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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2.09 19:35 수정 : 2018.12.09 19:48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어떤 비제이(bj)가 패스트푸드 매장 방문을 생중계하면서 ‘상스치콤’을 주문한 적이 있었다. 당연히 점원은 지금 대다수의 여러분처럼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다. 퍽 재밌는 상황이었다. 인싸(인사이더)들이라면 줄임말에 익숙할 텐데, 그래서 비제이는 용기 내서 인싸들의 용어랍시고 ‘상하이 스파이스 치킨 콤보’를 줄여 말했는데,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했다. 아싸(아웃사이더)가 인싸 되는 길은 이렇게 험난하다. 그리고 우습다(사실 상스치콤은 어떤 인싸도 쓰지 않는 말이다).

어김없이 올해도 네트워크 세계에는 각종 유행어가 난무했다. 티엠아이(TMI, 투 머치 인포메이션), 제이엠티(JMT, 굉장히 맛있음을 뜻하는 ‘존맛탱’의 순화어),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짐) 등등. 이런 말들은 문화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 걸까. 그리고 우리는 거기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거두절미하고, 올해 가장 인상적이었던 유행어는 ‘인싸’였다고 본다. 첫째, 포괄성 때문에 그렇다. 가령 철들기 싫은 과장님이 각종 유행어를 배우고 써먹으면서 인싸가 되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처럼(물론 현실은 갑분싸지만), ‘인싸’라는 말은 2010년대 후반에 존재하는 그 모든 유행 현상 자체를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둘째, 역사성이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대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한 말은 ‘아싸’였다. 그런데 인싸라니, 뭔가 상황이 급반전된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어떤 말이 유행한다면 상식적으로 그 말이 가리키는 특정 현상이 유행하기 때문이라고들 볼 것이다. ‘인싸’라는 말은 당연히 오늘날 대중이 인사이더가 되고자 하는 욕망에 휩싸였음을 가리킨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해석들은 비교적 자연스럽다. 과거 ‘아싸’가 유행할 때 대중은 자신이 배제될까 봐 걱정했다, 그런데 이제는 아예 대놓고 인싸가 되기 위한 열망을 드러내고 있다, 아싸의 소외 상태가 내포하는 비판적이고 창조적인 잠재력이 이제부터는 불가능해지는 것이 아닐까 우려스럽다, 등등.

이런 비평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함은 분명하다. 다만, 진실이란 것은 생각 이상으로 까다로울 때가 많다는 점 또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가령 앞에서 말한 ‘상스치콤 주문’이 우스워지는 상황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 그 순간에는 인싸가 되지 못함으로 인한 불안 이상으로 인싸를 조롱하는 맥락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인싸에 대한 동경이 중지되는 것은 물론, 안과 밖을 나누는 그 모든 관행이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인싸’라는 말의 유행은 최소 세가지 이상의 사실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첫째, 사람들이 인사이더가 되기 위한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 둘째, 어지간한 사람들은 인싸에 준하는 문제를 ‘직시’하고 있다. 셋째, 몇몇의 경우엔 인싸가 횡행하는 세태에 대해 ‘풍자’적 태도 또한 내비친다. 유행어가 됐든 다른 무엇이 됐든, 대중적 현상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세가지 고려사항을 반드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

어쨌든, 연말을 맞아 올해도 수많은 유행 현상을 되짚어보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거기서 우리는 어떤 지점까지 파고들면서 우리가 사는 세계를 재현해낼 수 있을까. 물론 현대사회에서 대중의 지적·문화적 역량을 과장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점은 인싸가 되려 발버둥 치는 사람들만큼이나 이에 대해 무신경하게 비난하는 사람들 역시 문제적이긴 마찬가지라는 사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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