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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01 19:48 수정 : 2019.12.09 14:45

조국 전 법무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10월24일 부인 정경심 교수 접견을 위해 아들(오른쪽)과 함께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접견실로 가고 있다. 의왕/연합뉴스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조국 전 법무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10월24일 부인 정경심 교수 접견을 위해 아들(오른쪽)과 함께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접견실로 가고 있다. 의왕/연합뉴스

“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합니다.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떠났다. 지난 10월14일, 장관에 취임한 지 35일 만의 전격적인 사퇴였다. 불과 3시간 전만 해도 그는 특별수사부(특수부) 축소를 뼈대로 한 검찰개혁 추진 상황을 발표하며 검찰개혁의 밑그림을 구체화했다. “저를 딛고 검찰개혁이 성공할 수 있도록 끝까지 지켜봐달라”던 조 장관은 스스로 ‘도약대’가 됨으로써, 검찰개혁을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역사적 과제’로 남기고 퇴장했다.

그의 말처럼 조 장관은 ‘불쏘시개’ 역할을 충실히 했다. 검찰 수사를 받는 최초의 법무부 장관이었던 그는 취임 직후부터 검찰개혁에 집중했다. 취임 당일 개혁 실무를 담당할 ‘검찰개혁추진지원단’을 꾸렸고, 검찰개혁 방안을 법무부에 제안하는 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개혁위)를 구성했다. 개혁위는 속도감 있게 움직여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대검찰청의 검사 ‘셀프감찰’ 폐지 등의 권고안을 내놓았다.

조 장관의 빠른 행보에 검찰도 움직였다. ‘검찰개혁을 막기 위해 조 장관을 수사한다’는 의심을 받는 검찰은 수사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검찰개혁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 피할 수 없는 개혁이라면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로 결심한 듯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특수부 축소, 공개소환·심야조사 폐지, 전문공보관 도입 등 자체 개혁 방안을 쏟아냈다.

공개소환 폐지의 ‘1호 수혜자’가 조국 일가가 되는 등 조 장관의 검찰개혁이 본인 수사에 대한 이해와 충돌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2년 넘게 재임하면서도 지지부진했던 검찰개혁의 속도를 조 장관이 35일 동안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그 결과 지난 22일 특수부 폐지·축소 내용을 담은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이 공포·시행됐고, 31일엔 장시간·심야조사 제한 등을 담은 ‘인권보호수사규칙’이 공포돼 12월부터 시행된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조 장관은 떠났고, 법무부 장관 자리는 비어 있다. 개혁위가 검찰의 ‘사건배당 시스템 개선’ 등 굵직한 권고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조 장관 사퇴 이후 법무부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개혁위 권고에 신속하게 반응하던 기존 모습과 달라졌다. 그동안 법무부는 개혁위가 권고안을 내놓으면 장관 주재 간부회의를 열고 권고안을 어떤 방식으로 수용할지 신속하게 결정했다.

“조 장관 때는 결정은 장관이 하고 책임도 장관이 졌다. 지금은 책임질 사람이 없다. 당분간은 검찰개혁이 느린 속도로 갈 수밖에 없다.” 한 법무부 관계자의 얘기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장관 대행을 하고 있지만, 검찰개혁과 관련해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릴 권한은 없다는 것이다. 조 장관 퇴임 뒤 개혁위가 권고한 배당시스템 개선과 관련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다른 법무부 관계자는 “사건 배당은 검찰 윗선이 사건을 ‘만지는’ 시작이다. 검찰로선 가장 아픈 부분이기도 하다. 중요한 사안에 대해 법무부가 주춤하는 사이, 검찰은 자체 배당시스템 개선안을 내놓을 것이고 적당히 타협되는 게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1일 현재까지도 문재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 후보를 지명하지 않고 있다.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조 전 장관의 동생을 구속한 검찰은 조만간 홀로 남은 조 전 장관을 소환할 방침이다. 정 교수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차명으로 주식을 구입했다고 의심되는 시점에 조 전 장관 계좌에서 수천만원이 이체된 정황이 최근 드러나면서 조 전 장관도 검찰의 기소를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정 교수가 주식을 시세보다 싸게 구입한 사실을 조 전 장관이 알았다면 ‘뇌물죄’까지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편다.

곧 검찰의 소환을 통해 ‘조국’이 다시 온다. 조 전 장관이 기소되면 촛불이 다시 타오를 수 있고, 검찰개혁도 대중의 뜨거운 관심사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조 전 장관 소환이나 기소가 느슨해진 검찰개혁의 고삐를 다잡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조 전 장관은 다시 검찰개혁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을까.

황춘화 법조팀 데스크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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