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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11 05:00 수정 : 2019.06.15 10:55

산업재해 외면 논란을 빚은 진주 ㅊ교회 교역자와 교역자 배우자가 전도축제 행사에 사용될 답례품을 만들기 위해 야간작업을 하는 모습.

【헌신페이의 민낯】
교회업무 운전하다 사망한 사건
법원 “성직자 중 한 직책인 전도사
근로기준법이 정한 노동자로 봐야”
교회의 ‘봉사자’ 주장과 다른 해석

산업재해 외면 논란을 빚은 진주 ㅊ교회 교역자와 교역자 배우자가 전도축제 행사에 사용될 답례품을 만들기 위해 야간작업을 하는 모습.
“필요할 땐 헌신했더니 결국 ‘팽’당한 거죠.”(전도사 이희준씨)

<한겨레>와 만난 교회 구성원들은 단지 담임목사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부당해고를 당하고, 교회 업무를 보던 중 사고가 나도 산업재해를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교회가 ‘노동법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과로로 사고 나도 교회는 ‘나 몰라라’

“너는 노동자가 아니라 봉사자잖아.”

경남 진주시에 자리한 ㅊ교회에서 2009년부터 3년 동안 전도사로 일했던 이희준(가명·37)씨는 담임목사의 이 말에 절망했다. 그는 2016년부터 교회를 상대로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교회 일을 하던 중에 일어난 교통사고로 경추접합수술까지 받았지만, 교회는 봉사활동 중에 일어난 일이라며 산재 처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씨는 ‘주일’(일요일)은 물론 평일에도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을 일해야 했다. 2009년 사고가 나기 직전에도 새벽 2시까지 근무를 했다. 쪽잠을 잔 그는 충북 청원의 지교회에서 열리는 행사에 동원됐다가, 저녁도 거른 채 진주로 돌아오는 차량 운전대를 잡았다. 교회 쪽에서 “서둘러 복귀하라”는 지시가 내려왔기 때문이다. 과로 상태에서 졸음운전을 하던 이씨는 교통사고를 내고 말았다. 이씨는 중상을 입었고 동승자는 사망했다.

목사는 사고 책임을 일방적으로 이씨에게 돌린 것은 물론 산재 처리를 피하려 했다. 이씨는 <한겨레>에 “사고 이후 교회 쪽은 내가 일주일에 한번 주일 봉사를 한 파트타임 전도사이고 사고 당일 일을 시키지 않았다고 발뺌했다”고 말했다. 교회가 건네준 위로금 500만원도 신도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었다. 사과조차 없었다고 했다. “인간적으로도 신앙적으로도 힘들었습니다. 저는 이용만 당한 거죠.”

그는 교회를 나온 뒤 사고 책임과 관련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교회는 이씨를 무고죄와 사기죄로 고소했다. 교회 쪽은 여전히 평소 이씨에게 야근을 시키지 않았고, 사고 당일에도 이씨가 자발적으로 봉사했다는 입장이다.

아내까지 사역한 ‘시집살이’…목사 결정에 ‘무더기 해고’

전도사 전민성(가명·30대)씨는 설교부터 청소, 차량 운행까지 교회의 거의 모든 일을 도맡았다. 퇴근은 자정을 넘기기 일쑤였다. 첫째 아이를 임신 중인 아내도 담임목사 부부가 요구하는 교육, 찬양 반주 일을 거들었다. 부부가 한 달에 받는 돈은 180만~230만원가량이었다. 담임목사는 자신보다 설교를 더 잘한다는 이유로 꼬투리를 잡기 시작했고, 이후 교묘하게 전씨를 괴롭혔다. “저희끼리는 농담 삼아 교회에서 ‘시집살이’를 한다고 해요. 담임목사와 교회 성도들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담임목사가 원하는 대로 모든 걸 맞추다가 결국 더 못 버티고 그만두게 되죠.” 전씨는 이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김동훈(가명·33) 전도사는 지난해 말 부당해고를 취소해 달라는 취지로 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냈다. 6년 동안 일했던 교회에서 목사와의 불화로 쫓겨난 뒤였다. 신학대학을 다니며 틈틈이 교회 일을 시작했던 김씨는 점차 주중에 잡힌 예배뿐 아니라 학생·청년부 교육, 찬양대 지휘, 예배 음악 업무, 차량 운행까지 해야 했다. 둘의 갈등은 목사 허락 없이 수련회에 참석한 게 발단이었다. 이를 이유로 담임목사는 김씨에게 ‘견책’ 징계를 내렸다. 교회 청년부 업무에서 손을 떼고, 청소 봉사를 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통상 교회 내에서 견책은 ‘성 문제 등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거나 형사처분을 받았을 때’ 해당한다. 김씨가 징계를 받아들이지 않자 전별금 100만원(15일 치 사역 대가 포함)과 함께 해고 통보가 날아왔다. 이 모든 절차는 지난해 9월 한 달 새 이뤄졌다. 김씨는 “비록 이길 수 없는 싸움일지라도 부당한 처분에 항의의 목소리라도 내고 싶었다”며 “가난한 자를 섬기는 곳이 교회라면 약자들의 노동권도 지켜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일부 교회들은 담임목사가 새로 부임하면 부목사와 전도사 등 구성원 모두를 교체하기도 한다. 전북 전주시에 있는 한 교회에서 일했던 전도사 양승구(가명·37)씨는 이런 관행의 피해자다. 그는 3년 동안 일했던 교회에서 지난해 해고됐다. 새로 부임한 목사는 아예 정관까지 바꿔 “목사가 바뀌면 기존 사역자들은 전원 사표를 제출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사실상 계약직인 전도사들은 모두 교회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퇴직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양씨는 “교회 안에선 정관이 법”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근로자성 인정하는데 교회는 제자리걸음

정작 법원은 교회의 부당해고·산재외면에 제동을 걸고 있다. ‘교회 사역자’들을 노동자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청주지방법원은 지난 2012년 교회 업무로 운전을 하다 사망한 전도사를 근로기준법이 정한 노동자로 인정하며 산업재해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쟁점은 성직자 중 하나의 직책에 해당하는 전도사인 고인을 근로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라며 비록 종교적 관점에서 상당한 거부감이 있을 수 있지만 근로기준법이 정의한 노동자로 보고 산재보험 등의 혜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회에 고용돼 업무를 하고, 고용주 격인 담임목사의 직접 지시를 받는 만큼 노동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일터가 성전이면 봉사자’라는 교회의 주장과는 사뭇 다른 해석을 내린 것이다.

노동·종교 관련 사건 변론을 맡아온 정치균 변호사는 “법원은 교회라고 (다른 사업장과) 다른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며 “교회 안의 관행이 따로 있더라도 교회에서 일하는 이의 ‘고용 종속성’이 인정되면 노동자로 보고 보호 범위에 넣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배지현 박준용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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