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04 19:10
수정 : 2006.05.04 19:10
유레카
내년 7월부터 시행되는 주민소환제는 그 기원이 고대 그리스 민주정 시대의 도편추방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스인들은 민의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정치를 할 우려가 있는 인물들을 도편(조개껍질) 투표를 통해 10년 동안 국외로 추방했다. 현재는 스위스와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진보주의가 태동했던 20세기 초 사회정의와 평등 실현 등 사회개혁 차원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폐해도 만만치 않았다. 정쟁으로 악용되는 일이 잦았다. 그리스의 도편추방제도 시간이 지나면서 애초 취지는 퇴색하고 정적을 제거하는 도구로 전락하자 70여년 만에 중단됐다. 무능하거나 부패한 공직자를 소환투표로 쫓아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2003년 주민소환 투표를 통해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를 끌어내린 미국 캘리포니아의 주민들은 영화배우 출신의 아널드 슈워제네거를 새 주지사로 뽑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자질론 시비에 휘말린 슈워제네거는 최악의 주지사로 꼽힌다.
진보적 노선을 걸었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한 2004년 주민소환 투표는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된 대표적 사례다. 차베스 정권 타도를 끊임없이 기도한 베네수엘라의 보수세력은 반 차베스 쿠데타가 실패로 끝나자 이번에는 주민 소환투표 전략을 밀어붙였다. 소환투표를 했으나 차베스는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지지층의 강력한 지지에 힘입어 승리하고 권력유지에 성공했다.
결함을 안고 있긴 하지만 주민소환제는 주민 처지에서는 공천장사와 각종 이권 개입 등 극에 이른 지역의 ‘탐관오리’를 공직에서 추방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하지만 지방자치제가 아직 정착하지 못한 현실을 감안할 때 남용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주민소환제 시행 전에 시민단체와 학계 등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차분하게 찾을 필요가 있다.
장정수 논설위원
jsj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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