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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29 17:46 수정 : 2007.06.21 14:00

권복기/공동체팀장

한겨레프리즘

몸 어느 한 곳에 탈이 나면 온몸이 그곳을 고치려 힘을 모읍니다. 칼에 베이거나 못에 찔려 손가락에 피가 날 때 신경계는 아프다는 신호를 곧바로 머리로 보냅니다. 눈은 상처가 난 곳을 찾아내고 손은 약을 찾아 바릅니다. 한동안 통증은 계속됩니다. 다 나을 때까지 온몸이 잊지말고 그곳을 잘 보살피라는 신호입니다.

한의학에서 보면 우리 몸은 기운이 골고루 퍼져 있을 때, 다시 말하면 기분이 좋을 때 건강하다고 합니다. 오장육부도 ‘기분’이 좋아야 병이 없습니다. 어느 한 장기가 욕심을 내어 몸 안의 기운을 많이 가져가면 다른 장기가 탈이 납니다. 한 장기가 너무 약해도 다른 장기가 함께 나빠집니다. 우리 몸 안의 장기나 기관은 자신만 살려고 하면 함께 죽게 됩니다. 암세포를 보십시오.

우리가 사는 세상을 ‘공동체’라고 합니다. 가족 공동체, 직장 공동체, 국가 공동체 등. 공동체를 우리말로 하면 ‘한몸’이라는 뜻입니다. 몸처럼 골고루 함께 잘 살아야 공동체가 유지됩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는 서로 한몸 같은 존재임을 잊고 지내 왔습니다. 한몸임을 잊었기 때문에 서로 많이 갖기만 하면 행복해질 줄 알았습니다. 모두가 한몸임을 잊고 지배계층이 탐욕에 사로잡힌 나라는 오래지 않아 망했고, 그 사실을 잊은 사회는 갈등과 범죄가 끊이지 않았으며, 집안은 골육상쟁이 벌어졌습니다.

자연도 우리와 한몸임을 까맣게 잊었습니다. 물과 공기가 오염되면 그를 먹고 마시는 우리 몸도 오염된다는 자명한 사실을 까먹었습니다.

우리 아이를 사랑하고, 우리 아이가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그 아이와 함께 살아갈 다른 아이도 행복해야 한다는, 우리 아이가 건강하게 살아가길 바란다면 그 아이에게 재산이 아니라 맑고 깨끗한 물과 공기를 물려줘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를 망각했습니다.

모두 한몸이라 생각하면, 차고 넘칠 정도로 많이 가진 이들은 어찌 보면 우리 사회가 골고루 잘살아 유지되는 것을 막는 걸림돌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성인들은 세상을 한몸으로 보고 그렇게 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고 하신 예수의 말씀이 그렇습니다. 대자대비. 삼라만상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느끼라는 부처의 가르침이 그렇습니다. 예수와 부처를 믿는다는 것은 그 가르침대로 산다는 것입니다. 공동체는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고, 남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여기라는 그 분들의 가르침을 따를 때 이뤄집니다.


예수와 부처의 말씀이 너무 이상적이라면 아래의 말은 어떻습니까?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발표된 ‘가톨릭 일꾼 운동의 목표와 방법’에 실린 글입니다.

“(우리가 돌려줘야 할) 그 몫은 우리의 벽장 안에 있는 두 번째 외투이며, 우리 집에 있는 여유의 방이고, 우리의 식탁에 있는 또 하나의 자리입니다. 우리가 즉각 필요로 하지 않는 모든 것은 그것이 없는 사람들에게 속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눔이 시혜가 아니라 가난한 이들에게 그들의 몫을 돌려주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백범 김구 선생도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부는 우리 모두 풍요롭게 살기에 충분하고 우리나라의 힘은 외부의 침략을 쉽게 허용할 정도로 약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불행해하고 사회적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은 모두를 한몸으로 여기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모두 한몸임을 알고, 힘없고 가난하고 병든 이들부터 먼저 돌보는, 그런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공동체 사회 말입니다.

권복기/공동체팀장

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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