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유니온 위원장 18~24살 청년의 산재사망 원인 1위가 ‘배달’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정애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고용노동부한테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2018년 총 27명의 청년이 배달을 하다 목숨을 잃었다. 이 중 3명은 첫 출근날에, 3명은 이튿날에, 6명은 보름 안에 사망했다. 흔히 배달 일은 진입장벽이 낮아 쉽게 할 수 있는 일로 여겨진다. 심지어 고용부는 배달 일을 단순노무직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교육과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일이라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밝혀진 것이다. 대한민국의 배달 관리 시스템은 엉망이다. 우리나라는 1종 보통 자동차 면허만 따면 125㏄ 이하 이륜차를 몰 수 있다. 자동차와 오토바이 운전은 엄연히 다른 기술인데도 누구나 운행할 수 있도록 방치했다.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안전교육은 시동 걸기와 브레이크 잡기가 전부다. 충격적인 것은 우리나라에 오토바이 정비 자격증이 없다는 것이다. 먹고살기 위해 아슬아슬한 두 바퀴에 올랐는데, 그 두 바퀴마저 안전한지 확신할 수 없다. 배달대행업은 자유업으로 누구나 창업이 가능해 계약서는커녕 운전면허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는 업체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의 문제이자 이륜차 관리 시스템의 문제이지만 관할 부처(고용부·국토교통부) 어디에서도 책임있게 나서지 않는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까지 만들었지만 정작 노동자를 위한 기본적인 안전조처도 하지 않는 것이다. 사망사고자 대부분은 근로자 신분인 치킨집 소속 라이더였다. 정부와 학계에선 플랫폼 노동은 새로운 노동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새로운 제도와 규칙’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기존의 법·제도로 보호할 수 있는 근로자 신분의 노동자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특수고용노동자인 배달대행 라이더의 경우 산재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산재 처리를 못 하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야 한다. 라이더유니온에는 하루에도 몇번씩 배달대행 라이더도 산재가 가능한지 묻는 전화가 온다. 일부 근로복지공단과 산재 지정 병원 직원마저 배달대행은 산재가 안 된다는 잘못된 안내를 하고 있다. 2주의 진단을 받은 한 조합원은 근로복지공단한테서 ‘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데 할 거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 배달대행 라이더를 포함한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이 가능해 보험 사각지대도 발생한다. 사인만 하면 1만5630원의 산재보험료가 안 나간다는 사장의 말을 듣고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을 했다가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 안타까운 사례도 있다. 수많은 목숨을 잃으면서 도입된 배달대행 라이더의 산재보험 당연가입이 현실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20조원 규모의 배달산업은 숱한 사고와 함께 성장했다. 고용부 자료에 따르면, 배달 산재는 2016년 277건에서 2018년 618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중에 바로고, 배민라이더스, 요기요, 생각대로 등 유명 플랫폼 업체가 산재 발생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통계상 바로고 관할사업장 수는 62곳, 생각대로 39곳, 부릉 17곳이다. 배달대행업계의 빅3이자 각각 2만명의 등록된 기사를 보유한 업체의 관할사업장치고는 너무 적다. 실제로는 바로고가 430곳의 허브, 생각대로는 640곳의 지점, 부릉이 100곳의 스테이션이 있다. 허브, 지점, 지사라 불리는 위탁계약 사업장의 산재는 플랫폼의 사고로 잡히지 않는 것이다. 플랫폼사는 배달 건당 수수료로 이윤을 취하지만 위탁계약이라는 이유로 사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 보험사는 이 위험을 수천만원의 보험료로 라이더에게 부과하고, 사정을 모르는 시민들은 욕설을 담은 악플을 라이더에게 던진다. 물리적 위험뿐만 아니라 배달업에 대한 정서적 비난도 개인이 홀로 감당하는 것이다. 이번에 밝혀진 배달 사망·사고 데이터를 라이더에 대한 공격의 근거로 삼을지, 아니면 국가·기업·시민이 공동의 책임을 느끼는 계기로 읽을지 고민해야 할 때다. 4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인 데이터엔 무게가 없지만 사람의 목숨 값에는 헤아리기 힘든 무게가 있기 때문이다.
