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정의행동 대표 국내에선 큰 반향이 없지만, 최근 국제사회의 큰 관심사는 ‘기후위기’ 문제다. 2015년 세계 각국은 파리 협정을 통해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2도로 제한하는 목표를 잡았다. 또한 이 목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1.5도까지 기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도 합의했다. 이미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평균 기온이 최대 1.2도 정도 올라간 상황에서 지구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마지노선을 잡은 것이다. 1.2도 상승이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날씨는 혼란에 빠졌다. 올해 서유럽은 전례 없는 폭염으로 프랑스 파리 최고 기온이 42.6도까지 올랐다. 알래스카에서는 이상 폭염으로 빙하가 녹아 홍수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제 기상이변 뉴스는 너무 많아 이를 일일이 나열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영국 <가디언>은 기후변화(climate change)라는 용어를 기후 위기(crisis)나 붕괴(breakdown)로 바꾸기로 했다. 과학자들은 최근 상황이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데 언론이 주로 쓰는 기후변화라는 말은 수동적이고 너무 공손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가 처한 상황은 한가하지 않다. 하지만 향후 전망은 더 어둡다. 파리 협정에 따라 각국 정부가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모아봤더니 이 계획을 100% 달성해도 ‘2도 이내 억제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법적 강제조항조차 없는 이 계획이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생각할 때 위기 상황은 파국을 향해 계속 나아가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이 세계 각국 정상들에게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UN Climate Action Summit)를 제안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달 21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이 회의는 이제는 행동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회의다. 그간 정치인들의 사진촬영과 말잔치로 진행됐던 회의로는 지구 생태계를 살릴 수 없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월, 영국 에너지부 장관은 탄소 중립화법에 서명했다. 탄소 중립은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피치 못한 배출에 대해서는 탄소를 흡수하는 상쇄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탄소의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법에 따라 영국은 2035년까지 신차를 모두 전기차로 대체하고,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990년 기준 80%까지 감축할 예정이다. 프랑스 역시 2050년 탄소 배출 제로 내용을 담은 법을 제정했다. 노르웨이(2030년)나 핀란드(2035년)처럼 빠르게 탄소 배출을 줄이는 나라도 있고, 일본처럼 21세기 후반으로 느슨하게 목표를 잡은 나라도 있지만 주요국들은 모두 어떻게 하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의 경우, 얼마 전 민주당 샌더스 후보가 무려 16조3천억달러 규모의 공적 투자를 통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을 100%로 늘리고, 2050년까지 완전한 탈탄소화를 하겠다는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다양한 현안에 묻혀 기후문제가 정치 현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너도나도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을 선언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산업의 일자리는 여전히 내연기관에 맞춰져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탄소 배출 제로’란 단어는 언급조차 않고 있고 더 많은 에너지 사용을 ‘미덕’으로 보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경제와 산업에서 저탄소 전환 문제가 제기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기후문제는 우리나라에선 ‘남의 나라’나 ‘북극에 사는 곰’ 이야기에 불과하다. 더 끔찍한 것은 에너지정책에 대한 합리적인 토론은 없고 몇몇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끝도 없는 가짜뉴스를 해명하기에 급급한 현실이다. 세계 각국 정상들이 지구 생태계를 걱정하고 행동을 논의하는 자리에 우리나라 대통령은 참석 계획조차 없다. 누군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대한민국은 뭘 하나요?’라고 묻는다면 솔직히 답할 말이 없다. ‘그건 다른 나라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 아닌가요?’라는 정치인들의 솔직한(!) 대답도 종종 듣는다. 대한민국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나라가 아닌 걸까?
칼럼 |
[우리가 잘 몰랐던 에너지 이야기] 기후위기에 응답하지 않는 나라 / 이헌석 |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국내에선 큰 반향이 없지만, 최근 국제사회의 큰 관심사는 ‘기후위기’ 문제다. 2015년 세계 각국은 파리 협정을 통해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2도로 제한하는 목표를 잡았다. 또한 이 목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1.5도까지 기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도 합의했다. 이미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평균 기온이 최대 1.2도 정도 올라간 상황에서 지구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마지노선을 잡은 것이다. 1.2도 상승이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날씨는 혼란에 빠졌다. 올해 서유럽은 전례 없는 폭염으로 프랑스 파리 최고 기온이 42.6도까지 올랐다. 알래스카에서는 이상 폭염으로 빙하가 녹아 홍수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제 기상이변 뉴스는 너무 많아 이를 일일이 나열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영국 <가디언>은 기후변화(climate change)라는 용어를 기후 위기(crisis)나 붕괴(breakdown)로 바꾸기로 했다. 과학자들은 최근 상황이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데 언론이 주로 쓰는 기후변화라는 말은 수동적이고 너무 공손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가 처한 상황은 한가하지 않다. 하지만 향후 전망은 더 어둡다. 파리 협정에 따라 각국 정부가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모아봤더니 이 계획을 100% 달성해도 ‘2도 이내 억제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법적 강제조항조차 없는 이 계획이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생각할 때 위기 상황은 파국을 향해 계속 나아가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이 세계 각국 정상들에게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UN Climate Action Summit)를 제안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달 21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이 회의는 이제는 행동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회의다. 그간 정치인들의 사진촬영과 말잔치로 진행됐던 회의로는 지구 생태계를 살릴 수 없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월, 영국 에너지부 장관은 탄소 중립화법에 서명했다. 탄소 중립은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피치 못한 배출에 대해서는 탄소를 흡수하는 상쇄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탄소의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법에 따라 영국은 2035년까지 신차를 모두 전기차로 대체하고,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990년 기준 80%까지 감축할 예정이다. 프랑스 역시 2050년 탄소 배출 제로 내용을 담은 법을 제정했다. 노르웨이(2030년)나 핀란드(2035년)처럼 빠르게 탄소 배출을 줄이는 나라도 있고, 일본처럼 21세기 후반으로 느슨하게 목표를 잡은 나라도 있지만 주요국들은 모두 어떻게 하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의 경우, 얼마 전 민주당 샌더스 후보가 무려 16조3천억달러 규모의 공적 투자를 통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을 100%로 늘리고, 2050년까지 완전한 탈탄소화를 하겠다는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다양한 현안에 묻혀 기후문제가 정치 현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너도나도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을 선언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산업의 일자리는 여전히 내연기관에 맞춰져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탄소 배출 제로’란 단어는 언급조차 않고 있고 더 많은 에너지 사용을 ‘미덕’으로 보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경제와 산업에서 저탄소 전환 문제가 제기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기후문제는 우리나라에선 ‘남의 나라’나 ‘북극에 사는 곰’ 이야기에 불과하다. 더 끔찍한 것은 에너지정책에 대한 합리적인 토론은 없고 몇몇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끝도 없는 가짜뉴스를 해명하기에 급급한 현실이다. 세계 각국 정상들이 지구 생태계를 걱정하고 행동을 논의하는 자리에 우리나라 대통령은 참석 계획조차 없다. 누군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대한민국은 뭘 하나요?’라고 묻는다면 솔직히 답할 말이 없다. ‘그건 다른 나라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 아닌가요?’라는 정치인들의 솔직한(!) 대답도 종종 듣는다. 대한민국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나라가 아닌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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