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04 20:45
수정 : 2019.12.0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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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문화센터 건대점 수강생이 손뜨개로 루돌프사슴 인형을 만들고 있다. 사진 경지은(스튜디오 어댑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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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ㅣ 한겨울 방구석 취미
디지털 시대에 사라지지 않는 아날로그 놀이
종이학 접기부터 코바늘뜨기까지
칼바람 부는 한겨울에 할 만한 놀이로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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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문화센터 건대점 수강생이 손뜨개로 루돌프사슴 인형을 만들고 있다. 사진 경지은(스튜디오 어댑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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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담부터 들어보자. 이아무개(37)씨는 21살 때 ‘종이학 접기’를 했다. 으레 그렇듯 1천마리가 목표였다. 1천마리를 채우기 전에 ‘남친’과 헤어졌고, 머지않아 두 번째 ‘남친’을 만났다. 종이학 접기는 다시 시작됐으나, 두 번째 ‘남친’과도 헤어지고 말았다. 결국 세 번째 ‘남친’이 종이학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이씨의 남편이 되었다. “종이학이요? 지금도 집에 보관돼 있죠. 남편과 싸울 때면 버리고 싶지만요.(웃음)”
이젠 이런 사연이 사라졌을까? 글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종이학 접기가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종이학을 접는다. 유튜브나 게임만 할 것 같은 그들이 아날로그적인 취미를 즐긴다. 초등학교 3학년 딸을 키우는 신우선(42·서울 종로구)씨는 “딸이 언젠가부터 종이학을 접더니 최근엔 학알도 접는다”며 “저보고 같이 접자는데, 정작 저는 옛날에 어떻게 접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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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와 냅킨공예로 만든 주방용품들. 사진 사진 경지은(스튜디오 어댑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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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하는 취미’ 중에도 레트로(복고 열풍)는 대세다. 종이학이나 학알, 별 등을 접는 이들뿐 아니라 ‘다꾸’, 즉 다이어리 꾸미기를 하는 이들도 많다. 간호사 강승비(24)씨는 최근 초등학교 때 유행했던 ‘스킬자수’에 빠졌다. “갑자기 생각나서 해봤는데, 어릴 때 뭔가를 좋아했던 추억이 떠올라서 좋았어요.” 그가 꼽는 스킬자수의 매력은 쉽고 단순해서 빨리 완성된다는 것이다. “에이포(A4) 크기 하나를 완성하는 데 1주일이 안 걸렸어요. 퇴근 후 1~2시간씩 하거나 쉬는 날에만 했는데도 금세 끝난 편이죠.”
인류는 본래 손을 쓰는 존재였다. 도구, 옷, 음식. 모든 걸 직접 만들었다. 손을 덜 쓰게 된 것은 산업혁명 이후다.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만들어진 물건을 쓰는 데 익숙해졌다. 획일적인 공산품과 디지털식 삶에 대한 거부감 때문일까. 다시 손을 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스킬자수 외에도 미니어처, ‘페이퍼 커팅’(칼로 종이를 오려 디자인하는 공예) 등을 하는 강승비씨와 코바늘뜨기 및 와이어크로셰(금이나 은으로 된 실로 액세서리를 만드는 공예)를 하는 주부 홍윤아(37)씨는 ‘손 취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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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뜨개로 만든 귀여운 인형들. 사진 경지은(스튜디오 어댑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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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문화센터 건대점 수업에서 수강생들이 만든 천연비누. 사진 경지은(스튜디오 어댑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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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씨가 말했다. “손을 쓰면 집중력과 섬세함이 생기는 것 같아요. 스트레스와 잡념을 없애기에도 좋고요. 힘든 일이 있을 땐 그 생각에 갇혀 있을 때가 많잖아요? 안 좋은 일만 생각하며 계속 곱씹게 되는데, 손으로 뭔가를 하면 그런 게 없어져요. 우울한 것도 잊혀요.”
홍씨도 말했다. “거창한 도구가 필요한 취미들에 비해 자유로워요. 코바늘뜨기 같은 경우 아무 데나 갖고 갈 수 있어요. 학원 앞에서 애들 기다리다가 뜰 수도 있고, 비행기 타면서 뜰 수도 있고요.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니 무료할 틈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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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입문화센터 건대점에서 만든 라탄공예 소품들. 사진 경지은(스튜디오 어댑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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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뜨개로 만든 캐릭터 소품들. 사진 경지은(스튜디오 어댑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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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작러’라는 말이 있다. 사부작사부작 뭔가를 계속하는 사람이다. <에스비에스>(SBS)의 예능프로그램 <미운우리새끼>에 출연한 가수 김건모가 명실공히 사부작러다. 그는 바깥을 돌아다니는 대신 ‘집콕’(집에 콕 박혀 지냄)하며 소주병케이크, 대하(새우)트리, 미역만두 같은 걸 만든다. ‘꼼지락러’는? 손으로 뭔가를 꼼지락거리는 이들이다. 그룹 레인보우의 김재경은 짬짬이 뜨개질과 ‘구슬 꿰기’를 하고, 같은 그룹의 지숙은 캘리그래피와 ‘만두 빚기’를 한다. 이들의 핵심은 ‘조용하고 소소하게’다. 요란하지 않고 조용하게, 거창하지 않고 소소하게.
바야흐로 ‘사부작러’와 ‘꼼지락러’의 계절이다. 칼바람 부는 날이면 귤이나 까먹으며 사부작사부작, 꼼지락꼼지락 대는 게 최고다. 방법은 간단하다. 엉덩이는 게으르고, 손은 부지런하면 된다. 손재주가 없다고? 두려워 마시라. ESC가 ‘꽝손’들을 위한 알토란같은 팁들을 준비했으니 지금부터 일독해보자.
강나연 객원기자 nalot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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