자애 한명이 “와 팝콘이다” 소리치며 달려와 내 옆에 섰다. 뒤따라서 엄마들도 왔다. 나도 모르게 “얘들아, 이거 매화꽃이야. 팝콘처럼 보이니?” 웃으면서 말을 걸었다. 아이들도 엄마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 자리를 서둘러 뜨면서 “아 매화였군요. 이 향기…” 이런 말 한마디쯤이 너무 그립고 아쉬웠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