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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에 있는 장관 서울집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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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철 논설위원의 직격인터뷰│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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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에 있는 장관 서울집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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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57) 국토교통부 장관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로 이어지는 이른바 ‘민주당 정부’에서 잔뼈가 굵은 정치인이다. 25살 때 디제이의 평화민주당 당료로 출발했으니 세번의 민주당 정부에서 청춘을 불사른 셈이다. 평소 ‘소울(soul, 혼)이 있는 정치인’이란 말을 듣는데, 투혼, 전투력이 있다는 얘기다.
새해 들어 문재인 정부 1기가 마감되고 2기로 넘어가는 흐름이 가파르다. 청와대에 이어 내각 개편도 조만간 가시권에 들 전망이다. 김 장관을 만나 1년7개월여 문재인 정부 1기를 결산해봤다. 인터뷰는 4일 서울 용산의 국토부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인터뷰엔 국·실장 7~8명이 배석했는데 김 장관은 “나를 감시하려고 앉아 있는 거다”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김 장관은 최근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는 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인 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민주당 정부에는 비판적인 지형을 각오하고 일을 해야 하는 숙명이 있다”고 했다. 내년 4월 총선을 두고는 “경제에서 체감할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한 기준이 될 텐데, 결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최근의 블랙리스트 논란에 대해선 “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 임기를 대부분 보장하고 있다. 야당에서 문제제기 하기 조금 미안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에 맨 먼저 입각한 네 의원 중 한명이었다. 문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이 있나?
“19대 국회 기획재정위 간사를 할 때 문 대통령이 기재위원을 하면서 2년을 옆자리에서 같이 보냈다. 문 대통령이 장관 임명장 주고 환담하면서 ‘기재위 간사 할 때 우리 당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의원들을 상대로 끌고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때 인연으로 문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에 대표비서실장도 맡게 된 것 같다.”
―문재인 정부가 1기를 마감하고 2기로 넘어가고 있다. 1기를 결산한다면.
“대통령 임기가 5년, 60개월이니 18개월, 20개월이면 초반을 지났다고 볼 수 있다. 이낙연 총리가 첫해는 연애 기간, 두번째부터는 결혼생활과 같다고 했다. 초반이 개혁과 혁신의 기틀을 잡은 기간이라면 중반기로 넘어가면서 결과를 받고 싶은 게 국민 심정인 것 같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국정 운영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에선 경제실정론을 줄기차게 제기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위기라고 보나.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건 사람들이 뭔가 불만이 있다는 것이다. 사는 게 어렵거나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인 만큼 정부 여당으로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치를 하다 보면 가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정책으로 혜택을 받으면 당연히 받는 것으로 생각한다. 최저임금 인상하고 노동시간 단축해서 가구소득이 늘고 빈곤율이 떨어진다는 통계들이 나온다. 임금근로자 가구소득이 몇분기째 계속 늘어난 것은 처음이다. 며칠 전 누가 페북에 암 수술하고서 병원비가 30만, 40만원밖에 안 나왔다고 올렸더라. 문재인케어, 아동수당, 노인연금 등 혜택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고 누구도 평가해주지 않는다.
이런 일은 어떻게 보면 민주당 정부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하겠지만, 문제를 지적만 할 뿐 대안을 모색하고 함께 풀려고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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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에 있는 장관 서울집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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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부의 숙명이라면,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같은 일이 이번 정부에도 되풀이된다는 얘기인가?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 김대중 대통령이 2000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는데 당시 언론들은 경제가 이 지경인데 대통령이 상이나 받으러 다닌다고 한달 동안 난리를 쳤다. 내가 당 부대변인이어서 청와대 박선숙 수석한테 전화해서 대통령이 시상식에 안 가는 게 좋겠다고 했다. 박 수석이 말하기를, 김 대통령이 상을 받으러 못 가면 한국 경제가 진짜 문제 있는 것으로 세계가 생각할 거라고 했다. 지금 보면 그때 경제상황은 괜찮았다. 아이엠에프(IMF) 직후여서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조금씩 나아지던 때였다.
참여정부 때도 5년 내내 경제 파탄, 경제 위기로 언론들이 도배를 했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지형에서 오는 어려움을 각오하고 일을 해야 하는 숙명이 있다.”
지지율 하락, 사는 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
DJ땐 경제 어렵다고 노벨상 시상식 가지 말라 해
총선 쉽지 않아…‘경제 성과’ 내기 최선 다할 것
카풀 갈등, 합의 때까지 천천히 더 기다릴 것
‘공시가격’ 많이 올랐다지만 균형 잡아가는 중
―경제 어려운 것을 야당이나 언론 탓만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결과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 건 정부가 맞는다. 하지만 문제제기 하는 쪽도 정치 슬로건화해서 제기하는 것보다는 대안을 가지고 해야 한다.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게 자영업인데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율은 25%로 세계 최고다. 자영업자 폐업률은 과거부터 높았고 지금은 오히려 줄었다는 통계도 있다. 그 수치 자체가 워낙 높긴 하다. 자영업자 어려운 게 모두 최저임금 때문은 아니라는 거다. 최저임금도 한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임대료 문제도 있고 시대적 흐름도 있다. 사람들이 가게가 아니라 홈쇼핑으로 물건을 산다. 이런 변화와 무관하게 창업하고 폐업하는 게 반복된다. 임대료, 카드수수료 문제가 굉장히 크다. 시장이 온라인으로 재편될 경우 물류 등에서 새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람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얘기는 거의 없고 최저임금 때문이다, 이렇게 가는 건 이데올로기처럼 돼 있는 거다.”
