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7.24 07:42 수정 : 2019.07.25 18:30

[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36)똥파리
감독 양익준(2009년)

각자 어두운 가족사를 지닌 용역 깡패 상훈(양익준)과 여고생 연희(김꽃비)는 묘한 친밀감을 느끼며 마음을 열어간다.
<똥파리>(2009)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와 더불어 2000년대 이후 독립 장편 극영화의 가장 놀라운 성취로 기록된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류승완 감독처럼 연출과 연기를 겸하는 스타성 출중한 감독의 등장이고, 자신의 사적인 체험으로부터 출발한 이야기로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냈으며, 믿기 힘든 제작비를 어렵사리 충당하며 주변 지인들과 함께 이뤄낸 진정한 ‘인디’ 정신의 승리라는 점에서다.

더 나아가 <똥파리>는 독립영화와 상업영화의 경계를 넘어 국외 영화제에서 가장 많은 수상 기록을 가진 한국영화기도 하다.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한 뒤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타이거상 등 무려 10개 이상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먼저 배우로 경력을 시작한 양익준은 <품행제로>(2002),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2003)에 단역으로 출연한 뒤 손원평 감독의 <인간적으로 정이 안 가는 인간>(2005)으로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그 뒤 연출자로 변신하여 만든 중편 <바라만 본다>(2005)가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은 뒤, 자전적인 이야기에 바탕을 둔 <똥파리>를 만들게 된다. 제작비 문제로 촬영이 무산될 위기를 겪으면서도 기어이 <똥파리>를 완성했다. 그 과정 자체가 이제는 불가능한 한국 독립영화 생명력의 기록이다.

‘인간쓰레기’나 다름없는 용역 깡패 상훈(양익준)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어두운 가족사로 고통받는 소녀 연희(김꽃비)를 만나 마음의 문을 열지만 천형처럼 들러붙은 폭력의 사슬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집이 있어도 지옥에서 살아가는 것 같은, 그리하여 꿈꾸는 것조차 사치인 주변인들의 황폐한 삶의 풍경이다. 로테르담국제영화제는 “<똥파리>는 다른 영화에서는 좀처럼 보지 못한 특별한 상황을 날카로운 현실감각으로 묘사하고 있다. 특히 심각한 상황과 주제에도 불구하고 따뜻함과 유머를 잃지 않았다는 점이 놀랍다”고 선정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그렇게 혜성처럼 등장한 <똥파리>는 한국 독립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10만 관객을 돌파하며 12만3천여명의 관객과 만났다.

주성철/<씨네21> 편집장

※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한국영화 100년, 한국영화 100선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