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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24 19:20 수정 : 2006.05.24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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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은 ‘35살 이상으로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권자’여야 한다. 법으론 그렇지만 현실에선 조건이 훨씬 까다롭다. 키가 크고, 중년 나이에, 이성애자이며, 백인인 개신교도 남성이어야 한다는 게 오랜 불문율이었다. 1960년 가톨릭 신자인 존 케네디가 당선하면서 종교의 벽은 조금 무너졌다. 그러나 70살이 넘은 대통령은 20년 뒤 로널드 레이건(73)이 당선하면서야 비로소 나왔다.

정치인에겐 너무 젊은 것도, 나이든 것도 흠이 된다. 젊다는 것은 ‘경륜의 부족’으로 비친다. 고령은 건강도 문제지만 시대에 뒤처진 인상을 줄 수 있다. 정치인이 나이와 연관된 부정적 이미지를 씻고자 애쓰는 것은 요즘 얘기만은 아니다.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76살까지 살며 통치했는데, 100개가 넘는 자신의 조각상을 10~30대의 모습으로 만들어 각지에 보냈다. 황제를 늘 젊고 건강한 사람으로 생각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는 평소 두루마기와 흰고무신을 신었다. 그런 그도 4·19 혁명 직후 72살 나이로 총선에 출마했을 때는 양복에 빨간 넥타이를 매고 유세했다.

얼굴에는 나이뿐 아니라, 그 사람이 살아온 길이 새겨져 있다. 그래서 링컨은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은 옷차림과 머리칼 모양만 바꾸는 세상이 아니다. 최근 야권의 한 대권주자가 얼굴 주름을 펴는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도 후보 시절 보톡스 주사를 맞았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주 피습당해 얼굴에 큰 상처를 입었다. 잔인한 폭력이 남긴 상처는 깨끗이 낫더라도, 사람들은 박 대표의 얼굴에서 이 사건을 두고두고 떠올릴 것이다. 그 상흔이 지지자들에게 훈장처럼 빛나 보인다면, 그나마 조금 위로가 될까?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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