―최근 김태우·신재민씨의 폭로가 정국 쟁점이 되고 있다. 현 정부에서도 민간인 사찰, 블랙리스트, 청와대의 국정농단 같은 게 있다고 야당에선 주장한다.
“김태우라는 분이 만들었다고 하는 문건을 보면 내 이야기도 있다. 이분이 한 일의 상당수가 이른바 ‘지라시’를 정리해서 뒷조사하러 다닌 거 아닌가 싶다. 블랙리스트 얘기를 하는데, 우리 부에 와서 보니 산하기관에 전 정부에서 임명한 분들이 많았다. 대부분 낙하산인데 그만두라고 하면 오히려 시끄럽지 않나. 웬만하면 임기를 다 보장했다. 1년 반 정도 됐는데 거의 임기가 끝났다. 야당에서 이런 문제제기 하기 조금 미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국토부엔 환경부에서 만들었다는 산하기관장 동향 문건 같은 건 없나?
“글쎄요….”
―없다고는 안 한다.
“그렇죠. 어디에 있는지 없는지를 모르니.”(웃음. 곁에 있던 참모들은 그런 문건은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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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에 있는 장관 서울집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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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실정론 등으로 내년 4월 총선에서 여당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있다. 평소 표밭 관리는 하나?
“선거가 쉽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경제 문제에서 체감할 성과를 내는 게 굉장히 중요한 기준이 될 텐데 결코 쉽지 않다. 상황 자체가 어렵다.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렵고 우리나라는 저성장 국면에 들어서서 예전처럼 4~5% 성장하는 시기가 아니다. 산업적으로 여러 분야에서 전환기다. 그래도 열심히 해서 성과를 내야 한다.
지역구 관리는 거의 안 했다. 주말에 교회 가는 거, 당에서 정해진 행사 외에는 지역을 돌아다니지 않았다. 지역에서 나랏일 하라고 보내줬더니 지역구 챙기는구나 하는 얘기 할까봐 그랬다.”
―당으로 복귀 시점은?
“대통령께서 가라 하면 간다.”
―택시업계가 카풀 문제를 놓고 반발하고 있다.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도 지지부진하다. 정부가 뭔가 결단을 해야 하지 않나?
“좀더 기다려야 한다. 이렇게 기다리며 가는 게 오히려 더 빨리 가는 길일 수 있다. 작년에 건설 혁신이란 걸 했는데 2017년 가을부터 노사정 전문가가 모여 회의를 수십차례 했다. 작년 12월에 법안이 통과됐다. 1년 정도 논의하면서 하나씩 맞추니까 국회 가서는 아무도 태클 걸지 않더라. 지금 어중간하게 해서 국회 가면 또 시간이 걸린다. 나는 더 기다릴 거다.”
―3기 신도시 계획을 최근 발표했는데 수도권 비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지역균형 발전 차원에서 지역에 대한 에스오시(SOC) 투자 문제는 정부가 연초에 발표할 것이다. 그게 나오면 지방에서 너무 수도권만 개발한다는 이야기는 안 할 것이다. 수도권 문제인데 방금 그런 논리 때문에 2500만명이 살고 있는 수도권의 교통, 주거 문제가 굉장히 힘든 상황이다. 우리나라 출퇴근 시간이 90분이 넘어서 오이시디(OECD) 국가 중 제일 길다. 수도권 교통 문제를 해결해주는 게 수도권 시민들의 삶의 질을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이다. 그래서 지티엑스(GTX) 등 많은 철도사업에 속도를 낸 것이다.”
―지난해 부동산 문제로 노심초사했는데 부동산은 이제 잡힌 건가?
“전망은 안 한다.(웃음) 지금 이런 상황이 지속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바람일 뿐이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다. 주거안정과 함께 주거복지가 중요하다. 집 없는 사람도 전월세시장 안정되고 불안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논란이 있는 것 같다.
“보수언론에서 공시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고 한다. 고가주택의 경우 시가 반영률이 굉장히 낮은 지역에서 많이 오른 걸로 보이는 것이다. 실제로는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이다. 서민들이 건강보험, 사회보험 등과 연계돼 있어 불이익을 본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문제에 대해선 11월부터 복지부 등 다른 부처와 티에프를 구성해서 논의 중이다. 서민들이 피해 보지 않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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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에 있는 장관 서울집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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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이른바 ‘유리천장’을 깨고 여성들이 사회에 활발히 진출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
“우리 부에 각 국의 실무책임자랄 수 있는 정책계장 20명 중 9명을 여성으로 했다. 그 친구들 불러 밥을 먹었는데 아이 키우는 얘기 하면서 눈물을 쏟더라. 나도 옛날 생각이 나 울었다. 정부에서 보육시스템을 더 전폭적으로 해줘야 여성들이 책임있게 일하고 그게 쌓여서 고위직에도 갈 수 있다.”
―그렇게 여성들만 살피면 남성들이 역차별이라고 하지 않나.
“남성 정책계장들을 불러서 따로 밥을 샀다. 남성이란 이유로 밥 먹어본 거 처음이라더라. 내가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자기들 안 이뻐하고 여자들만 이뻐한다고 생각할까봐. 그런데 만나 보니 그런 의식 자체가 없더라. 이 친구들도 똑같이 아이 키우며 산다. 너무 천진난만하고 밝고 희망차 보였다.”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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