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04 04:00
수정 : 2019.05.14 18:22
|
그래픽_고영숙
|
쏟아지는 지원 약속에 힘받는 수소차
현대차에서 세계 최초 양산하고도
충전소 부족 탓 작년 744대 판매 그쳐
연료전지 보급 확대 지원 곧 구체화
‘수소경제’ 내건 인프라 확충 기대감
한 발 앞서 달리는 전기차
기술구조 단순해 진입장벽 낮아
IT·가전업체까지 생산 뛰어들어
작년 수소차의 38배인 3만대 등록
미래차 경쟁 승자는?
수익 따지면 전기차 주력 옳지만
수소차엔 ‘게임체인저’ 잠재력
유럽·미·중 업체, 벤츠도 개발 나서
차 가격인하…충전소 확대가 관건
|
그래픽_고영숙
|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수소전기차를 지원하는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도심 충전소 설치에 걸림돌이었던 입지 규제를 풀어 국회 등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수소차 생산과 연료전지 보급 확대를 위한 지원 방안도 곧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바야흐로 수소차 시대가 열리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아직 물음표다. 정부가 수소경제의 미래 가치에 주목하면서 전기차에 견줘 한발 뒤처졌던 수소차에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은 분명하지만, 친환경차의 미래는 아직 불확실하다. 수소차든 전기차든, 누구도 주도권을 확실하게 틀어쥐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두 차종 모두 뛰어넘어야 할 장벽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전기차와 수소차는 석유 연료를 쓰지 않는다. 자동차의 핵심인 내연기관, 엔진이 필요 없다. 둘 다 전기를 원동력으로 삼아 모터를 구동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원료와 전기를 만드는 방식에선 크게 갈린다.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리튬이온전지(2차전지), 수소차는 연료전지를 사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전기차는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사용하고, 수소차는 고압 수소탱크에 충전된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화학 반응시켜 발생한 전기로 모터를 돌린다.
전기차는 부품 구조가 단순해 수소차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다. 기존 완성차 업체가 아니면서 전기차를 생산·판매하는 테슬라가 대표적이다. 심지어 구글, 바이두와 같은 정보기술(IT) 업체와 청소기를 만드는 다이슨도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 정도다. 반면 수소차를 만들 수 있는 곳은 현대차와 도요타 등 일부 업체에 국한돼 있다. 수소차 제작에 상당한 자동차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두 차종 모두 기술적으로 장단점을 갖고 있어 앞으로 어떤 차종이 주류가 될지 예측하기는 힘들다. 다만 지금까지는 전기차가 한발 앞서고 있는 양상이다. 전기차는 배터리에 축적된 전기에너지로 모터를 회전시켜 자동차를 움직인다는 점에서 친환경차의 가장 현실적인 모델로 떠오른 차다. 놀랍게도 전기차의 역사는 현재 자동차의 조상인 내연기관차보다 10여년 앞선다. 무거운 배터리 중량, 긴 충전 시간, 비싼 가격 등으로 상용화가 늦어졌을 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전기차 시장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집계로는, 2010년 61대였던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2014년 1천대를 넘어선 뒤 2016년 5천대, 2017년 1만3천대, 지난해 3만대로 급성장했다. 반면 국내 수소차 판매량은 800대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전세계 판매량은 1만대에 불과하다. 수소차가 전기차보다 훨씬 비쌀 뿐 아니라 충전소 한 곳을 설치하는 비용도 20억~50억원에 이른다. 경제성 확보가 큰 숙제인 셈이다. 현재로서는 충전 인프라와 시장 수요 등 측면에서 전기차가 훨씬 앞서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대차는 지난 2013년 세계 처음으로 수소전기차 ‘투싼 ix35’를 양산하고도 판매는 지지부진했다. 지난해 2세대 모델인 ‘넥쏘’를 출시했지만 아직 성공 여부를 가늠하기는 이르다. 수소차 보급에 필수조건인 충전소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와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수소차 활성화 계획’을 내놨지만, 현재 전국 충전소는 16곳에 불과하다. 충전소가 100곳이 넘는 일본에 견주면 걸음마 단계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수소차 생산 확대와 충전시설 확충에 팔을 걷어붙인 것도 일본이 수소사회를 향해 무섭게 치고 나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일본은 내년 도쿄올림픽 때 수소로 성화를 밝히고 선수촌에서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올림픽을 계기로 전세계에 발전된 수소 기술을 알리겠다는 의도다.
|
※ 그래픽을 누르면 확대됩니다.
|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의 기치를 내걸고 수소차를 밀기로 한만큼 생산과 보급, 인프라 구축이 지금보다 빨라질 것은 분명하다. 정부는 2022년까지 수소차 1만6천대를 보급하고 수소충전소 310곳을 확충할 방침이다. 미래에는 수소차가 전기차를 앞설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게 나온다. 전기차보다 더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충전 시간이 짧고 한 번 충전으로 훨씬 먼 거리를 주행할 수 있어 전기차가 가진 불편함과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각국 정부와 완성차 업체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기술 개발이 가속화하면 수소차의 약점인 차량 가격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수소차 생산이 연간 3만5천대에 이르면 가격이 5천만원 수준으로, 10만대를 넘어서면 내연기관차 수준인 3천만 원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차는 수소차에 올인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담당 임원은 수소차에 공을 들이는 이유에 대해 “수소차와 전기차, 두 차종 모두 장단점이 있다. 전기차는 진입 장벽이 낮아 누구든 뛰어들 수 있지만 수소차는 그렇지 않다. 미리 준비한 만큼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현대·기아차는 연간 200만대 이상 판매하는 세계 완성차 업체 가운데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 판매 순위 3위에 올라있다. 사업성과 수익성을 따진다면 전기차에 주력하는 게 맞다. 수소차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일종의 포트폴리오 전략인 셈이다. 최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미래차 주도권 경쟁’ 보고서를 보면 수소차와 전기차의 현주소와 미래를 가늠할 수 있다. 보고서는 “전세계 수소차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말까지 1만대에 불과하다. 현재의 글로벌 시장 상황과 한국의 배터리 경쟁력을 고려해 전기차 투자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나친 낙관론으로 장밋빛만 얘기할 게 아니라 자원 배분의 우선 순위와 소비자 수용성 등을 따져 미래차 개발과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 친환경차 시장이 전기차로 갈 것인지 수소차로 향할 것인지 속단하기는 이르다. 수소차는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에서도 개발 중이지만 양산형 모델을 내놓은 곳은 현대차와 도요타를 비롯해 몇 군데 안 된다. 메르세데스-벤츠도 개발 경쟁에 뛰어들면서 수소차 시장은 더 힘을 받고 있다. 휘발유차와 경유차가 한 세기를 풍미했듯이 기술력과 현실 적합성, 미래 잠재성 등을 놓고 볼 때 전기차와 수소차가 공존할 가능성이 높다. 전기차든 수소차든 당분간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언젠가는 독립할 수밖에 없다. 결국 차 가격을 떨어뜨리고 충전 인프라 문제를 어느 쪽이 먼저 해결하느냐가,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는 관건이 될 전망이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