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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28 18:12 수정 : 2019.07.29 14:03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얼마 전 어느 마케팅 회사에서 자문을 요청해왔다. 모기업 임원진의 요구로 밀레니얼 세대의 ‘꼰대’ 담론을 조사 중이었는데 졸고를 보고 연락을 해온 것이다. 인터뷰를 끝내고 사담을 나누다 이번엔 내가 물었다. 경영진이 어쩌다 꼰대 담론에 관심을 가진 걸까. “앞으로 직장 문화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고민들이 큰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역시 대기업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심도 들었다. 세대 차이를 생산적으로 확인해보자는 순수한 취지를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다들 밀레니얼, 밀레니얼 하니까 교양 수준에서 그게 뭔지 알고 싶었을 것이고, 미지의 그들로부터 어떻게든 꼰대 소리를 듣지 않으려는 심산도 있었을 것이다.

이유가 어떻든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관심이 크긴 큰 모양이다. <90년생이 온다>는 책도 그렇고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얘네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팽배하다. 꽤 많은 진단들이 내려졌다. 자기주도성, 취향공동체성, 소신주의, 경험적 진정성, 낯설렘(낯선 것에 대한 설렘) 등등. 심지어 밀레니얼 세대마저 오래됐고 이제는 1990년대 중반 이후에 출생한 제트(Z)세대에 주목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물론 우리는 알고 있다. 대개의 세대론이란 게 실제로는 단순한 호기심 충족 내지는 마케팅을 위한 것이란 사실을 말이다.

그런데 이번 세대론에는 약간 다른 점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눈여겨보는 중이다. 새로운 세대에 대한 관심이 시장조사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기업의 인사노무관리 차원에서도 제기된다는 점 때문이다. 즉, 세대 간 문화 차이가 기업 현장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중대한 변수로 등장했다는 이야기이다. <90년생이 온다>는 책의 부제가 경고(?)하는 것처럼 이들의 가치관으로 인해 ‘기업의 흥망성쇠’가 좌우될 수도 있다는, 이제껏 없던 불안심리가 한몫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세대 차이라는 현실과 그에 대한 진단은 늘 있어왔다. 다만 일상적인 생활터와 달리 적어도 일터에서는 그와 같은 문화적 차이를 어떻게든 봉합하는 것이 가능했다. 기업의 공동 목표나 집단주의를 위해 신입의 개성을 억압하고 내부의 커뮤니케이션을 유지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처럼 전(前) 자본주의적 관행으로는 인적 자원 관리가 더 이상 불가능한 시점에 이르고 있다. 언제까지 업무 후 회식을 비공식적 윤활유 삼아 기업이 돌아갈 수 있을까. 밀레니얼 세대들은 정시에 퇴근하려 하고 결국 남은 자리엔 30~40대뿐일 텐데 말이다. 기존 기업 문화의 언어로는 이들과 어떤 대화도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대기업 임원진이 꼰대 담론을 공부하고 있다는 것은 이런 풍경들을 제법 중대한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이유로 퇴사자가 늘고 괴롭힘 등 직장 문화가 사회적 관심이 되며 때때로 과로자살로 볼 수 있는 사건들마저 나타난다. 이런 현상을 두고 ‘얘네들 왜 이렇게 약해?’라고 경시하고 훈육하려는 게 아니라 기업 조직의 체계와 문화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지 점검하려는 움직임은 확실히 새로운 반응이긴 하다.

생각이 여기에 이른다면 우리의 마음도 어느 정도는 다급해져야 할 듯싶다. 젊은 세대가 그들만의 언어와 행위를 통해 드러내는 ‘노동윤리’라는 것이 발빠르게 조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뜻이겠는가. 새로운 세대의 급진적일 수도 있는 요구가 사용자의 언어로 번역되어 (창의적 노동 환경처럼) 필요한 부분만 수용되고 (정상적 노동 조건처럼) 모종의 위험한 요구들은 배제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든 제트세대든 뭐라 불러도 다 좋다. 다만 어쩐지 이번만큼은 흔한 세대론이라고 가볍게 넘길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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