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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27 18:02 수정 : 2019.01.28 13:29

박민희 통일외교팀장

1931년 9월18일 관동군 장교 이타가키 세이시로, 이시와라 간지 등은 중국 펑톈(봉천, 현재의 랴오닝성 선양) 근교 류탸오후에서 만주철도를 폭파하는 자작극을 벌인 뒤, 장쉐량 휘하 중국 동북군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며 군사작전을 개시해 만주를 점령했다. 대공황의 여파로 위기에 빠진 일본은 외국 침략으로 위기를 돌파하려 했고 이후 동아시아 전역이 전쟁의 불길에 휩싸였다.

지난해 12월20일 조난당한 북한 어선을 구조하던 광개토대왕함에 일본 해상 초계기가 바짝 다가서 위협비행을 한 뒤, 오히려 한국이 사격 통제 레이더를 조준했다며 비난하는 동영상을 올리는 등 국제적 여론전을 벌였다. 이어 지난 18·22·23일에는 일본 초계기가 우리 함정을 향해 잇따라 근접 위협비행을 했다.

일본의 행보가 거침없다. 한·일이 미국의 동아시아 동맹체제에 편입된 이후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아베 정부와 우익세력들이 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는 불안한 신호다. 이들의 움직임에서 일본이 벌였던 침략전쟁의 그림자를 떠올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일본의 ‘전후’가 군국주의 우익세력, 한반도를 침략해 일본의 이익을 지켜야 한다는 정한론 세력들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했다는 징후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루자 1990년대 일본에선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하고 한국과 화해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일본 내 우익들의 반발은 거셌다. 사과와 화해를 되돌리고 일본 재무장화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납치 문제’와 북한 때리기를 기반으로 총리가 된 아베의 정치인생은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가 꿈꿨던 개헌을 실현해 일본제국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 그리고 납치문제 해결이라는 두 구호로 요약된다. 아베는 북한과 중국에 대한 공포를 이용해 우익 결집과 재무장화를 추진해왔다.

그런데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해 북한과 대화에 나서면서 북한 위협론이 힘을 잃었다. 트럼프는 동맹에 더 부담을 요구하면서, 일본이 공들여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고 미-일 자유무역협정(FTA)을 요구했다. ‘아베노믹스’의 앞날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아베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했다. 중국, 러시아와 화해에 나섰다. 센카쿠(댜오위다오) 갈등 뒤 처음으로 지난해 10월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새로운 적이 필요해졌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 내 거부감을 부추기면서 한국과의 군사적 갈등을 고조시키는 것은 아베 정권의 지지율 상승, 개헌 지지 여론 결집, 자위대 전력 강화 등 다목적 포석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일본은 미국이 개입할 뜻을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해가며, 한국을 겨냥한 공세를 장기화할 태세다.

그렇다면 아베의 ‘약점’은 무엇인가? 아베의 전략적 계산을 역이용해보자. 우선 일본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되 흥분하거나 우발적 충돌이 벌어지면 함정에 빠지는 것임을 명심하자. 다음은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비핵화와 북-미 화해를 진전시키고, 동북아 평화체제를 추진하는 것이다. 아베가 한-일 간 민족주의적 증오를 부추기려는 것에 맞서, 일본 내에도 아베의 정책과 개헌에 반대하는 다수의 시민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반일감정에 휩쓸리지 말고 평화체제와 비핵지대를 향한 연대의 공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남북한이 공존·번영하고 동아시아 평화체제가 공고해지면 한·일의 냉전 보수세력이 설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을 기억하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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