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토탈 리콜 |
<토털 리콜>이라는 미국 영화가 있었다. 지금은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변신한 아널드 슈워제네거와 ‘원초적 본능’으로 유명세를 타기 전의 샤론 스톤이 주연을 맡았다. 영화의 무대는 2084년, 줄잡아 백년 뒤의 앞날을 그린다. 화성에 인간들이 이주해 살고, 택시는 로봇이 운전하며, 메모리칩을 두뇌에 심어 기억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세상이다. 화성에 쏟아지는 햇살의 자외선 때문이라던가, 유전자 조작의 부작용 탓이라든던가, 제멋대로 돌연변이를 일으킨 흉측한 몰골의 인간들도 등장한다. 말하자면 컴퓨터공학과 생명공학, 우주과학이 총동원된 ‘토털 공상과학 액션영화’다.
영화 제목 ‘토털 리콜’은 멋진 기억을 완벽하게 만들어준다는 메모리 이식 회사의 이름이다. 슈워제네거는 휴가 여행을 직접 가는 대신 이 회사에 가서 화성 여행을 선택해 기억으로 이식한다. 마음이 끌리는 갈색머리의 여성과 동행하는 것으로 프로그램을 짜 가지고 말이다. 간단한 이식 시술로 앉은 자리에서 낭만적이고도 흥미진진한 우주 휴가 여행의 경험과 기억을 갖게 되는 것이다.
10여년 전 보았던 영화가 생각난 것은 아무래도 황우석 교수의 새로운 배아 줄기세포 배양 성공 소식 때문인 듯싶다. 인공 배양한 장기를 자유자재로 이식하는 ‘근사한 신세계’는 도대체 어떤 세상일까 하는 상상력이 고작 전에 본 공상과학 영화의 기억을 끄집어 낸 셈이다.
그런데 황 교수의 실험 성공에 <한겨레>를 비롯한 언론과 정부까지 ‘방방 뜬’ 것은 난치병 치료 가능성에 대한 인도적 희망 때문이었을까? 그보다는 학술 분야에서 첫번째 노벨상을 거머쥘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성급한 기대, 그리고 생명공학 산업이라는 금맥을 다른 나라에 앞서 선점할 수 있으리라는 경제적 경쟁심리가 본심이 아닐까 한다. 이 사회를 휘몰아대는 경쟁 지상주의가 과연 우리를 어디로 끌고갈지 무섭다.
지영선 논설위원 ys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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