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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31 10:03 수정 : 2019.05.31 10:30

지난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6번째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장외집회에서 한 청년유튜버가 규탄사를 하고 있다. 유튜브 오른소리 갈무리

정치BAR_장나래의 국회TMI

청년 유튜버-한국당 의원 ‘상부상조’
의원이 5·18 망언 두둔 청년 유튜버 초청도
당 지지 수단 유튜브 사활 “직접 배우자”
지지세 확산 채널 vs 외연 확장 막는 독

지난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6번째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장외집회에서 한 청년유튜버가 규탄사를 하고 있다. 유튜브 오른소리 갈무리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대통령입니까. 청년들이 만들어준 대통령입니다. 그런데 청년 무시하는 대통령을 인정할 수 있습니까. 손가락질받더라도 극우 일베충이라 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국면 이후 자유한국당의 주말 서울 장외 집회는 모두 세 차례 열렸습니다. 집회의 메인 행사라고 볼 수 있는 지도부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발언이 있기 직전 일반 시민들의 ‘규탄사’ 시간도 마련됐는데요. 세 차례의 규탄사 모두 보수 청년 유튜버가 연사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집회에 참여한 한국당 국회의원들은 정부를 규탄하는 청년 유튜버들의 발언에 뜨거운 박수로 화답하고, ‘문재인 OUT’ 구호도 함께 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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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의원과 보수 청년 유튜버의 ‘공생’

이 유튜버들은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공식 행사에서도 등장했습니다. 한국당은 지난 14일 ‘문재인 선거법·공수처법·민생파탄 저지 토크 콘서트’에 이들 중 한 유튜버를 초청했습니다. 앞서 지난 10일 ‘영(Young) 유튜버 작심 토로 한마당’에서도 세 명의 청년 유튜버가 발언자로 나와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청년 유튜버 채널에 한국당 의원들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최근 정용기 한국당 정책위의장이 집회와 국회에 초청됐던 한 청년 유튜버 방송에 출연해 단독으로 50여분간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유튜버들은 한국당 공식 행사에 참여하고, 한국당 의원들은 이들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상부상조’하는 구조인 것입니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핫한’ 보수 청년들을 골라 초청하다 보니 각종 논란도 끊이지 않습니다. 실제로 한국당에서 국회로 초청한 유튜버 가운데 두 명은 5·18 망언을 한 한국당 의원을 두둔하거나 5·18을 폭동으로 표현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해당 유튜버는 지난 2월 “(5·18에) 폭동적인 요소가 있을 수 있고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으니 거기에 대해 우리가 한 번 생각을 해보자. 이게 한 개인이 가진 윤리에 어긋나는 건가”라며 5·18 망언을 한 한국당 의원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또 다른 유튜버 역시 방송을 통해 “5·18 무장 폭동은 생각보다 더 오래전부터 계획됐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기본적인 검증도 없이 극우 청년 유튜버들을 한국당 공식 행사에 초청한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지난 30일 오후 한국당 정책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국민 공기업 한전 등 발전사의 부실, 어떻게 할 것인가?’ 긴급토론회에서 1인 방송 유튜버 3명이 휴대폰으로 현장 생중계를 하는 모습.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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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장외투쟁 홍보 일등 공신은 유튜브

보수 청년 유튜버들이 한국당 주요 행사에서 ‘발언자’의 역할을 한다면, 수만명에서 많게는 수십만명까지 탄탄한 구독자를 가진 보수 유튜브 채널들은 한국당의 든든한 지지자이자 홍보 채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보수 유튜버가 당의 공식적인 행사를 중계하면, 이 사실을 한국당 의원이 행사 시작 전에 참석자들에게 홍보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지난 30일 한국당 정책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국민 공기업 한전 등 발전사의 부실, 어떻게 할 것인가?’ 긴급토론회에는 유튜버 3명이 직접 휴대폰으로 현장 생중계를 했습니다.

더 적극적으로는 한국당 의원의 요청으로 보수 유튜버가 국회 본청에 들어와 생중계를 하는 일도 있습니다. ‘역대급’으로 많은 보수 유튜버들이 국회에 결집한 날이기도 한데요. 한국당이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법안 발의를 막기 위해 점거 농성을 벌일 당시인 지난달 24~26일에는 종일 10여명의 유튜버들이 국회 본청 내에서 자리 경쟁을 벌였습니다. 한국당 의원의 요청으로 취재를 온 보수 유튜브 채널의 경우, 한국당 의원들이 생중계 촬영자가 왔는지를 공개적으로 확인하기까지 했습니다. 구독자가 수십만명에 달하는 인기 유튜브 채널은 실시간 국회의원의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한국당 의원들에게 ‘인기 만점’이었습니다. 일부 유튜버의 경우 한국당 의원들과 함께 ‘독재타도’, ‘헌법수호’ 구호를 목이 터져라 외치고, 민주당·정의당 의원에게 욕설을 하는 등 과격한 지지자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유튜브 생중계 영상은 최대 20만뷰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보수 유튜버들의 활약은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18일간 펼쳐진 ‘민생투쟁 대장정’ 현장에서 가장 빛이 났습니다. 지역에 따라 적게는 한명에서 많게는 6명까지 개인 유튜버들이 황 대표의 모든 공개 일정을 따라다니며 현장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습니다. 황 대표가 언론을 대상으로 하는 질의응답 시간인 ‘백브리핑’도 인터뷰 형태로 방송되기도 했습니다. 개인 유튜버가 중계 중에 한국당 의원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황 대표의 반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여는 시민들과 충돌하는 상황도 고스란히 영상에 담깁니다. 유튜버들은 한국당의 든든한 지지자이자 중계자의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유튜버들이 장외투쟁 홍보의 일등 공신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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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들 “유튜브 제작 직접 배우자”

유튜브가 적극적인 지지의 수단이 되다 보니 열성 한국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유튜브 동영상 제작을 직접 배우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습니다. 지지자들 카톡방 내에서 유튜브 동영상 제작 무료 강좌 링크와 개인 지도 비용 등을 공유합니다. 50∼60대도 쉽게 배울 수 있다고 홍보합니다. 한국당을 제대로 지지하기 위해서는 유튜브가 필수라는 겁니다.

한국당도 당 차원의 유튜브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한국당은 이달 초 ‘자유친(자유한국당 유튜버 친구들)’을 만들어 유튜브를 활용한 대국민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의원들의 유튜브 활동을 사실상 의무화하기도 했습니다. 한국당은 이번 달 말까지 유튜브 영상제작 콘테스트를 열어 한국당 국회의원 전원이 유튜브 영상을 만들어 이달 말까지 제출하도록 하는 공문을 내려보냈습니다. 한국당의 이처럼 ‘각별’한 유튜브 사랑, 지지세 확산의 채널이 될지 외연 확장을 가로막는 독이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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