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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23 18:20 수정 : 2006.02.21 18:42

신문사에서 뉴스를 다루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나라나 지역에 따라 사람에 값을 매기게 된다. 지진 등 사건·사고로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고 하자. 발생지가 미국이나 일본이면 1면 머릿기사도 되지만 아프리카나 남미 지역일 때는 국제면 한쪽으로 가는 식이다. 비슷한 크기의 기사로 반영되는 나라별 사상자 수를 비교하면 사람값이 나오는데, 많게는 수십배까지 차이가 난다. 대개 선진국일수록, 큰 사건·사고가 드문 나라일수록 사람값이 높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의 가치를 높여주기는 어려워도 낮추는 건 힘들지 않다. 가장 쉬운 방법은 약점을 공박해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행동을 제약해 단순한 일을 되풀이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일이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곳이 교도소와 군대다. 며칠 전 총기난사 사건이 있었던 최전방 지피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으로 얘기된다. 가해자의 성격에 문제가 있는 듯하지만, 자신의 가치가 부당하게 손상됐다고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병사 개개인의 수준으로 보면 우리 군대는 세계 정상급이다. 이번에도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대학 재학 이상의 학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시대를 선도할 정도로 뛰어난 우리 젊은이들이 입대해서는 서로의 가치를 떨어뜨리며 생활하니 보통 문제가 아니다. <한겨레> 여론조사에서도, 예비역 1~5년차가 매긴 ‘병영 인권’ 점수는 39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상의 모든 문명이 공유하는 황금률이 있다. 유교문명권에서는 ‘자신이 당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하지 말라’고 했고, 서양에서는 ‘남이 자신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대로 다른 사람에게 하라’고 한다. 스스로 가치를 높이지 않으면 남도 그렇게 봐줄 리 없고, 먼저 남을 존중해야 자신의 가치도 올라간다. 세계가 보는 한국의 사람값이 아직 중간쯤에 그치는 이유를 모두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다. 김지석 논설위원실장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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