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올해 10월부터 지급되기 시작한 아동수당이 소득·재산 상위 10% 가구의 아동을 제외함에 따라, 선별 지급에 따른 형평성, 행정 효율성 등 여러 논란이 제기되었다. 다행히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아동수당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이러한 논란은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또한 이번 합의를 통해 아동수당이 보편적으로 지급됨에 따라, ‘국가는 모든 아동의 생존과 발달을 보장해야 한다’는 유엔(UN) 아동권리협약의 취지에 부합하는 제도로서 첫발을 내딛게 된 점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제도의 도입 취지와 의도한 정책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수많은 논의와 합의의 과정이 필요하다. 먼저 아동수당이 ‘모든 아동의 기본적인 생존과 건강한 발달’이라는 근본적인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5살 이하의 영유아뿐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생존을 책임지기 어려운 18살 이하의 모든 아동으로 지급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다만 많은 재원을 필요로 하기에 ‘국가나 사회가 아동 양육의 책임을 어느 정도 분담할 것인지’ ‘어느 정도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 적절한지’ ‘이를 위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등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국민적 합의가 전제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아동수당이 아동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근본 목적 이외에 추가적인 정책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에 맞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고소득층에게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게 적절한지를 둘러싼 논란은 아동수당에 소득재분배 기능을 어떻게 부여할 것인지에 대한 제도 설계와 연결된다. 기본적으로 아동수당은 무자녀 가구로부터 유자녀 가구로 소득이 이전되는 수평적 소득재분배를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고소득 가구로부터 저소득 가구로의 수직적 소득재분배가 필요하다면, 고소득층을 제외하는 것보다 아동수당을 과세소득으로 간주하여 고소득층 가구에 지급된 아동수당의 일부를 세금을 통해 회수하거나, 저소득층 가구에 추가적인 수당을 지급하는 형태의 제도 설계가 바람직하다. 많은 국가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반영하여 보편적인 아동수당 이외에 저소득, 취약계층 등의 욕구를 고려한 추가적인 선별수당을 결합하여 제공하고 있다. 한편 일부에서는 아동수당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생각하는 듯하다. 사실 저출산 문제는 가정에 단순히 현금 다발을 지원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아이들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국민의 의식과 사회적 노력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아동수당은 그러한 사회적 노력의 일부이며, 가능하다면 그러한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도록 아동수당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출산 문제를 극복한 것으로 평가받는 프랑스는 후순위 출생 아동에게 보다 높은 급여를 제공하는 식으로 출생 순위에 따른 차등적인 급여 체계를 도입했고, 스웨덴은 보편적 아동수당에 더하여 다자녀 가구에 추가 수당을 제공하는 등 다자녀 가구에 더 많은 혜택이 가도록 수당제도를 운영하고 있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동수당은 아동이 있는 가구에 일정 금액을 국가가 지원하는 매우 단순한 제도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영국 복지국가의 토대가 되었고, 아동의 기본권 보장뿐 아니라 여러 정책 목적을 달성하도록 진화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을 위해 어떤 아동수당을 만들어 나갈 것인지 우리 모두가 진지한 고민을 시작할 때다.
칼럼 |
[시론] 한국형 아동수당을 고민할 때다 / 최영 |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올해 10월부터 지급되기 시작한 아동수당이 소득·재산 상위 10% 가구의 아동을 제외함에 따라, 선별 지급에 따른 형평성, 행정 효율성 등 여러 논란이 제기되었다. 다행히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아동수당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이러한 논란은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또한 이번 합의를 통해 아동수당이 보편적으로 지급됨에 따라, ‘국가는 모든 아동의 생존과 발달을 보장해야 한다’는 유엔(UN) 아동권리협약의 취지에 부합하는 제도로서 첫발을 내딛게 된 점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제도의 도입 취지와 의도한 정책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수많은 논의와 합의의 과정이 필요하다. 먼저 아동수당이 ‘모든 아동의 기본적인 생존과 건강한 발달’이라는 근본적인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5살 이하의 영유아뿐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생존을 책임지기 어려운 18살 이하의 모든 아동으로 지급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다만 많은 재원을 필요로 하기에 ‘국가나 사회가 아동 양육의 책임을 어느 정도 분담할 것인지’ ‘어느 정도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 적절한지’ ‘이를 위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등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국민적 합의가 전제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아동수당이 아동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근본 목적 이외에 추가적인 정책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에 맞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고소득층에게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게 적절한지를 둘러싼 논란은 아동수당에 소득재분배 기능을 어떻게 부여할 것인지에 대한 제도 설계와 연결된다. 기본적으로 아동수당은 무자녀 가구로부터 유자녀 가구로 소득이 이전되는 수평적 소득재분배를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고소득 가구로부터 저소득 가구로의 수직적 소득재분배가 필요하다면, 고소득층을 제외하는 것보다 아동수당을 과세소득으로 간주하여 고소득층 가구에 지급된 아동수당의 일부를 세금을 통해 회수하거나, 저소득층 가구에 추가적인 수당을 지급하는 형태의 제도 설계가 바람직하다. 많은 국가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반영하여 보편적인 아동수당 이외에 저소득, 취약계층 등의 욕구를 고려한 추가적인 선별수당을 결합하여 제공하고 있다. 한편 일부에서는 아동수당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생각하는 듯하다. 사실 저출산 문제는 가정에 단순히 현금 다발을 지원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아이들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국민의 의식과 사회적 노력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아동수당은 그러한 사회적 노력의 일부이며, 가능하다면 그러한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도록 아동수당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출산 문제를 극복한 것으로 평가받는 프랑스는 후순위 출생 아동에게 보다 높은 급여를 제공하는 식으로 출생 순위에 따른 차등적인 급여 체계를 도입했고, 스웨덴은 보편적 아동수당에 더하여 다자녀 가구에 추가 수당을 제공하는 등 다자녀 가구에 더 많은 혜택이 가도록 수당제도를 운영하고 있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동수당은 아동이 있는 가구에 일정 금액을 국가가 지원하는 매우 단순한 제도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영국 복지국가의 토대가 되었고, 아동의 기본권 보장뿐 아니라 여러 정책 목적을 달성하도록 진화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을 위해 어떤 아동수당을 만들어 나갈 것인지 우리 모두가 진지한 고민을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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