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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석 장 뜨기’를 통해 뼈와 살을 분리한 상태의 방어. 송호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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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ㅣ겨울 생선
겨울 별미는 방어
노량진수산시장 가 한 마리 구매
식당보다 30~40% 싼 비용으로 파티 가능
유튜브 등 활용해 방어 뜨는 일 어렵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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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석 장 뜨기’를 통해 뼈와 살을 분리한 상태의 방어. 송호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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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는 방어를 먹어야 한다. 기름기가 잔뜩 오른 겨울 방어는 그 맛이 여름과는 전혀 다르다. 오죽하면 ‘여름 방어는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횟감이지만, 성인 3~4명 정도가 일반 횟집에서 배부르게 먹으려면 보통 7~1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요즘처럼 ‘가성비’, ‘가심비’ 등을 따지는 시대에 7~10만원도 부담스러운 이들이 있다.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경매가 막 끝난 활방어를 도매가로 구매해서 직접 회를 떠보면 어떨까? 횟집 요리사는 아니지만, 요즘엔 직접 회 뜨기에 나서는 이들도 많다고 들었다.
물론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대방어를 직접 장만하다니? 고작 볼락이나 넙치 몇 마리 손질해본 경험이 전부인 내가? 후처리도 잘해야 할 텐데, 맛은 어떨까? 손질 후 먹을 수 있는 고기의 양은 얼마나 될까? 난도질 되지 않을까? 그래도 사 먹는 것보다는 경제적이겠지?
온갖 상념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무모하고도 대담한 도전에, 대학 동기이자 서울에서 신혼생활을 만끽하고 있는 전민석(41)씨가 동참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해산물 마니아인 그가 주방을 제공하기로 했다. “배 터지게 방어를 먹여준다는데, 마음껏 어질러도 좋다”는 녀석과 함께 비장한 심정으로 지난 14일 새벽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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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새벽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경매장에서 살아있는 대방어 경매가 이뤄지고 있다. 송호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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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한파가 몰아닥친, 영하의 새벽이었다. 서걱거리는 살얼음을 밟고 다니는 시장 상인들의 장홧발이 분주했다. 노량진역에서 수산시장 쪽으로 들어서면, 남1문부터 6문까지 6개의 입구가 있는데, 남1문에서 조금 걸어 들어가면 쉽게 경매장을 찾을 수 있다. 활어를 기준으로, 경매는 보통 새벽 3시부터 시작한다. 새벽4시가 되자 드디어 방어 경매가 시작됐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1m 넘나드는 대방어가 한 마리씩 노란 바구니에서 퍼덕거렸다. 일반인은 직접 경매에 참여할 수 없다. 하지만 자격이 있는 경매인들 혹은 도매상을 통해 경매가에 약간의 수수료를 더해 방어를 구입할 수 있다.
한 도매상으로부터 강원도에서 올라온 7.4㎏짜리 방어를 구입했다. 이날의 경매가는 1㎏당 2만원이 조금 못 되는 가격에서 형성됐다. 시세는 매일 달라지는데, 노량진수산시장 공식 누리집에는 어종별 낙찰가를 매일 공개하고 있으니, 조금이라도 더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시기를 골라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지불한 방어 가격은 14만8000원이었다. 낮에 소매상에서 구입하면 이보다 작은 방어 한 마리가 20만원은 훌쩍 넘는다. 대방어의 축에 들 수 있는 고기 한 마리가 이 가격이라니 괜찮다 싶었다. 도매상은 “본격적인 시즌이 시작되는 한겨울에는 10만원대 초반 가격으로도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경매장에서는 기본적인 피 빼기만 해 준다고 들었다. 하지만 도매상에게 “집에서 회 떠서 먹을 것이다”라고 하니 그의 손이 바빠졌다. 그가 내장도 제거해주고 긴 철사를 척추 안으로 집어넣어 신경 전체를 제거하는, 일본어로는 ‘이케지메’라고 하는 후처리도 해줬다. 사후경직을 방지해 회의 선도와 맛을 오래 유지하기 하는 데 도움이 되며, 숙성회(선어)를 만드는 데에는 필수적이라고 한다. 그가 내장과 피를 제거한 방어를 커다란 비닐봉지와 종이 포대에 이중으로 담았다. 이동하는 도중 핏물이 떨어질 걱정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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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를 뜬 상태에서 껍질을 벗겨내는 모습. 송호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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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냉장고에 잠시 넣어둔 방어를 다음 날 아침부터 손질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가 본 게임이다. 횟감을 장만하는 일은 배워본 적도 없다. 유튜브를 통해 방어를 비롯한 활어 손질 영상을 여러 차례 시청한 게 전부다. 이번 도전을 위해 반복 시청하기는 했다. 흔히 ‘사시미’라고 부르는 회칼과 생선 손질용 ‘데바칼’도 미리 갈아 놨다. 일반 부엌칼도 날카롭게 갈기만 하면 방어 손질에는 충분하다고 한다. 목장갑과 요리용 비닐장갑, 일회용 주방 행주도 넉넉하게 준비했다.
