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2.20 14:40 수정 : 2019.02.21 09:41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의 공소장에는 ‘법률신문 대필 기사 게재’ 혐의가 직권남용 범죄 사실의 하나로 등장한다. 두 사람은 2016년 3월18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대법원장의 헌법재판관 3명 지명 제도 등에 반감을 표시하자 행정처 심의관을 시켜 박 소장 비판 기사 초고를 작성하게 했다. 3월22일 작성된 ‘박한철 헌재 소장, 거침없는 발언으로 법조계 술렁’이란 제목의 초고는 24일 법률신문에 순서와 표현 일부만 바뀐 채 ‘박한철 헌재 소장, 거침없는 발언에 법조계 술렁’이란 제목으로 거의 그대로 실렸다.

법원행정처가 지난해 7월 공개한 내부 문건 가운데 2015년 3월31일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조선일보 기고문’이 있다. ‘대법원의 정상화를 위한 출발점, 상고법원 도입’이란 제목이 붙어 있다. 같은해 4월13일치 <조선일보> A31면에 오연천 울산대 총장 명의 기고 ‘대법원 정상화를 위한 출발점, 상고법원’이 실렸다. 토씨 바꾸고 일부 법률적 표현을 신문체로 바꾼 것 빼고는 내용도 문장 수(22개)도 같다. 2월3일자 행정처 내부 문건 ‘조선일보 상고법원 기고문’도 2월6일치 조선일보 A31면 이진강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의 기고 ‘상고법원이 필요한 이유’와 앞부분이 매우 유사하다.

행정처 문건 가운데 조선일보가 제목에 등장하는 게 9건이다. 2015년 4월25일치 ‘조선일보를 통한 상고법원 홍보 전략’에는 6월 국회 개원을 앞두고 상고법원 집중 홍보를 위해 설문조사와 지상좌담회, 사내 칼럼 등을 동원하는 방안이 제시돼 있다. 상고법원을 ‘입법과 사법의 불륜’에 비유했던 한 칼럼을 거론하며 “‘정○○ 칼럼’ 등으로 인해 조선일보가 반대입장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라는 표현도 나온다. 검찰은 법률신문 대필 혐의와 달리 조선일보 기고 대필 혐의는 공소사실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기사는 가짜이나 칼럼은 완전 가짜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그러나 가짜 칼럼 쓴 심의관 입장에선 위법·부당한 지시이기는 마찬가지다. 더구나 ‘조선일보 방문 설명자료’(5월6일) ‘조선일보 기사 일정 및 컨텐츠 검토’(5월4일) 등 행정처 문건들을 보면 ‘법언 유착’의 거래 의혹이 짙다. 죄질면에선 법률신문보다 조선일보 사례가 더 나빠 보인다. 큰 언론과 작은 언론을 차별하는 건 아닌지 다음달 초 마무리될 사법농단 수사를 끝까지 지켜보자.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유레카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