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의 인간관계의 물리학
⑧선거 결과와 인구비례지도
대부분 언론에서 선거결과를 표시할 때 주로 우리나라 지도 위에 각 정당의 상징색을 입히는 식으로 그림을 그린다. 다른 방식으로 지도를 그리는 것도 가능하다. 바로 인구비례지도라 불리는 방식이다. 각 지역마다 인구가 크게 달라서, 실제의 지도 위에 정보를 표시하면 일종의 착시로 그 결과가 왜곡되어 보이는 것을 보정하는 방법이다.
제7회 지방선거가 지난 13일에 끝났다. 선거 전 모든 여론조사가 집권 여당의 압도적 승리를 확실히 예견해서인지, 이번 선거는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던 것 같다. 모두 17석인 광역자치단체장은 더불어민주당이 14석, 자유한국당이 2석을 가져갔고, 무소속이 한 곳에서 당선되었다. 기초자치단체장 226석은 더불어민주당 151, 자유한국당 53, 민주평화당 5, 그리고 무소속 17석으로 나뉘었고, 바른미래당은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현재의 국회 의석수 분포와는 상당히 다른 결과였다. 여당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가졌던 이전 선거들과는 달리, 이번 선거는 무능력하고 품위 없는 보수 야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을 보여주어, 야당 심판의 성격을 가졌다고 할 수 있겠다.
대부분 언론에서 선거결과를 표시할 때 주로 우리나라 지도 위에 각 정당의 상징색을 입히는 식으로 그림을 그린다. 다른 방식으로 지도를 그리는 것도 가능하다. 바로 인구비례지도(cartogram)라 불리는 방식이다. 각 지역마다 인구가 크게 달라서, 실제의 지도 위에 정보를 표시하면 일종의 착시로 그 결과가 왜곡되어 보이는 것을 보정하는 방법이다. 거의 천만에 육박해 인구수 기준 전체의 20%정도인 서울은 면적으로는 남한 전체의 0.6%에 불과해서, 실제 지도 위에 서울을 더불어민주당의 파란색으로 표시하면 선거 결과가 실제보다 과소평가되어 나타난다. 인구비례지도는 지도상의 면적을 인구에 비례해 그리는 방법이어서 서울의 면적은 남한 전체의 20%정도로 표시되고, 서울·인천·경기를 포함한 수도권 면적은 남한의 절반 정도로 표시된다. 그림 1은 우리 연구실의 이대경, 이송섭 연구원이 실제 지도 위에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그린 그림(왼쪽)과 인구비례 지도 위에 같은 결과를 표시한 그림(가운데), 2014년 치러진 제6회 지방선거 결과를 인구비례지도에 반영한 그림(오른쪽)이다.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을 자신의 광역단체장으로 뽑았는지를 좀 더 직관적으로 볼 수 있다. 자유한국당은 경상북도 지역에서만 광역단체장을 배출해서 전국정당에서 지역정당으로 변화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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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왼쪽과 가운데 그림은 2018년 지방선거의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다. 파란색은 더불어민주당, 빨간색은 자유한국당, 검은색은 무소속이 당선된 지역이다. 오른쪽의 2014년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의 인구비례지도와 비교하면 더불어민주당이 당선자를 배출한 지역이 얼마나 늘었는지 볼 수 있다. 김범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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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방선거 중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도 마찬가지로 그려보았다. 그림 2에서 실제 지도위에 선거 결과를 표시한 왼쪽 그림에서는 상당한 면적의 자유한국당의 빨간색이 보이지만, 같은 결과를 인구비례지도위에 표시한 오른쪽 그림에서는 빨간색의 면적은 아주 작다. 자유한국당이 기초단체장을 배출한 지역은 서초구와 대구, 그리고 경남지역의 일부를 제외하면 주로 인구가 적은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오른쪽 인구비례 지도를 보면 이번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의 참패는 실로 처참할 정도였다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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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2018년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를 실제 지도와 인구비례지도위에 그린 그림. 더불어민주당은 파란색, 자유한국당은 빨간색, 민주평화당은 연두색, 그리고 무소속은 짙은 회색으로 표시했다. 제주도처럼 기초단체장 선거 없이 광역단체장만을 뽑은 곳은 흰색으로 표시했다. 김범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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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이냐 인물이냐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철수 후보(바른미래당)의 득표율은 19.6%인데, 서울에서의 바른미래당 정당 득표율은 11.5%였다. 이 두 수치를 단순 비교하면, 서울에서 안철수 후보의 득표율이 바른미래당 득표율보다 유의미하게 높았으니, 서울에서 안철수 후보는 소속 정당의 지지층을 넘어서 좀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기초단체장을 배출한 각 지역에서 당선인의 득표율과 그 지역의 광역비례의원과 관련된 더불어민주당 정당 득표율을 비교해 보면 어떻게 될까? 그림 2의 인구비례지도 위에 당선인의 득표율이 정당 득표율과 얼마나 달랐는지를 그림 3으로 구현해봤다. 정당 득표율이 기초단체장 당선자의 득표율보다 1%이상 높았던 지역은 파란색, 거꾸로 당선자 득표율이 소속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득표율보다 더 높거나 혹은 둘의 차이가 1% 이내로 작은 곳은 보라색이다.
