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02 11:10
수정 : 2019.07.02 15:17
정치BAR_서영지의 오분대기
여야 3당, 정개특위 위원장 ‘일방 해고’
정의당, 선거제도 개혁 흔들릴까 우려
“민주당, 분명한 선거제 개혁의지 밝혀야”
|
심상정 의원이 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동료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
지난달 28일 교섭단체 3당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교체하는 합의문에 사인하면서 정의당은 ‘일방적인 해고통보’를 당했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반발의 핵심은 단순히 위원장 자리를 하나 놓친 게 아니라 선거제도 개혁이 흔들릴까 우려하는 데 있습니다.
먼저 심상정 위원장이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은 건 지난해 7월10일 교섭단체 4당의 합의문에 따라서입니다. 당시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은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이라는 교섭단체를 구성해 합의에 참여했었습니다. 이 합의에 따라 심 위원장이 지난해부터 선거제도 개혁 주도해 왔습니다. 하지만 고 노회찬 의원이 갑작스럽게 숨진 뒤 교섭단체가 해체되면서 1년여 만에 작성된 합의문에 정의당은 ‘배제’됐습니다.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가 서명한 합의문에는 ‘특위의 위원장은 교섭단체가 맡되 의원 수 순위에 따라 1개씩 맡는다’고 돼 있습니다.
심상정 의원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국회 정상화를 위해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자리에 결코 연연하지 않는다”면서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에 쓴소리를 했습니다. 심 의원은 “민주당은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선거제 개혁을 위해 함께 노력해왔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여야4당과 함께 위원장 교체 합의 이전에 선거제 개혁을 어떻게 완수할 것인지 의지 표명과 사전 협의를 먼저 해야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민주당 진의가 무엇인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했습니다. 사실 정의당 패싱으로 부글부글했던 적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달 24일 두 시간 만에 깨지긴 했지만 교섭단체 3당의 ‘극적 합의문’이 발표됐을 때 윤소하 원내대표는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전화를 받고 소식을 접하고 뉴스를 봤다고 합니다.
|
야3당 대표가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안의 처리를 마무리해야 한다”며 “정개특위 위원장을 민주당이 맡아 특위를 책임 있게 운영하는 것”을 촉구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이정미·바른미래당 손학규·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강창광 기자
|
정의당은 연일 민주당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정미 대표는 2일 <시비에스>(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전체적인 패스트트랙 절차를 놓고 볼 때도 (정개특위 위원장을) 자유한국당에 넘겨주는 건 정치개혁을 포기한다는 선언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의 핵심 공약을 집권 여당이 짓밟는 결과를 낳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당이 위원장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8월 말까지 그것을 심의 처리할 거라고 보지 않기 때문에 그건 물 건너가는 상황이 온다고 보고 그렇게 되면 정의당이 이때까지 쌓아왔던 것이 다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 되고 뭐 중대한 어떤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정의당에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까지 목소리를 보탰습니다. 정개특위 위원장을 한국당에 내줄 경우 그동안 쌓아왔던 여야4당 공조가 흔들릴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합의로 정치개혁 논의의 주도권이 반개혁 세력인 자유한국당에게 넘어간다면 선거제도 개혁은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사라지고 여야4당의 개혁 공조까지 흔들릴 수 있는 위기에 처하고 말 것”이라며 “민주당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정개특위 위원장을 민주당이 맡을 것과 8월 말까지로 연장된 정개특위 활동 기간이 종료되기 전에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마무리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핵심은 한국당의 뜻대로 위원장을 교체한 ‘민주당 진의’가 무엇이냐 하는 데 있습니다. 민주당은 어쨌든 합의문에 따라 정개특위나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선택을 앞두고 선거법 관련해서 각종 ‘받은 글’이 돌고 있습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우리 당 입장만 생각하면, 사개특위를 해야 하지만, 야3당과의 공조를 우려해 정개특위를 해야 하지 않느냐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합니다. 또 실제 자신의 지역구가 없어지는 의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더불어한국당’의 다시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성급한 추측인지 모르겠지만, 당내 분위기가 선거제도 개혁에 우호적이지만 않은 건 분명해 보입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 정치BAR 페이스북 바로가기 www.facebook.com/polibar21 ◎ 정치BAR 바로가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ba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