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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9.04 11:59 수정 : 2018.09.20 16:29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 한겨레 · 멜론 · 태림 공동기획 _ 71~80위 공개

한겨레가 음원사이트 멜론, 출판사 태림스코어와 공동기획으로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 선정 작업을 진행했다. 음악평론가, 음악방송 피디, 음악 전문 기자 등 47명이 투표한 결과를 바탕으로 1위부터 100위까지 순위를 매겼다. 한겨레는 8월28일부터 9월28일까지 한 달 동안 순위를 역순으로 공개한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정오에 디지털 기사로 열 장의 앨범을 공개하고, 그 가운데 두 장의 앨범을 꼽아 전문가 리뷰를 소개한다. 전체 앨범을 듣거나 전문가 리뷰를 보려면 맨 마지막에 안내한 멜론 특집 페이지로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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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음악 명반 71~80위

71위 마이 앤트 메리 〈Just Pop〉(2004)
- 아름다운 팝 음악으로 가득 찬 모던록 밴드 앨범

72위 신촌블루스 〈신촌 Blues〉(1988)
- 한국형 블루스의 대중화를 이뤄낸 앨범

73위 검정치마 〈201〉(2008)
- 갑자기 튀어 나온 코스모폴리탄의 신선한 도발

74위 이장희 〈그건 너〉(1973)
- 세시봉의 반항아 이장희의 유쾌한 일탈

75위 서울전자음악단 〈Life Is Strange〉(2집)(2009)
- 하나의 소우주를 펼쳐낸 21세기 한국 록의 걸작

76위 V.A. 〈우리노래전시회〉(1984)
- 80년대 언더그라운드신의 올스타 컴필레이션 앨범

77위 3호선 버터플라이 〈Dreamtalk〉(2012)
- 완숙의 경지에 오른 모던록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의 대표작

78위 부활 〈Remember〉(2집)(1987)
- 이승철의 ‘마지막 콘서트’의 원전 ‘회상 Ⅲ’가 담긴 앨범

79위 이장혁 〈이장혁 Vol.1〉(2004)
- 고독한 내면을 무심한 듯 아름답게 풀어낸 고백

80위 양희은 〈1991〉(1991)
- 양희은과 이병우의 이상적인 어울림

71위 마이 앤트 메리 〈Just Pop〉(2004)

전문가 리뷰 | 마이 앤트 메리는 처음부터 시종일관 같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Just Pop’. 인디 밴드로는 드물게 팝으로 통칭하는 대중적인 음악, 쉽게 잘 들리는 음악에 대한 팀의 열망이 반영된 것이었다. 1995년에 결성된 ‘홍대 1세대’로서 1999년에 데뷔 앨범 〈My Aunt Mary〉를 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밴드의 뜻을 달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럼에도 팀의 초기 활약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앞선 1집과 2001년의 소포모어 앨범 〈Rock N Roll Star〉는 나름대로 준수한 결과물이었으나, 델리 스파이스와 언니네 이발관의 활약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주목이 불가피했다.

이들에게 비로소 합당한 조명을 가져온 건 3집 〈Just Pop〉이었다. 멤버들의 군 복무 후 처음으로 나온 앨범은 그들의 슬로건을 자신 있게 타이틀로 내세울 만큼 명료했다. 총 12곡이 수록된 〈Just Pop〉은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밴드가 그토록 갈망한 ‘그저 팝’ 그 자체였다. 꾸밈을 위한 현란한 장식도, 복잡한 구성도 없었다. 앨범은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고 군더더기 없이 매끈했다. 음반 곳곳에 포진한 캐치한 코러스와 멜로디는 그들이 거듭 강조한 팝의 본질에 닿아 있었다.

〈Just Pop〉의 위력은 보편적 감수성에 기인했다. 앨범에 앞서 싱글로 먼저 공개된 첫 곡 ‘공항 가는 길’이 대표적이다. 마이 앤트 메리의 결성부터 2집까지 함께한 드러머 이제윤이 유학길에 오르며 팀을 나가게 되자 밴드는 이 노래로 그를 배웅했다. 누구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선율과 박자는 앨범을 대표하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석별의 감정을 담담하게 그린 가사는 너른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두 장의 앨범을 거치며 숙련된 솜씨가 빛을 발한 것이다.

앨범의 매력적 팝송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드링크 음료 CF에 삽입되어 인기를 얻었던 ‘골든 글러브’와 연주 트랙인 ‘데드 볼’, 후반부의 ‘럭키 데이’가 브라스 세션을 동원해 경쾌하고 펑키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면, ‘기억의 기억’, ‘파도타기’, ‘4시 20분’은 밴드 특유의 서정성에 초점을 맞췄다. 사운드와 템포의 변주를 통해 감상의 완급을 조절한 ‘소꿉친구’, 스팅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역력한 ‘비가 내려’는 듣는 재미를 높인 감초?트랙이다. 특히 곡 말미에 색소폰 솔로로 호소력을 더한 ‘비가 내려’는 음반의 백미다.

잘 들리는 팝을 향한 팀의 고집은 곧 만족할 만한 성과로 이어졌다. 마침내 뜻을 관철한 이들에게 평단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발매 이듬해 열린 제2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는 〈Just Pop〉에 ‘올해의 음반’과 ‘최우수 모던록’ 상을 수여하며 음반의 완성도를 공인했다. ‘공항 가는 길’, ‘골든 글러브’, ‘럭키 데이’ 등은 그 가치를 알아본 각종 채널에 의해 하나둘 알려지며 차츰 대중의 플레이리스트에 올랐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리퀘스트 되고 있다. 마이 앤트 메리가 평소 추구한 ‘듣기 편한 음악’을 근사하게 구현하고 열띤 호응까지 끌어낸 〈Just Pop〉은 인디신의 지평을 끌어올린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추천곡 ‘공항 가는 길’ | 여유로운 박자에 “또 다른 길을 가야겠지만 슬퍼하지는 않기를” 바라는 애틋한 마음을 담았다. 수준급 연주와 정순용의 깨끗한 음색, 유려한 멜로디는 드라마틱한 장치 없이도 묵직한 울림을 선사했다. 몇 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는 산뜻한 매력. 이런 게 바로 잘 만든 팝송이다.

