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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11 17:35 수정 : 2019.03.11 19:48

김은경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많은 사람들이 평등한 세상을 꿈꾸지만 그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오히려 불평등이 심화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고속성장을 이룩한 많은 국가들에서 불행히도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불평등이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맞이하려던 성장의 변곡점을 넘지 못하면서, 성장의 재분배에 대한 강력한 조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도처에서 힘을 얻고 있다.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법적 부의 집중, 대기업과 중소기업, 기업과 소비자, 회사 경영진과 노동자 등 각 영역 간의 불공정함을 걷어내는 일이 될 것이다. 모든 사람과 기업이 공정한 기회와 규칙 속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때 공정성은 법의 공정성, 기회의 공정성 및 결과의 공정성을 의미하는데, 이런 공정성은 절차적 공정성과 결과적 공정성으로 구현하게 되고 입법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우선 재벌 총수 일가의 부당행위 방지 및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통하여 부당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해야 한다. 기업과 기업 간 거래(B2B)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공정한 기회와 보상을 보장하여 공정한 경쟁을 촉진해야 하며,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통해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여 더불어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일감몰아주기 등이 철저히 배제돼야 하고 지배회사의 과도한 지배력이 확대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이 상향돼야 한다.

더불어 대기업집단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도 유연하게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에서는 거래 약자인 소비자의 권익을 철저히 보호함으로써 건강한 소비를 촉진하여야 한다. 또한 공정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존재하는 부패의 감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법집행 체계를 강화함으로써 불공정 행위 자체로 얻는 이익보다 처벌로 인한 경제적·사회적 손실이 더 크도록 적발 확률 및 처벌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그 외에도 신고에 대해서는 현장 조사를 원칙으로 하고 검찰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과 일부 권한 분산을 통해 촘촘한 감시와 조사 상담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가격·입찰 담합 등 중대한 공동행위에 대해 검찰이 직접 공소제기를 할 수 있는 전속고발권의 폐지가 두드러진 영역이다. 이상의 사항이 상법 및 공정거래법의 주요 개정 대상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하도급법 개정으로 하도급 관행에 대한 제도 개선에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지만, 불공정 관행이나 갑질은 여전히 심각하다. 가맹사업자에 대한 가맹본부의 갑질 및 횡포 방지와 관련한 가맹사업법, 대기업 기술탈취 방지와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의 근절을 위한 상생협력법, 대리점에 대한 본사의 갑질 방지를 담은 대리점법, 골목상권을 살리고 상생의 경제를 추구하는 유통산업발전법 등의 개정이 국회가 시급히 처리해야 할 대상이다.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소비자 분쟁에 집단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고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집단소송 법제의 도입 등도 역시 중요한 사안이다.

입법기관인 국회에 당부한다. 국회는 이제 소모적인 정쟁을 중단해야 한다. 공정거래법 등 개정안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이를 정파적으로나 진영 간 싸움의 거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이후 발의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모두 62건이라고 하는데 법안 제출 후 아직까지 일독도 제대로 못하고 몇날 며칠 국회에서 잠만 자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급변하는 시대적 요구에 걸맞은 법의 개정이 시급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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