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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10 16:55 수정 : 2019.03.10 19:23

금융위기 경고음이 울릴 때마다 불려 나오는 이름, 케인스와 더불어 20세기를 대표하는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의 제자, ‘금융불안정성 가설’의 주인공. 하이먼 민스키(1919~1996)를 설명하는 몇 구절이다.

화려한 학문적 배경과 걸출한 이론적 성취에 어울리지 않게 생전의 민스키는 무명에 가까운 비주류였다. 그의 이름 앞에 ‘저명한 경제학자’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은 사후였다. 모멘트(moment·시점)를 결합해 민스키의 명성을 일깨운 이는 경제학자 폴 매컬리였다. 매컬리는 1998년 러시아 채무 위기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민스키 모멘트’라는 말을 만들어 썼다. ‘빚을 지나치게 끌어다 쓴 투자자들이 빚을 갚으려고 건전한 자산마저 팔아치워야 하는 때’, 곧 금융위기의 시발점이란 뜻이었다. 당시 매컬리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핌코(PIMCO)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고 있었다.

민스키 생각에 금융시장은 일반 재화시장과 달리 고유한 불안정성 탓에 효율적 시장이론에 맞지 않게 작동했다. 가격에 따라 수급이 시장에서 자동 조절되지 않고 되레 반대로 움직이는 게 일반적이라고 민스키는 보았다. 이런 금융불안정성 가설이 민스키 당대에는 이단으로 취급됐고,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국제금융센터가 ‘3월 국제금융시장 동향’ 자료에서 중국 경제의 민스키 모멘트 진입 가능성을 거론했다. 중국의 기업부채 규모가 2008년 위기 당시 4조5천억달러(국내총생산 대비 93.1%)에서 2018년 20조3천억달러(155.1%)로 대폭 늘었다는 게 주요 근거다. 같은 기간 회사채 디폴트(채무 불이행) 규모도 4배가량 늘어 건전자산 매도→자산가치 하락→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위험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올해 최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성장률 목표치를 낮춰 제시하고 경기 부양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데서도 어려운 사정을 엿볼 수 있다. 중국 형편에 긴밀하게 얽힌 한국 경제에도 그림자를 던지는 중대 변수다. 너무 크고 빤히 보여도 딱히 대처하기 어려운 ‘회색 코뿔소’라는 게 문제지만 그나마 경계심이라도 가져야 만일의 경우 충격파를 줄일 수 있을 터다. 미-중 무역협상의 결론에 귀를 더 쫑긋거리게 되는 때다.

김영배 논설위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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