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마문의 노동일기] 5인 미만 사업장의 현실 / 섹알마문

섹알마문
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

앗살라무 알라이쿰.

이번에는 오늘 상담 전화를 걸어온 방글라데시 노동자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한국에 온 지 6개월 된 이 노동자는 매월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지난달에 받은 월급은 70만원이었습니다. 한달 월급이 70만원이라는 말에 저도 놀라서 왜 그렇게 됐는지 물어봤습니다. 매일 출근을 했지만 하루에 일한 시간은 3시간밖에 안 됐다고 합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의아했던 저는 노동자의 사업주와 직접 통화를 했습니다.

사업주는 본인은 법대로 했다는 말만 계속 되풀이했지만 그의 말은 잘못되었습니다. 저는 일이 없다고 해도 사업주는 노동자에게 월급의 70%는 주어야 하고, 최저임금을 위반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2개월 이상 최저임금과 근로시간을 위반하면 사업장 변경 사유가 된다고 했습니다. 제 말을 들은 사업주는 도리어 저에게 제대로 모르면 노무사에게 물어보라는 말을 했습니다.

저는 법률지원센터의 노무사에게 사실 확인을 했습니다. 그리고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이 노동자는 5인 미만의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장에서 일했는데 근로기준법상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시간당 최저임금만 지키면 된다고 했습니다. 아직도 이런 법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놀랍습니다. 전태일 열사가 노동자의 권리를 외치며 돌아가신 지 48년이 된 지금까지도 이런 법이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존재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든, 그렇지 않든 노동자의 권리는 같아야 합니다. 설령 한명의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장에서 일한다고 해도 노동 삼권이나 근로기준법은 똑같이 적용받아야 합니다.

2004년부터 고용허가제를 통해서 많은 사람이 한국에 이주노동을 오고 있고 이들 중 5인 미만을 고용한 사업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가 많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야간에 일을 해도 야간 수당을 주지 않고 일이 없다고 일을 안 시키면 그만큼을 월급에서 제합니다. 또 부당해고를 당해도 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 접수를 받아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문제는 많은 이주노동자가 자국에서 한국으로 올 때, 사업장의 규모를 잘 알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5인 미만 사업장에 가게 되면 사업주에게 꼼짝도 못 하고 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나는 일한 만큼 월급을 받아야 하지만 근로계약서에 적힌 시간대로 월급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8시간이 적혀 있으면 8시간 일을 시켜야 하는 것이지요. 어떠한 경우에도 근로계약은 준수되어야 하고 사업주가 마음대로 노동자에게 일을 적게 주거나 해서는 안 됩니다. 처음에 어떤 생각으로 5인 미만 사업장의 기준을 마련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지금부터라도 불평등한 제도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제도로 인해 이주노동자든, 한국인 노동자든 더 이상 고통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루빨리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예외 조항이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