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마문의 노동일기] 무슬림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 / 섹알마문

섹알마문
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

앗살라무 알라이쿰! 3월21일은 1966년 국제연합(유엔) 총회에서 제정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입니다. 이날은 1960년 3월2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샤프빌에서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해 평화 집회를 열었던 시민 69명이 경찰의 발포에 희생된 사건에서 유래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인종차별은 여전히 지구촌과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종교나 피부색, 성적 지향, 국적 등을 이유로 더욱 차별과 혐오가 확대돼 가고 있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입니다. 제가 다른 부분에 대해서 잘 이야기하기는 어렵겠지만, 한국에서 무슬림으로 살아가는 이주민의 입장에서 말하고 싶습니다.

2016년 총선을 떠올려볼까요? 당시 기독자유당에서 ‘이슬람 확산 반대, 동성애 반대’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내걸고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그 현수막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했는지 제가 모두 알 수는 없지만, 그 문구를 보고 기독자유당 관계자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한국인으로 귀화하고 한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무슬림입니다. 저처럼 무슬림으로 살아가는 한국인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약에 우리와 같은 무슬림 한국인들이 한국 사회에서 아웃(OUT)되어야 한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저는 인터넷에서 무슬림에 대해 비판하는 개인들이나 기독자유당의 주장에 일일이 대응할 가치는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말 문제는 바로 한국의 법과 제도, 그리고 정부에 소속된 기관들의 인종차별적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 지면에서 모든 걸 다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한가지 인종차별 사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국 사회에는 많은 무슬림들이 살고 있고, 자신들의 종교활동을 위한 기도방이 각 지역에 있습니다. 그런데 종교적인 신념과 활동을 위해서 만들어진 기도방에 관할 경찰서의 형사들이 아무 근거 없이 거의 상주하다시피 하며 감시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뿐만 아니라 기도방에서 누가 기도를 하고 있는지, 그 기도 내용이 무엇인지도 통역사를 대동해서 형사들이 수시로 체크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헌법 제20조에는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분명히 나와 있습니다. 헌법에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는데 왜 이슬람 신도들만 감시를 하는 걸까요?

나는 다른 종교를 가진 한국 친구들에게 성당이나 절에도 경찰이 수시로 오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 친구들은 하나같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답했습니다. 저는 이런 전근대적 인종차별 행위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종교, 성적 지향 등을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어떠한 차별도 있어서는 안 되고, 그 누구도 차별을 당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맞아 인종차별 없는 한국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