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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19 20:07 수정 : 2008.02.19 20:07

정석구/경제부문 선임기자

한겨레프리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변화를 유난히 강조한다. 자신은 늘 변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의 자신을 가지고 판단하지 말라고도 했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장점이다.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대통령한테는 특히 중요한 덕목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 당선인은 지난 주말 열렸던 대통령 수석비서관 내정자들과의 워크숍에서 새정부의 국정 운용 기조로 변화와 혁신 등을 제시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 당선인과 그의 측근들은 매일매일 변화되고 있는 모습을 유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게 한반도 대운하와 관련된 언급들이다. 처음에는 물류 수송 혁신을 위해 대운하를 건설한다고 했다가 경제성이 없다는 비판이 일자, 지역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운하 건설의 주요 목적에 관광이 추가됐다.

막대한 국가 예산이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는 100% 민자사업으로 하겠다고 바꿨다. 그러면서 대운하는 100% 민자사업이기 때문에 정부는 운하 건설을 위한 자체 스케줄이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민자사업 대상도 경부운하에서 충청, 호남운하로 확대됐다.

숭례문 복원 성금 건도 마찬가지다. 숭례문이 불탄 뒤 복원을 위해 국민성금을 모으자고 즉흥적으로 제안했다가 비판이 일자 곧바로 없던 일로 해버렸다.

경제성장률과 관련한 당선인의 언급은 더욱 변화무쌍하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그는 ‘경제살리기’를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면서 연간 7% 성장을 공약했다. 당선 이후 대외적 요인으로 경제상황이 안 좋아지자 7% 성장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6%로 낮췄다. 최근에는 “경제가 3% 성장하든, 7% 성장하든 그 열매가 서민에게 어떻게 돌아갈지 검토돼야 한다”며 성장률 목표치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렸다.

이 당선인은 당선 직후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우며 친기업적인 정책을 표방하다가 최근에는 사회적 약자에게 성장의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정책 방향을 바꾸는 듯한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이처럼 상황에 따라 아주 유연하게 바뀌는 당선인과 측근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진정한 변화인지 아니면 겉 모양만 바뀌는 ‘변신’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적지않다. 변화란 말 그대로 겉 모양뿐 아니라 그 본질까지 변하는 것이고, 변신이란 사물의 성질은 그대로 인 채 겉 모양만 바뀌는 것을 말한다.


진정한 변화란 잘못된 과거에 대한 반성이 전제돼야 한다. 변해야 한다면 과거의 상황 판단과 결정에 어떤 잘못이 있었는지를 먼저 밝히는 게 순서다. 그리고 잘못이 있었다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납득한 만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변화는 그 다음이다.

이 당선인이 그토록 강조하는 변화에는 이런 과정들이 생략돼 있다. 대운하 건설과 관련된 말바꿈도 왜 그렇게 바뀌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친기업’에서 ‘사회적 약자 배려’로 경제정책의 강조점이 달라진 이유를 설명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과거 반성 없이 상황에 따라 수시로 언행을 바꾸는 것은 진정한 변화가 아니라 겉 모양만 바꾸는 ‘변신’일 뿐이다. 새 정부는 정무 기능을 보완해 잦은 ‘변신’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는 정무 기능 강화 따위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겉 모양뿐 아니라 속을 함께 바꾸려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짧은 혀를 굴려 오렌지를 ‘오~륀지’로 바꿔 부른다고 오렌지의 속맛까지 달라지지는 않는다.

정석구/경제부문 선임기자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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