칼럼 |
[시론] 4차 산업혁명과 노동존중에 관하여 / 박정훈 |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18~24살 청년의 산재사망 원인 1위가 ‘배달’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정애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고용노동부한테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2018년 총 27명의 청년이 배달을 하다 목숨을 잃었다. 이 중 3명은 첫 출근날에, 3명은 이튿날에, 6명은 보름 안에 사망했다. 흔히 배달 일은 진입장벽이 낮아 쉽게 할 수 있는 일로 여겨진다. 심지어 고용부는 배달 일을 단순노무직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교육과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일이라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밝혀진 것이다. 대한민국의 배달 관리 시스템은 엉망이다. 우리나라는 1종 보통 자동차 면허만 따면 125㏄ 이하 이륜차를 몰 수 있다. 자동차와 오토바이 운전은 엄연히 다른 기술인데도 누구나 운행할 수 있도록 방치했다.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안전교육은 시동 걸기와 브레이크 잡기가 전부다. 충격적인 것은 우리나라에 오토바이 정비 자격증이 없다는 것이다. 먹고살기 위해 아슬아슬한 두 바퀴에 올랐는데, 그 두 바퀴마저 안전한지 확신할 수 없다. 배달대행업은 자유업으로 누구나 창업이 가능해 계약서는커녕 운전면허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는 업체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의 문제이자 이륜차 관리 시스템의 문제이지만 관할 부처(고용부·국토교통부) 어디에서도 책임있게 나서지 않는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까지 만들었지만 정작 노동자를 위한 기본적인 안전조처도 하지 않는 것이다. 사망사고자 대부분은 근로자 신분인 치킨집 소속 라이더였다. 정부와 학계에선 플랫폼 노동은 새로운 노동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새로운 제도와 규칙’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기존의 법·제도로 보호할 수 있는 근로자 신분의 노동자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특수고용노동자인 배달대행 라이더의 경우 산재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산재 처리를 못 하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야 한다. 라이더유니온에는 하루에도 몇번씩 배달대행 라이더도 산재가 가능한지 묻는 전화가 온다. 일부 근로복지공단과 산재 지정 병원 직원마저 배달대행은 산재가 안 된다는 잘못된 안내를 하고 있다. 2주의 진단을 받은 한 조합원은 근로복지공단한테서 ‘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데 할 거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 배달대행 라이더를 포함한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이 가능해 보험 사각지대도 발생한다. 사인만 하면 1만5630원의 산재보험료가 안 나간다는 사장의 말을 듣고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을 했다가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 안타까운 사례도 있다. 수많은 목숨을 잃으면서 도입된 배달대행 라이더의 산재보험 당연가입이 현실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20조원 규모의 배달산업은 숱한 사고와 함께 성장했다. 고용부 자료에 따르면, 배달 산재는 2016년 277건에서 2018년 618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중에 바로고, 배민라이더스, 요기요, 생각대로 등 유명 플랫폼 업체가 산재 발생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통계상 바로고 관할사업장 수는 62곳, 생각대로 39곳, 부릉 17곳이다. 배달대행업계의 빅3이자 각각 2만명의 등록된 기사를 보유한 업체의 관할사업장치고는 너무 적다. 실제로는 바로고가 430곳의 허브, 생각대로는 640곳의 지점, 부릉이 100곳의 스테이션이 있다. 허브, 지점, 지사라 불리는 위탁계약 사업장의 산재는 플랫폼의 사고로 잡히지 않는 것이다. 플랫폼사는 배달 건당 수수료로 이윤을 취하지만 위탁계약이라는 이유로 사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 보험사는 이 위험을 수천만원의 보험료로 라이더에게 부과하고, 사정을 모르는 시민들은 욕설을 담은 악플을 라이더에게 던진다. 물리적 위험뿐만 아니라 배달업에 대한 정서적 비난도 개인이 홀로 감당하는 것이다. 이번에 밝혀진 배달 사망·사고 데이터를 라이더에 대한 공격의 근거로 삼을지, 아니면 국가·기업·시민이 공동의 책임을 느끼는 계기로 읽을지 고민해야 할 때다. 4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인 데이터엔 무게가 없지만 사람의 목숨 값에는 헤아리기 힘든 무게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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