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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1.16 18:11 수정 : 2018.10.05 17:21

아이들이 묻는다
“아빠, 최순실은 어떤 사람이야?”

게이트, 비선 실세, 국정농단, 하야…
어떻게 눈높이에 맞춰 설명할까

유아나 초등학교 저학년이면
개념보다 단순화해서 조근조근

초등 고학년이면
쟁점 따라 찬반 의견 충분히 소개

집회 현장에 함께 손잡고 가
참여와 연대의 체험 생생히 느끼게

민주주의, 헌법, 대통령 관련 책
같이 읽고 생각의 폭 넓힐 수도


문패: 교과서에 안 나오는 ‘광장의 촛불’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3차 범국민행동' 문화제가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려 딸을 목말 태운 한 시민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아빠, 최순실은 어떤 사람이야? 아빠는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초등학교 1학년, 4학년 아이를 키우는 이봉수(43) 교사는 최근 자녀들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 고등학교에서 사회 과목을 가르치고 있고, 좋은교사운동본부 사회쟁점교육위원장이기도 한 그는 아이들의 질문에 선뜻 답할 수 없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비선실세 국정농단’ ‘국가권력 사유화’ 등 복잡한 단면을 품고 있는 사건을 아이들 수준에 맞게 어떻게 풀어서 이야기해줘야 할지 방법이 잘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루 이틀 고민한 뒤에야 그는 아이들에게 설명해줄 수 있었다.

일부 학교 교장들은 금지 지침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등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에는 많은 시민이 자녀와 함께 참여했다. 초·중·고 학생들의 관심도 매우 높은데다, ‘역사적 현장’에 자녀와 함께 나서고 싶어하는 부모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좋은교사운동본부’가 전국의 초·중·고 교사 827명을 대상으로 지난 10월11일부터 11월7일까지 설문지를 이용한 온라인 조사를 한 결과, ‘현재 정치 상황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어떻습니까?’라는 질문에 전체 교사들의 76.3%가 ‘매우 높다’ 또는 ‘높다’고 답했다. ‘최순실 사태와 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교실에서 학생들과 대화하거나 교육의 소재로 삼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전체 교사의 89.6%가 ‘매우 찬성’ 또는 ‘찬성’이라고 답했다. 상황은 이런데 일부 학교에서는 교장 선생님이 교사들에게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정치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고, 일부 부모들은 “너희는 공부나 하라”며 현 상황에 대해 잘 설명해주지 않기도 한다.

유치원, 초등학교, 고등학교에 다니는 세 아이를 키우는 아빠이자 초등학교 교사인 홍인기(46)씨는 아이들이라고 해서 “애들은 몰라도 돼”라며 대화에서 소외시키거나 숨기지 말라고 했다. 오히려 아이들이 민주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부모나 교사가 적극적으로 교육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유아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아직 도덕 개념이나 사회 현상에 대한 세분화된 이해가 어려울 수 있으니 사건을 단순하게 이야기해주면 좋다고 한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대통령이 뭘 잘못해서 저러는 거야?”라고 물으면 “대통령이 하지 말아야 할 나쁜 일을 해서 엄마 아빠가 속상해. 나라에 정해진 법을 대통령이 지켜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 같아. 나랏일은 국회 등에서 서로 의논해 정해지는데, 대통령이 자기랑 친한 사람하고만 의논하고 결정한 것 같아”라는 식으로 답해주는 것이다.

부모가 느끼는 감정 솔직하게

촛불 집회에 아이와 함께 가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민주주의에 있어 참여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것도 좋다. 집회 관련 뉴스를 보며 아이가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이 나왔어?”라고 물으면 “사람들이 너무 속상해서 자신들의 의견을 표현하기 위해 저렇게 촛불을 들고나왔어.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라서 국민이 자신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어. 많은 사람이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서 잘못된 게 고쳐지길 바라고 있는 거지”라고 말해주는 것이다.

부모나 교사가 단순화해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은 그 사건에 대해 부모가 느끼는 감정을 솔직히 들려주면 된다. 홍 교사는 부모나 교사가 자신이 아는 수준에서 진실하게 대화하면 아이들도 ‘아, 우리 아빠가 화가 났구나’라는 뉘앙스를 알게 되고, 그것이 ‘민주 시민 감수성’과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대통령이 잘못했을 때 엄마 아빠가 화를 내고, 다른 사람들과 행진하고 구호를 외치고, 그런 것들이 의미 있고 즐거운 일이구나’라는 경험을 한 아이들은, 자기에게 부당한 일이 생겼을 때나 국가권력이 자신에게 잘못했을 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맞설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라면 쟁점별로 이번 사건에 대한 찬반 의견을 충분히 소개해도 좋다. 이봉수 교사는 “이번 사건은 민주주의의 기본 룰을 훼손한 것이 쟁점”이라며 “대통령의 하야, 탄핵, 2선 후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각각의 경우 예측되는 상황에 대해 얘기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화·그림백과 등 책도

아이와 함께 민주주의와 헌법, 대통령에 관한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다. 정봉남 순천 기적의도서관 관장이 추천하는 어린이책들을 참고해보자. <갈색 아침>(프랑크 파블로프 글, 레오니트 시멜코프 그림/휴먼어린이 펴냄)은 국가권력의 불의를 보고도 침묵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우화로 알려주는 책이다. 갈색이 아닌 개와 고양이는 모두 없애야 한다는 법이 생기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아무도 그 법이 잘못되었다고 말하지 않고 묵묵히 따랐다가 모두가 어떤 불행을 겪는지 말해준다. 정 관장은 “평화로운 일상과 자유, 민주주의는 절로 얻어진 것이 아니며, 불의를 보고도 모른 체하는 집단적인 침묵은 우리 삶에 비극을 초래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따뜻한 그림백과-대통령>(재미난책보 글, 이진모 그림/어린이아현 펴냄)은 대통령은 누가 어떻게 되는지, 누구와 무슨 일을 하며 누구를 위해 일하는 사람인지 등을 알려준다.

<내가 처음 만난 대한민국 헌법>(이향숙 글, 김재홍 그림/을파소 펴냄)이나 최근 나온 <헌법 특공대>(이두형 글, 정용환 그림/현북스 펴냄) 등은 헌법에 대해 재미있게 풀어놓은 책이다.

아이들에게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 나라에 모여 사는 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원칙들을 정한 약속인 헌법에 대해 알려주고, 그 가치에 대해 함께 얘기를 나눠볼 수 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불켜진 청와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규탄하는 집회가 전국적으로 열리고 있는 가운데 12일 오후 6시20분께 서울 광화문 뒤로 청와대 건물이 보인다.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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