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18 18:07
수정 : 2006.06.1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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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 국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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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리크게이트(누설추문)로 기소위기에서 벗어나 최근 정무에 복귀한 칼 로브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잘 알려진 대로 지난 두차례의 미국 대선을 공화당의 승리로 이끈 주역이다. 그의 비결은 정확한 유권자 분석을 통한 지지층 결집이었다. 그는 2000년 대선에 앞서 유권자 분석을 한 결과, 92%가 이미 지지후보를 결정하고 있음을 알았다. 애초 22%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 무당파층, 곧 부동층이 실제로는 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 이후 선거는 이들 무당파층을 포섭하는 데 선거운동 역량의 80%가 모아졌으나, 그는 기존 지지층에 역량의 80%를 쏟아부었다. 투표 안하는 지지층을 최대한 투표장으로 이끌어내는 데 운동의 초점을 모은 것이다. 누가 공화당 지지 성향인지, 그가 어디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신용카드 명세서 등 소비성향 데이터까지 분석했다.
〈필드 앤 스트림〉 잡지, 〈폭스방송〉 뉴스, 〈시에스아이〉 시리즈 등을 보면 공화당 성향, 〈마더 앤 존스〉 잡지나 한낮 연속극, 〈시엔엔방송〉 뉴스 등을 보면, 민주당 성향, 휴대전화에 발신자 표시가 있거나 쿠어스 맥주를 마시면 공화당 성향, 볼보 승용차를 타거나 요가 교실에 나가면 민주당 성향 등의 식으로 데이터를 축적했다. ‘매트릭스’라고 불린 이런 데이터 기법으로 파악한 공화당 지지 성향 유권자를 디렉트메일 등으로 직접 자극해 투표장으로 내몰았다. 공화당 지지자들을 자극하기 위해 동성결혼 문제 등 보수적 의제를 제시했음은 물론이다. 지지층 파악과 결집을 과학화한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지방선거 대패 이후 부동산 정책 등에 대한 민심의 소재를 놓고 우왕좌왕한다. 로브라면 아마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찍어준 유권자를 분석해 챙기고 정체성부터 다시 확립하라는 조언을 반드시 할 것이다.
정의길 국제팀장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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