보라색이 더 많은 이유가 있다. 단체장 투표에서는 내 표가 사표가 될 가능성이 정당 투표보다 더 크다. 단체장은 딱 한 명이 뽑히지만, 비례의원을 뽑기 위한 정당투표에서는 굳이 내가 투표한 정당이 득표율 1위가 아니라도 이 정당의 비례의원이 뽑힐 수 있다. 단체장을 뽑을 때 실질적으로 경합하는 후보는 둘이나 셋뿐이지만, 정당 투표에서는 이보다 더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뜻이다. 즉, 단체장 당선자의 득표율이 양자택일 문제의 정답률이라면, 정당의 득표율은 오지선다형 문제의 정답률에 비유할 수 있다. 보라색 지역이 더 많은 이유는 이처럼 당선자 득표율이 정당 득표율보다 더 높은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두 득표율을 단순 비교하는 것이 큰 의미를 갖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지만, 위에서 설명한 이유로 ‘인물 경쟁력이 정당 경쟁력보다 유의미하게 뒤쳐져’ 파란색으로 표시된 곳이 비교적 적은 상황을 설명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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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더불어민주당 당선자가 나온 기초단체 중에 그 지역의 더불어민주당 정당득표율이 당선자득표율 보다 1% 이상 높은 곳을 파란색으로, 그렇지 않은 곳을 보라색으로 표시했다. 회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당선자의 소속 정당이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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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 중간부터 결과 예측 가능
이번 개표 방송에서 경상남도 광역단체장 투표 결과가 특히 흥미로웠다. 김경수, 김태호, 두 경쟁 후보의 득표율이 시간이 지나면서 엎치락덮치락 하는 것을 손에 땀을 쥐면서 지켜보았다. 방송사에서 정확히 어떻게 당선 유력·확실·확정을 판단해 화면에 보여주는지는 잘 모르지만, 심지어 한 방송사에서는 한동안 “김태호 당선 유력”이라고 방송하기도 했다.
개표가 어느 정도 진행된 후 문득, 최종 득표율이 어떻게 될지를 미리 예측해 볼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떠올랐다. 예를 들어, 한 지역에 개표구가 둘이어서 개표구 A의 전체 투표자 수는 10만명, B의 전체 투표자수는 훨씬 더 많아 100만명이라고 해보자. 인구가 적은 A는 개표가 빨리 진행되어 현재 개표율이 50%(5만표 개표)인데, B는 개표가 오래 걸려 현재 10%(10만표 개표)라고 해보자. 방송이 진행되는 현재 시점에서 화면에는 한 후보가 A에서 20%, 그리고 B에서 50%의 득표를 했다는 정보가 보인다고 하자. 현재 A, B 전체의 득표율은 다음과 같이 계산된다. A 지역의 개표 수는 5만인데 20% 득표니 득표수는 1만, B는 개표 수 10만에 50% 득표니 득표수는 5만이다. 모두 더해 이 후보는 A, B 전체에서 현재까지 6만표를 얻었다. 한편, 현재 개표한 전체 표수는 5만 더하기 10만으로 모두 15만 표니, 방송화면에서 보여주는 이 후보의 전체 득표율은 6만 나누기 15만이어서 40%다.
개표가 점점 더 진행되면 결국 이 후보의 최종 득표율은 얼마가 될까? 지금까지의 각 개표구 득표율인 20%(A)와 50%(B)가 아직 개표를 기다리는 투표용지 모두에도 변함없이 적용된다고 단순히 가정하면, 위의 정보를 모아 100% 개표가 진행되었을 때 최종 득표율이 얼마나 될지를 쉽게 예측해 볼 수 있다. 10만 명 투표자 수에 20%의 득표라면 A의 최종 득표수는 2만이 되고, 100만 투표자로부터 50% 득표라면 B의 최종 득표수는 50만이 된다. 결국 둘을 더해 52만이고 이를 전체 투표수 110만으로 나누면 47%가 최종득표율의 예측값이다. 흥미로운 결과다. 개표가 상당히 진행된 현재 시점 이 후보의 득표율은 40%라고 방송 화면에서 보여주는데, 최종 결과는 확연히 다른 47%로 예측된다는 얘기다. 왜 이처럼 큰 차이가 생겼는지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개표가 더디게 진행되는 인구가 많은 지역과, 개표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 후보의 득표율이 상당히 달랐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선거에서 경상남도가 정확히 그랬다.
개표 방송을 보다가 자정쯤 아직 방송사에선 ‘유력’이든 ‘확실’이든 당선 예측을 하지 않고 있던 때였다. 김경수 후보와 김태호 후보의 엎치락덮치락 득표율이 경상남도 전체에서 각기 49.3%와 46.6%가 되던 시점에서, 위에서 설명한 단순한 방법으로 최종 득표율을 예측해 보았다. 52.2%와 43.8%의 결과를 얻었다. 상당히 큰 차이여서 자정 이후에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없다는 판단을 할 수 있어 최종결과를 보려 밤잠을 설칠 필요 없이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실제 다음날 발표된 최종 득표율은 각각 52.81%와 42.95%로서 내 예측과 1% 이내의 오차를 보여주었다.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어려운 계산이 전혀 아니다. 다음 선거의 개표 방송에서는, 각 개표구의 투표자 수, 방송 시점의 개표율과 득표자 수의 정보를 모두 모아서, 위에서 설명한 초등학생도 따라 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으로 현재 시점에서 짐작해본 최종 예측도 함께 실시간으로 화면에 보여주면 좋겠다. 지금 설명한 방법을 통계학자의 도움으로 좀 더 정교하게 다듬을 수도 있겠다. 사실상 이미 최종 결과가 거의 결정된 상황에서, 수많은 시청자가 손에 땀을 쥐면서 엎치락덮치락 하는 결과에 마음을 졸이지 않도록 말이다. 물론 방송사에서야 시청자들이 계속 마음을 졸이며 방송을 봐주길 바라겠지만.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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