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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6.13 21:27 수정 : 2018.06.13 21:32

섹알마문
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

앗살라무 알라이쿰! 지난번에 제가 투투버스(이주노동자 투쟁투어버스)를 소개를 해드렸습니다. 의정부, 성남, 논산, 대전 등 여러 지역의 사업장, 고용센터, 노동청을 다녔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논산에서 하루 종일 사업장 4곳을 찾아간 것이었습니다.

첫번째 농장 앞에서 항의집회를 하고, 그 농장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을 직접 만났습니다. 이주노동자들에게 월급은 제때 주는지, 기숙사는 마음에 드는지 등을 물어봤지만 제대로 답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주노동자 출신으로 그 노동자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왜 이주노동자들이 당하면서도 말을 제대로 못 하는지 공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10년 전 만났던 이주노동자 한명이 떠올랐습니다. 그 노동자는 자기 공장의 사업주가 가난하다고 말하면서 오히려 퇴직금을 스스로 받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논산에서 만난 또 다른 이주여성노동자도 2년 넘게 임금체불이 발생하였지만, 사업주가 각서까지 쓰고도 월급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는 직접 사업주 집으로 찾아가는 그 순간까지도 사업주와 그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받아야 할 돈임에도 망설였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의 이런 마음을 한국 사회가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 저는 묻고 싶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을 대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태도를 보면 저는 이런 마음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날 이주노동자 7명의 임금이 총 2천만원이 넘게 체불된 농장도 찾아갔습니다. 사업장 앞에서 이주노동자 7명을 대표해 한 노동자가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그 노동자가 발언하는 동안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도 이야기를 듣고 있었습니다. 노동자가 2천만원이 넘게 임금이 체불되었다고 이야기하는 순간, 사업주가 왜 거짓말을 하느냐면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사업주는 7명의 2천만원 임금이 체불되었다고 이야기하지 않고 왜 혼자 2천만원을 못 받은 것처럼 이야기하느냐고 화를 냈습니다.

저는 임금을 2천여만원이나 체불한 사업주가 잘못은 반성하지 않고 말도 안 되는 트집으로 노동자에게 화를 내는 모습이 적반하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와중에 다른 사업주는 딸기를 빨리 출하하러 가야 된다며 집회 중인 사람들 사이로 트럭을 몰고 가려 했습니다.

우리는 그 사업주에게 집회가 곧 끝난다며 기다려 달라고 했지만 사업주는 딸기가 썩어가서 자기 마음도 썩어간다며 고집을 부렸습니다. 2천만원 넘게 임금이 체불된 이주노동자들의 마음은 이미 썩어 문드러졌는데, 만약 이들이 없다면 딸기는 누가 따고 수박은 누가 딸까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힘들면 자기 나라로 돌아가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합니다. 저는 성폭력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의 옷차림이나 소극적인 저항을 두고 책임을 물으면 안 되는 것처럼, 이주노동자 문제도 이주노동자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주노동자의 문제는 사람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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