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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05 18:24 수정 : 2018.11.06 13:41

은용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과 미국 간의 불협화음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남북협력의 ‘속도조절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핵심은 북한 비핵화인데 이를 달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너무 ‘앞서간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남북 간 군사합의나 철도 및 도로 연결 사업은 날카로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한-미 간의 ‘불협화음’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것의 본질은 무엇인가?

우선, 북한 비핵화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필수 선결조건임을 현 정부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청와대를 비롯한 모든 관련 부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한반도 비핵화’와 하나의 묶음으로써 언명한다. 이러한 인식은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연설과 정부의 공식문서에서도 가시적으로 확인된다. 그렇다면 ‘불협화음’의 실체는 방법론과 실천의 우선순위에서 비롯되는 차이라고 할 수 있고, 이는 매우 당연한 결과다.

미국은 북핵문제를 한반도에 국한하기보다는 전지구적 차원에서 바라본다. 예컨대 중국과의 패권 경쟁이나 대량살상무기의 비확산이라는 측면에서 문제를 해석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만약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이 미국의 전지구적 패권 유지 측면에서 당장 이득이 되지 않는다면 굳이 속도를 낼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여기에 더해 북한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더 이상 발사하지 않는 한, 미국 본토의 안보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북-미 협상에서 무리하게 속도를 낼 필요가 없다고 트럼프 행정부가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은 매우 상이하다. 한국은 북핵문제를 전지구적 범위에서, 패권 경쟁의 차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의 실존적 안보와 한국인의 생활세계 측면에서 우선적으로 이해하고 접근한다. 현 정부가 남북관계 발전, 북한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서로 맞물려 있는 하나의 톱니바퀴로 보고 병행 추진하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고, 따라서 한쪽에서 속도가 붙으면 다른 쪽도 빠르게 돌아가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요컨대 한국과 미국은 외교안보 전략과 실행의 층위에서 필연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이는 이른바 ‘불협화음’을 낳게 된다. 하여 단순히 미국과 불협화음이 있다고 해서 남북관계나 한국의 외교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합리적인 비판이 아니다.

물론 한국 정부는 미국과 전략적 사고의 간극을 좁히면서도 한국의 이해관계를 좀 더 관철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남북관계의 진전은 한반도 비핵화의 견인차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전지구적 이익과도 공명할 수 있음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비핵화 이후 북한은 어디를 바라볼 것인가? 이는 미국의 전략적 관심사와 직결된 중요한 질문이다. 향후 미-중 간 세력 경쟁에 주는 함의가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의 입장에서 우려되는 상황은 중국에 경도된 북한일 것이다. 남북관계의 진전은 바로 이런 미국의 전략적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유용한 접근이 될 수 있다. 한국 민간자본의 북한 진출이나 남북 간 문화 인적 교류의 확대 등은 북한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적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군비 통제를 위한 남북 군사합의는 미국 주도로 만들어진 비확산 체제의 효용성을 높이는 계기도 될 수 있다. ‘북핵 이후’에 대한 미국의 대전략이 잘 보이지 않는 현 상황에서, 불협화음이 사실은 미국과의 ‘합리적인 공명’임을 한국 정부가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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