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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16 18:05 수정 : 2006.02.21 18:31

한국인으로 처음 운전면허를 딴 이는 이용문이란 사람이다. 일본인과 합작해 자동차 회사를 만든 서울 낙산의 부자 이봉래의 아들이다. 1914년 일이다. 운전은 1920년대까지만 해도 대단한 기술이었다. 오죽하면 호칭이 ‘운전관’이었을까. 운전관은 쌀 스무 가마 정도의 월급을 받아 최상류 생활을 할 수 있었으며, 고급 양복에 나비넥타이를 매고 하얀 장갑을 낀, 그야말로 선망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택시는 55년 시발자동차 회사가 철판을 두드려 차체를 만들고 미군 지프 엔진을 복제해 올린 차를 내놓으면서 널리 퍼졌다. 그게 ‘시발택시’다. 차주에게 일정액을 떼주고 나머지를 운전기사가 갖는 수입 구조는 초기부터의 관행이다. 빈자리에 추가로 손님을 태우는 ‘합승’은 57년 이승만 정부가 기름을 아끼려고 자동차 생산을 제한하면서 생겨난 것이다.

운전관은 운전사를 거쳐 운전수로, 요즘은 운전기사로 불린다. 2003년 현재 회사택시 운전기사는 모두 14만3527명이다. 경기 침체로 2년 전보다 4만명이 줄어든 수치다. 이들이 회사에서 받는 월급은 평균 70만원인데, 사납금을 내고 남은 돈을 합쳐도 월 수입은 130만원 안팎이 보통이다. 정부가 95년부터 택시 운전기사들을 위해 쓰라고 택시회사의 부가가치세를 절반 깎아줬으나, 그동안 대부분을 회사가 떼먹고 노조가 떼먹었다. 이에 관련된 전국택시노련 간부들이 지금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소득도 적지만, 택시 운전기사들에게 정말 부족한 것은 휴식이다. 서울 등 대도시의 택시 운전기사들은 대개 하루 12시간씩 6일 일하고 하루 쉰다. 그것도 중노동인데, 부산 운전기사들은 9일 일해야 하루 쉴 수 있다고 한다. 하느님이 천지를 창조하실 때도 6일 일하고 7일째는 쉬었다. 일요일이니까! 주5일 근무제로 가는 시대에, 열흘에 하루 쉬는 근로조건은 아무리 생각해도 야만적이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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