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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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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입촌하는 날은 6㎞ 정도의 길을 걸어서 오게 된다. 내가 지금 걸어가고 있는 길이 진정 참된 행복의 길인가? 나는 왜 지금까지 소중하게 여기던 직업과 전공과 도시를 버리고 공동체를 찾아가고 있는가? 질문하고 답을 구하는 묵상의 시간이 된다. 마을에 도착할 즈음 가족들은 일손을 놓고 동네 어귀까지 마중 나간다. 영접하고 환대하는 마음으로 땀에 젖은 몸을 껴안으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향기를 느끼게 된다.
새 가족 자신에게 입촌이란 자연과 땅과 사람, 그 공동의 품에 안기는 순간이다. 아름다운 자연과 생태적 환경에, 좋은 생각과 뜻을 가진 사람들이, 작은 공간에 둥지를 틀고 착한 노동으로, 서로 배려하고 사랑하고 경축하며 살아가는 삶이라면 ‘지상에서 천국과 같은 곳’이라 불려도 좋지 않겠는가. 입촌자를 바라볼 때에는 안쓰러움도 있다. 모든 것이 값만 치르면 해결되던 생활이었지만 이제는 몸으로 살아야 하는 공동체 생활이기 때문이다. 이제 생애 처음으로 자기 삶에 다가오는 혁명을 대면할 것이다. 성공해야 한다. 그 의식의 혁명에 참인간의 길이 있다.
변혁의 삶을 추구하는 것은 공동체를 찾는 이들만이 아니다. 인문학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대안을 찾는 작업이 분주하다. 세계를 구성하는 관계성은 단절되어 버리고 가치지향은 혼돈스럽다. 인간은 살아야 할 본래의 삶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낯선 곳에 버려진 듯하다. 그러므로 잘못 그려진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것이 귀농귀촌, 대안교육, 대체의학, 생태환경, 유기농업, 사회적 기업 등의 주제를 이루고 있으니 시대적 삶의 해답을 찾고 있는 몸짓들인 것이다. 이제는 개인과 지역을 넘어 국가 사회 전체 시스템의 차원에 이르고 있다. 이미 세계 선진국 개념은 국민소득 기준이 아니라 생태문화적 삶의 질, 가치 지향, 생산 방식과 분배를 두고 분류해 나가고 있다.
공동체는 ‘서로 하나의 몸’, 자연과 인간과 사회와 사물의 존재 일체다. 세상의 상처와 고통에 모든 존재는 함께 진통한다. ‘대운하 감추기 4대강 개발’ 소식을 듣는 마음은 한없이 답답하고 괴롭다. 못 알아듣는 것은 인간일 뿐 강도 말을 한다. 수만년 감고 흐르던 어머니의 품을 할퀸 상처에 신음하며 호소하고 분노하고 경고한다. 멈춰야 한다. 이건 대안의 삶을 추구하는 시대에 용서할 수 없는 반역이다.
최고층 빌딩을 세워놓고 두바이가 세계 최고라는 자존심을 가질는지 모르나 한편의 무료 코미디일 뿐이다. 전 국토에 걸쳐 수십미터씩 강바닥을 파헤치고 기선을 띄우면 제2의 두바이라 감탄해 줄까? 세계의 웃음거리다. 이런 나라 국민 노릇 하기도 힘든 일이다. 세종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장 삽질을 멈추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못 간 길은 멀리 갈수록 되돌아갈 길이 멀어진다.
지난해의 재개발은 불의 참사를 불렀지. 올해의 4대강은 물의 재앙을 부를 것이다.
박기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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