머리를 제거하고 횟감 장만을 위한 기본적인 ‘석 장 뜨기’(산마이오로시)를 시작했다. 뼈를 따라 칼집을 넣고 조심스럽게 뼈와 살을 분리하기 시작했다. 드르륵, 드르륵. 칼날이 뼈를 타는 소리가 경쾌했다. “어? 된다!” 친구와 기자는 동시에 환호성을 질렀다. 이럴 리가 없는데? 이상하게도 잘 된다. 살점이 너덜너덜해지는, 초보자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도 없었다. 우럭이나 고등어 같은 작은 고기보다 커다란 방어 손질이 오히려 쉬웠다. 어쩌면 생선 크기가 커 잔실수가 별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살점을 살살 뜨는데, 방어사상충이 튀어나왔다. 놀라지 마시라.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연구소 김정현 박사에게 문의해 보니 “자연산 활방어에서는 거의 나온다”고 한다. 세심하게 제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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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너 명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방어회 한 접시. 송호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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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개선점도 명확했다. 특수부위인 가마살(생선 머리 아래쪽의 기름진 배 부위)을 한 덩어리로 떼야 하는데, 머리를 제거하다가 반으로 토막 내고 말았다. 항문 주위의 ‘배꼽살’은 껍질 제거가 몸통보다 까다로워 애를 먹었다. 몸통과 뱃살 사이의 빨간 ‘사잇살’을 따로 깔끔하게 분리하지 못했다. 사잇살은 몸통에도, 뱃살에도 붙어 있었다. 정수리 부근의 머릿살과 눈 아래 붙은 볼살은 잘 떨어지지 않아 포기했다. 그래도 이만하면 할 만했다. 시작부터 모든 횟감 장만을 마칠 때까지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단계마다 피가 묻은 장갑을 바꿔주고, 도마와 칼을 닦아가며 진행했다.
‘수율’이라는 용어가 있다. 활어 한 마리를 장만했을 때 먹을 수 있는 고기가 나오는 비율을 뜻한다. 보통 방어의 수율은 35~40% 정도다. 횟감의 무게는 약 2.5㎏로, 30% 정도 수율을 기록했다. 초보자치고 괜찮았다고 자평했다. 어려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가마살과 배꼽살 등의 특수부위도 제대로 장만했다. 횟집 방어회 4~5접시는 만들어낼 수 있는 양이었다. 15인분은 되고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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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등살에 소금과 후추로 간하고, 버터에 구워낸 방어 스테이크. 송호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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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위별로 두껍게 썰린 방어를 접시에 담았다. 배꼽살에서는 배꼽살 맛이, 뱃살에서는 뱃살 맛이, 등살에서는 등살 맛이 났다. 비린내는 거의 나지 않았다. 남은 뼈와 자투리 살 등은 김치찜 조리에 썼다. 가장 양이 많은 등살은 두껍게 썰어 소금과 후추로 간하고 버터에 구워 스테이크를 만들었다. 레몬을 살짝 뿌리니, 참치구이 맛도 났다. 먹고 또 먹어도, 방어는 줄어들 기미가 안 보였다. 남은 방어는 종이로 잘 싼 뒤 비닐로 밀봉해 냉장고에서 하루 정도 숙성하면 또 먹을 수 있다. 개별 포장한 후 냉동했다가 나중에 써도 된다.
무엇보다 초보자도 집에서 직접 방어를 손질해 지인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게 가장 큰 성과였다. 다소 번거롭긴 하지만, 사먹는 것보다 30~40%는 저렴한 가격에 방어 파티를 실컷 벌일 수 있다. 이번 겨울, 녹진하게 기름이 오른 자연산 방어회 손질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자. 인생의 진정한 ‘1차 방어전’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새벽의 추위를 뚫고 우리 모두 노량진으로 달려갈 일이다.
글·사진/송호균 객원기자 gothrough@naver.com
따라만 하면 된다! ··· 참고하면 좋을 유튜브 영상
일반적인 생선을 만지는 일과 마찬가지로, 방어 해체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과 위생이다. 방어는 껍질과 비늘이 아주 억센 생선은 아니지만, 칼날이 미끄러져 다칠 수도 있으므로 목장갑은 필수다. 미끄러운 껍질을 잡고 벗기는 데에도 목장갑이 유용하다. 장갑 안에 따로 비닐장갑을 착용하면 손에서 냄새가 나지 않아 좋다.
생선 손질을 위한 전용 ‘데바칼’이 있으면 좋지만, 일반 식칼로도 가능하다. 다만 날은 잘 갈려 있어야 한다. 해양수산 칼럼니스트 김지민(43)씨는 “식칼로도 방어를 손질할 수는 있는데, 다만 머리를 세로로 가를 때는 데바칼이 꼭 필요하다. 단계별로 도마와 칼을 닦아주고, 장갑 교체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초보자가 생선 해체에 도전하려면 스승이 필요하다. 유튜브가 대세인 시대, 참고할 만한 ‘스승’급 채널을 골라봤다.
입질의 추억 TV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파 ‘해양수산’ 칼럼니스트 김지민씨가 운영하는 채널이다. 매일 생선을 손질하는 ‘프로’가 아닌, 일반인의 관점에서 방어 해체를 시도한다. 일반인이 흔히 저지를 수 있는 실수도 꼼꼼히 기록돼 있어 오히려 도움이 된다. ‘바다 먹거리’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는 동명의 네이버 블로그 ‘입질의 추억’과 함께 참고하면 좋다.
거제도 최군의 횟집 TV
거제도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유튜버가 44분간 살아있는 방어를 해체하고 회를 뜨는 모습 등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횟집을 운영해 현장의 정보를 잘 아는 전문가가 운영하는 채널답다. 방어 외에도 각종 돔류를 비롯해 횟집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어종을 깔끔하게 손질하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다.
히든테이블
주로 육류를 다루는 요리 유튜버. 하지만 생선이 낯선 초보자도 방어 해체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15분짜리 영상에서는 노량진수산시장의 경매장에서 방어를 구입하고, 직접 해체하는 과정이 잘 드러나 있다.
송호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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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입질의 추억 TV’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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