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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06 19:51 수정 : 2019.12.09 14:40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리 의혹 제보 경위 및 문건 이첩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제보자가 현 송철호 울산시장의 측근인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라는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리 의혹 제보 경위 및 문건 이첩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제보자가 현 송철호 울산시장의 측근인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라는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검찰 수사가 ‘인디언 기우제’ 같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사건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사건 등 최근 검찰의 잇단 수사를 두고 일각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엮기 위한 ‘인디언 기우제’ 같다고 비판한다. 인디언들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데, 지난 8월 이후 석달 넘게 수사를 진행하고도 조 전 장관을 ‘옭아매지’ 못한 검찰이 ‘비가 올 때까지’ 별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이들은 검찰 수사로 드러난 청와대의 실기는 주목하지 않는 것 같다. 대통령 앞에서 개혁을 약속했던 검찰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남 탓만 하는 모양새다.

변화는 쉽지 않다. 특히 구성원이 자기 조직을 ‘안에서’ 들여다보고 성찰하는 일은 더더욱 어렵다. 바깥의 강한 힘이 필요한 이유다.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이들은 정권 초기 ‘강한 힘’으로 검찰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이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하는 데서 나온다며, 둘을 분리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 대신 검찰의 힘을 빌려 박근혜 정부의 부패 의혹을 대대적으로 수사하는 데 집중했다. 지난해 1월 정부는 ‘권력기관 구조개혁안’을 발표하며 “직접수사를 축소하되, 검찰이 잘하고 있는 특수수사 등에 한해 검찰의 직접수사를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직접수사를 축소한다고 했지만 그 핵심인 특수수사는 인정하겠다는 모순되는 방향이었다. 정권 초 검찰을 개혁해야 하는 시기에 문재인 정부는 검찰과의 ‘공생’을 택한 것이다. 검찰은 정부의 전폭적인 격려를 받으며 두명의 전직 대통령과 대법원장을 구속하는 성과를 냈다. 좋은 시절이었다.

지난 8월 문재인 정부는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하면서 비로소 검찰개혁의 칼을 빼들었다. 집권 2년을 넘긴 시점이었다. 웅크리고 있던 검찰은 ‘잘하고 있는 특수수사’로 장관 후보자와 그 가족을 수사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의혹이 있어) 원칙적으로 수사를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두달여 수사 만에 결국 ‘조국 법무부 장관’ 카드는 날아갔다.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자본시장법 위반 등 14개 범죄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조 전 장관의 동생과 5촌조카도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하지만 검찰 의도와 별개로 ‘조국 수사’는 정치의 중심이 됐다.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 41곳을 없애겠다는 법무부의 엄포에도 검찰은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더 나아가고 있다. 지난해 고발된 유재수 전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무마 의혹 사건을 1년여 만에 꺼내들었고, 울산지검에서 수사하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들고 왔다.

‘감찰 무마 의혹 사건’에서는 조국 당시 민정수석을 넘어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천경득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 등 청와대 핵심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조국 당시 수석은 유재수 전 경제부시장의 비위 사실을 알고도 눈감았다는 지적에 “조사 결과 근거가 약하고 다른 (품위 손상 정도의) 사생활이 나와” 징계를 요청하지 않았다는 말만 반복 중이다. 징계는커녕 2급 공무원이 1급 상당의 자리(민주당 수석전문위원)로 갔다는 비판에는 “(이전 직책인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자리가 더 좋은 자리”라는 갸우뚱하게 만드는 해명을 내놓는다.

‘하명수사 의혹 사건’에서 청와대의 대응은 어설프기 그지없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진행된 울산지방경찰청의 김 전 시장 수사가 청와대의 하명으로 시작됐다는 의혹에 청와대는 지난 4일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놨다. “청와대가 아닌 다른 정부기관의 공직자가 김 전 시장의 비리를 제보했다”며 “제보자와 (첩보를 정리한) 청와대 행정관은 청와대에서 근무하기 전 캠핑장에서 우연히 만나 알게 된 사이”라고 설명했다. 의도가 없는 단순 제보였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제보자가 누군지 공개하지 않았지만, 몇시간 뒤 언론을 통해 드러난 제보자는 송철호 울산시장의 최측근 송병기 울산 부시장이었다. 누가 봐도 부적절한 제보를 청와대만 문제없다고 하는 것이다. 검찰 수사는 착실히 청와대를 겨누지만, 청와대는 일부러 이러는 건가 싶을 정도로 우왕좌왕이다.

논란이 있을 때마다 청와대의 해명은 의혹을 되레 증폭시킨다. 때린 사람만을 탓하기엔 청와대의 관리 능력이 의심스럽다. 검찰개혁을 뒤로 늦추고 검찰에 힘을 실어준 이는 누구인가. 터져나온 비리 의혹을 적당히 덮은 이는 또 누구인가. 인디언 기우제는 어떻게 막을 내릴까.

황춘화 법조팀 데스크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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