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19 19:40
수정 : 2006.06.19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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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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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월드컵 축구 때문에 온나라가 잠을 제대로 못 잔다. 축구가 ‘잠 도둑’인 셈이다. 물론 평소에도 우리의 잠을 빼앗아 가는 요소들은 널려 있다. 잦은 야간 근무부터 심야 극장까지, 일과 오락거리가 두루 ‘올빼미’가 되라고 강요한다.
밤에 잠을 안 자는 건 전기가 보급된 이후에 나타난, 현대적인 현상이다. 그리고 이는 우연이라기보다는 의도된 측면이 있다. 전구를 발명한 토머스 에디슨은 이렇게 썼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필요한 것보다 두 배나 더 많이 먹고 두 배나 더 많이 잔다. 그것이 좋기 때문이다. 이렇게 넘치게 먹고 자는 것은 그들의 건강을 해치고 비능률적으로 만든다.” 이에 대한 그의 해법이 전구 발명이었고, 이는 특히 기업가들에게 반가운 선물이었다. 전기를 바탕으로 컨베이어벨트와 전구가 결합되면서 24시간 돌아가는 공장이 실현됐다.
미국 심리학자 스탠리 코런 교수의 책 〈잠 도둑들〉을 보면, 1913년 값싸고 좋은 전구가 보급되던 때 사람들의 하루 수면시간은 9시간쯤이었지만 90년대 청년들의 경우 7시간30분 이하였다고 한다.(2004년 한국 성인 평균은 7시간46분) 80년 사이 1시간30분을 도둑맞은 셈이다.
흔히 잠 부족을 대소롭지 않게 여기지만, 그 위험은 상당히 크다. 코런 교수의 조사를 보면, 91년과 92년 캐나다에서 봄철 일광절약 시간제(서머타임)가 시작되는 첫날 교통사고 건수는 평소보다 7% 늘어났다. 반대로 가을철 일광시간이 끝나는 첫날엔 사고가 7% 줄었다. 사회 전체가 한시간 덜 자는 날과 더 자는 날의 차이가 이만큼이다.
앞으로도 우리의 잠이 늘기는 힘들 것 같다. 〈시계 밖의 시간〉의 저자 제이 그리피스는, 자본이 시간을 ‘최후 식민지’로 삼아 24시간 잠들지 않는 사회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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