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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21 16:48 수정 : 2019.07.22 10:52

그래픽_김지야

고용·소비 호조 속 금리인하 왜?
베이지북 “완만한 속도로 성장”
고용·소비 경제지표들 호조인데
파월 연준 의장 “내릴 필요 있다”

금리 인하 폭에 관심
미-중 무역갈등 불확실성 크고
대선 앞둔 트럼프 거센 불때기
“0.5%p 인하” “그만큼 안 될 것”

금리 내리면 각국 숨통
유럽·일본, 통화 완화 기조 유지
한국 이어 신흥국도 추가 여력

그래픽_김지야
지난 6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의장이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연방기금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대한 관심은 이제 금리 인하폭에 쏠리고 있다. 올해 회의는 7월 30~31일, 9월 17~18일, 10월 29~30일, 12월 10~11일 네 차례 더 남아있다.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에 따라 0.25%포인트 전망과 0.5%포인트 전망이 널 뛰듯 하고 있다.

2009년 시작된 미국의 경기 확장은 7월로 121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1854년 경기순환을 측정하기 시작한 이래 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전 최장기는 1991년~2001년까지 120개월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하는 선행종합지수로 보면, 미국의 경기 확장이 마무리 국면에 다가서고 있다는 신호는 있다. 미국 선행지수는 2018년 4월 고점에 이른 뒤 내려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상 뒤 금리를 동결해오고 있는 연준이 이달 말 회의에서 금리를 내린다면 7개월 만에 통화정책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연준이 금리를 내릴 필요가 있다며 제시하는 근거는 경기 불확실성이 크고,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저조하다는 것이다. 미-중 무역마찰과 세계 경제의 성장세 둔화, 브렉시트 등은 미국의 경제전망에 부정적인 요소다. 실제 비국방자본재 주문의 감소세가 보여주듯 설비투자는 지난해부터 부진하다. 기업들은 몸을 움츠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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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현재 미국의 경기 상황이 금리를 내려야 할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도 많다. 6월 미국의 비농업부문 고용은 전달에 견줘 22만4천명 늘어, 최근 5개월 사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미시건대 소비자심리지수)도 5월까지 상승세를 이어갔다. 16일 상무부가 발표한 6월 소매매출은 전달에 견줘 0.4% 증가했다. 미국의 2분기 소매판매는 2014년 이후 가장 활기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준이 17일 발표한 베이지북(지역 연방준비은행 경제보고서)도 “지난 5월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미국 경제가 완만한 속도로 성장했다”며 “무역 불확실성의 부정적 충격에 대한 폭넓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완만한 경제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보고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파월 의장이 금리를 내릴 뜻을 밝힌 데 대해 칼럼니스트 저스틴 라하트는 16일 <월스트리트저널>에서 ‘파티가 무르익을 때 술을 치우는 게 연준이 할 일’인데, “지금 연준은 거꾸로 펀치(음료)에 술을 타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내년 11월 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 확장과 주가 상승세가 더 이어지기를 강력히 바란다. 그는 달러를 강세로 이끌고 미국의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연준의 금리 인상을 거칠게 비난해왔다.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이 지난해 10월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밝힌 바를 보면, 존슨, 레이건 전 대통령도 연준에 금리를 내리라고 압력을 넣은 적이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번에 제롬 파월 의장을 해임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였다고 <액시오스>는 3일 전했다.

트럼프는 중국 상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며, 세계 각국의 기업들에 제조업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기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책으로 혜택을 보는 나라는 베트남 등 중국 주변의 아시아 국가들이다. 미국의 제조업 경기는 부진하다. 트럼프에게는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파월 의장은 6일 의회에서 ‘연준은 경제지표에 근거해 독립적으로 판단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준은 5일 발표한 반기보고서에서 적정 기준금리 범위로 2.0~3.5%를 제시한 바 있다. 현 기준금리는 2.25~2.5%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얀 하치우스는 “실질금리와 금융여건이 긴축적이다. 현 상황에서는 최대 0.5%포인트 금리 인하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고 <파이낸셜타임즈>가 14일 보도했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는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의 어깨를 조금은 가볍게 할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를 0%로 유지하고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은 6일 통화정책회의에서 ‘현행 금리수준을 연말까지 유지하겠다’는 애초 계획을 ‘내년 상반기까지는 유지한다’는 쪽으로 변경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18일 열린 주요 7개국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물가안정목표 달성을 위해 강력한 금융완화를 계속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캐나다 중앙은행도 통화 완화에 유연한 태도를 내비쳤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에 따라 유동성 축소에 시달렸던 신흥국들도 통화 완화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18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인도와 러시아, 호주는 기준금리를 이미 내렸고, 브라질은 금리 인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 금리 인하, 중엔 ‘위안화 방어’ 호재

성장 주춤한 중, 미 국채 계속 매도
미 금리 내리면 환율 압박 줄어
일, 미 국채 사들여 보유국 1위 눈앞

미국 재무부가 16일 국가별 미국 국채 보유액을 발표했다. 5월 기준으로 외국에서 보유중인 미국 국채는 6조5391억달러어치에 이른다.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는 중국으로 1조1102억달러어치다. 전체의 17%에 이른다.

그런데,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그동안 큰 폭으로 감소해왔다. 작년 5월과 비교하면, 그 사이 729억 달러어치를 팔았다. 중국이 매도한 국채를 사들인 것은 일본이다. 일본의 보유액은 같은 기간 521억 달러나 늘었다. 5월말 현재 일본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1조1010억달러로, 이런 추세라면 머지 않아 중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은 5월에만 370억 달러 어치의 미국 국채를 사들였다. 5월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 무역 갈등이 극단에 이른 때다. 중국이 미국에 압력 수단으로 국채를 대량 매도할 수 있다는 전망도 일부에서 나왔지만, 세계 경제의 후퇴 조짐이 뚜렷하고 미국이 금리를 내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퍼지면서 미국 국채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꾸준히 매도하는 것은 위안화 가치 안정을 위해서라는 게 정설이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자본이 대거 이탈할 수 있기 때문에, 달러를 팔고 위안화를 사들이는 개입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 미국 국채 매도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연준이 금리를 내릴 경우, 중국 인민은행에도 도움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중국 경제는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회복으로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15일 2분기 중국 경제 성장률이 6.2%라고 발표했다. 2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6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 아래로 떨어져 3개월 만에 제조업 위축을 시사했다. 차이신 비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도 4개월 사이 최저치를 보였다.

그런 가운데 미국 연준이 금리를 내리면, 인민은행도 위안화 환율에 대한 압박을 조금 덜 받으며, 통화 완화 정책을 펼 여지가 생긴다. 연준이 금리를 내려 미국 국채가격이 올라갈 경우 인민은행이 보유한 미국 국채 가치도 올라간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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