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20 06:01
수정 : 2020.01.17 09:50
[한겨레-책읽는사회문화재단 공동기획]
우리 독서 동아리를 소개합니다
① 충북 청주시 ‘책이 꽃이라면’
2011년 한국 성인의 연간 평균 독서량은 9.9권이었다. 2012년 현재 독서동아리에서 활동중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이 읽은 책은 평균 22.7권으로 두 배를 훨씬 웃돌았다. 30권 이상 읽은 경우도 5명 중 1명 가까이 나타났다. (2012년 ‘전국 독서 동아리 실태조사’, 문화체육관광부 참고)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읽기의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도록 전국의 책 읽기 모임을 소개한다.
현역 군인들이 경계 근무를 하며 호위하는 도서관이 있다고 하면 웬만해선 믿기 어려울 것이다. 충청북도 청주의 대한민국 공군사관학교, 그곳에서 근무하는 군인과 가족들을 위한 관사인 성무아파트가 있다는 것은 꽤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아파트 단지 내에 도서관이 있다는 건 거의 비밀에 가깝다. 이 성무책마루작은도서관(관장 윤미애) 안에서 우리는 ‘은밀하게’ 독서토론을 한다. 물론 숨기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2016년 도서관이 문을 열자마자 이곳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하나 둘 생겼다. “성인 독서모임만 하나 있으면 금상첨화일 텐데.” 관장님은 아쉬워했지만 선뜻 회원을 모집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군인인 남편이 근무지를 옮기면 따라 이주해야 하고, 한창 육아 중인 주민이 많아 회원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따랐기 때문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모집 안내문을 붙였다. 신청자가 단 세 명으로, 아슬아슬한 인원이었다. 하지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다음도 없다는 오기와 회원이 꼭 많아야 하는 건 아니라는 믿음으로 독서동아리를 시작했다.
3년이 지난 지금은 회원이 7명으로 늘었다. 모두 30~40대 주부들이다. 정아님, 은희님, 하나님, 은혜님, 광례님, 경립님, 예임님, 혜선님. 변수는 있지만 4~5명은 꼭 참석한다. 관장님의 주선으로 류정환 시인이 멘토로서 함께한다. 선정한 책을 읽은 느낌, 이야기에서 연상되는 개인적인 경험, 전에 읽은 책과의 연관성 등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면 알찬 독서토론이 되기도 하지만 엉뚱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기도 한다. 그럴 때, 멘토 선생님이 나서서 일정한 선을 넘지 않도록 갈무리를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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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꽃이라면’ 회원들이 성무책마루작은도서관에 모여 독서토론을 하고 있다. ‘책이 꽃이라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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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시간에는 시 한 편을 읽는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이제는 다채로운 삶의 노래를 듣는 것 같아 재미를 들였다. 유하 시인이 ‘구름의 운명’에서 “푸른 보리밭을 뒤흔들며 바람이 지나갔다/ 바람처럼 만져지지 않는 사랑이 나를 흔들고 지나갔다”라고 노래한 것처럼, 에밀 아자르가 <자기 앞의 생>에서 “인간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다”고 고백한 것처럼, 동아리 활동을 하며 가장 소중한 것들은 가까이 있다는 걸 알아가고 있다. 더 바랄 게 있을까?
이 활동에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다. 잘 구워진 꼬치구이를 한 점씩 빼먹듯 시·소설·역사·철학을 고루 돌아가며 책을 읽고 회원들과 책을 통해 ‘수다 떠는’ 시간을 기다리는 일 자체만으로도 큰 행복이니까. 자신의 행복을 발견하고 그 행복을 이웃과 나누는 것만큼 의미 있는 일도 없다.
이하나/‘책이 꽃이라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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