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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17 19:57 수정 : 2020.01.18 02:30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로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 앞에 배달용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로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 앞에 배달용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지난 10일 음식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청년들이 오는 3월부터 배달노동자의 주당 배달수행시간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20/60 정책’으로 이름붙인 이 방안은, 부업으로 배달일을 하는 이가 많은 ‘배민커넥터’(이하 커넥터)는 한 주 최대 20시간, 전업으로 일하는 이가 많은 ‘배민라이더스’(이하 라이더)는 한 주 최대 60시간으로 배달업무 시간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우아한청년들은 “장시간 배달을 수행할 경우 사고 위험이 증가하고 안전한 배달 수행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노조와 협의를 거쳐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정작 노조의 반응은 차가웠다. 우아한청년들 쪽이 ‘협의’를 했다고 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쪽은 “전업인 라이더의 시간 제한은 그대로 수용할 수 없으며, 향후 노조 쪽과 교섭을 해 다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배달노조인 라이더유니온은 “본질적인 문제는 놔둔 채 커넥터와 라이더의 갈등을 부추기는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노동시간 단축 흐름에 맞춰 회사가 앞장서 배달노동자의 노동시간도 줄이겠다는데 왜 노조들이 ‘삐딱선’을 탄 것일까?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과 배민라이더들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로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 앞에서 매일 바뀌는 수수료와 불리한 계약 등을 비판하는 ‘우리가 있어 배민도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일차적으로는, 주로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이 배달노동을 하는데 수입 구조가 건당 수수료라는 데 원인이 있다. 몇 시간이 됐든 더 오래, 더 많이 배달해야 손에 쥐는 돈도 많아지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이나 돈이 절박한 이들에겐 배달시간 제한이 달가울 수가 없다는 얘기다. 이들을 중심으로 배달노동자들이 배달시간 제한에 불만을 드러내자, 서비스연맹 쪽이 ‘교섭’으로 문제를 다시 풀자고 나선 것이다. 전업으로 일하는 라이더 2300여명 가운데 현재 주 60시간 이상 일하는 이는 9%가량(200여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우아한청년들 쪽이 노동시간은 제한하면서도 커넥터의 수는 계속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배민커넥터의 규모는 라이더의 7배 가까운 1만5천여명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7월 우아한청년들은 “내가 원할 때, 달리고 싶은 만큼만”이라는 홍보문구를 내세워 부업을 하려는 이들 중심의 커넥터를 대대적으로 모집했다. 배달 건당 수수료에 1500원을 더 얹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했고, 단거리 주문은 커넥터에게 우선 배정했다. 지난해 11월 시작한 생필품 배달 서비스 ‘비(B)마트’의 주문도 커넥터만 받게 했다. 기존의 라이더보다 훨씬 좋은 대우를 해준 것이다.

라이더와 커넥터 사이에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부업이라고는 해도 커넥터 역시 라이더처럼 배달업무시간 제한이 없으니 아예 커넥터로 넘어가는 라이더도 적지 않았다. 그 결과, 커넥터 가운데 전업으로 일하는 이는 대략 2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배민커넥터의 노동시간을 제한하면 전업 배달노동자들은 매우 곤란해진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아무 제한 없이 커넥터 숫자만 불려놓고 이제 와서 아무런 협의도 없이 노동시간을 제한하겠다는 건 싫으면 나가라는 얘기다. 사람을 그저 숫자로만 보거나, 자기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커넥터의 노동시간을 제한한다고 해서 ‘라이더 역차별’이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단거리 주문이나 비마트 주문은 여전히 배민커넥터만 받을 수 있는데다, 한정된 주문을 놓고 커넥터와 라이더가 경쟁하는 구조 역시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우아한형제들은 매일 밤 달라지는 다음날의 배달수수료, 들쭉날쭉한 배차 제한, 계약기간 쪼개기, 라이더 간 근무조건 차별 등 근본적인 문제엔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배달시간 제한 발표에 라이더유니온이 “본질적인 문제는 놔둔 채 커넥터와 라이더의 갈등을 부추기는 결정”이라고 한 이유다. 배달노동자의 안전을 걱정했다는 우아한형제들의 이 ‘우아한’ 결정이 실은 회사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는 얘기 아니겠는가.

조혜정 사회정책팀 데스크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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