정민재/음악평론가

80위 양희은 <1991>(1991)

전문가 리뷰 | 이 앨범에는 무서울 정도의 고독이 배어있다. 차가우면서 뜨겁다. 이 역설적인 균형은 당시 마흔 중년에 접어든 양희은의 심경과 같은 것이었을지 모른다. 지나간 모든 것들을 그리워하다 이내 체념하게 되는 나이. 어제 일처럼 뚜렷한 추억 앞에서 끝내 눈물만 떨구고 마는 고약한 기억의 습작. 마흔은 서글픈 나이다.

<1991>에는 데뷔 20주년을 맞은 포크가수 한 명과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유학 중이던 클래식 기타리스트 한 명만 있다. 그 외 모든 건 배제되었다. 베이스도 드럼도, 피아노도 브라스도 없다. 당황스러운 건 그 철저한 부재들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더 큰 풍요다. 이는 가사 때문이다. 수록한 8곡 중 6곡에 숨결을 불어넣은 그 시절 양희은의 사유는 맑고 예리했다. 그것은 사랑한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에 관한 고찰이요 깨달음이었다.

당시 26살이었던 이병우가 깨끗한 우리말로 쓴 ‘가을아침’은 그 넉넉한 한가로움에도 불구하고 중년의 육중한 고독을 담은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의 깊이엔 이르지 못했다. 영화 <겨울나그네>의 민우와 다혜가 떠오르는 ‘그해 겨울’, 떠나간 젊음 곁에 삶을 내려놓는 ‘그리운 친구에게’의 노랫말들 역시 이 앨범의 ‘부재 속 풍요’에 일조했다.

보컬과 기타의 음반인 <1991>은 사실 따로 떼어 놓아도 별개의 작품이 될 만큼 저마다 완성도를 지녔다. 양희은의 보컬만 들어도 좋고 이병우의 기타만 듣고 있어도 좋다. 양희은의 목소리에 담긴 엄숙한 운치, 침묵을 닮은 이병우의 연주는 살아가는 자의 고민, 사랑했던 사람을 향한 그리움, 홀로 있어 깨닫는 외로움, 꾹꾹 눌러담은 슬픔을 담담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풀어낸다.

그래서 장르는 다르지만 이 음반은 조 패스와 엘라 피츠제럴드의 <Easy Living>, <Sophisticated Lady>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다른 연주나 목소리가 끼어들 여지가 없는, 오히려 그것들이 방해만 될 것 같은 두 사람의 완벽한 호흡에선 차라리 법률적 단호함마저 배어나온다. 이는 역시 공간을 주무르는 사운드 디자이너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일이라, 조와 엘라의 작품들에 노만 그란츠라는 이름이 있었다면 이병우, 양희은의 <1991>엔 제랄 벤자민(프로듀서)과 마이클 맥도날드(레코딩 엔지니어)가 있었다.

이들은 ‘저 바람은 어디서?’라는 양희은의 물음에서 간절함이 묻어나게 했다. 또 스페인 클래식 기타리스트 페르난도 소르의 연습곡에 양희은이 가사를 붙인 ‘나무와 아이’엔 세련된 외로움을 더했고, ‘11월 그 저녁에’를 통해선 인생이라는 아득한 숙제를 좀 더 명료하게 다듬어 우리에게 건네주었다. 벤자민과 맥도날드는 <1991>에 냄새를 입혔다. 냄새의 정서는 그리움과 쓸쓸함이고 냄새의 계절은 가을과 겨울이다. 구름 위 신선처럼 클래식 기타를 뜯어나가는 이병우는 최소의 소리를 위해 차려진 그 공간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다. 이병우의 이해는 양희은이라는 쉽지 않은 보컬과의 호흡으로 치달았고 이내 음악을 완전한 고독과 슬픔에 바칠 수 있었다.

이병우는 이 앨범이 듣는 이들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그의 의도는 적중했다. 흐르는 연주와 담담한 노래, 읊조리는 가사는 듣는 이들의 마음 속 상처를 천천히 치유했다. 거기에는 ‘그 상처, 우리가 다 가져가겠다’는 구원의 뉘앙스마저 있다. 다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다는 건 어쩌면 음악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이자 가치일지 모른다. 27년 전 양희은과 이병우의 만남은 그래서 결국 ‘음악의 이유’였다. 기타와 보컬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어울림을 둘은 들려주었다. 뻥 뚫린 가슴을 뻥 뚫린 음악이 메웠다. 무심함이 복잡함을 무너뜨리면서 앨범 <1991>은 태어났다.

추천곡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 단순히 이 곡이 이 앨범의 대표곡이어서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이 곡은 이 앨범이 아닌 양희은의 대표곡이다. ‘아침이슬’과 ‘한계령’ 그리고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가 나는 양희은의 심장과 폐, 간이라고 생각한다. 이별을 관조하며 이별을 슬퍼하는 목소리, 헤어짐에 바치는 차분한 오열(“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는 이 세상도 끝나고”)은 언제 들어도 사람을 잠기도록 만든다. 많은 리메이크가 있었지만 어떤 리메이크도 양희은의 오리지널은 넘어서지 못했다. 아이유가 ‘가을아침’에서 찾을 수 없었던 것은 이 곡을 다시 부른 이들에게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김성대/음악평론가

정리/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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