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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16 17:49 수정 : 2019.06.16 19:38

“아저씨 아저씨 우체부 아저씨/ 큰 가방 메고서 어디 가세요/ 큰 가방 속에는 편지 편지 들었죠/ 동그란 모자가 아주 멋져요/ 편지요 편지요 옳지 옳지 왔구나/ 시집간 언니가 내일 온대요” 동요 작곡자이자 동화 작가인 고 정근(1930~2015) 선생이 1950년대 중반 작사·작곡한 ‘우체부 아저씨’다. 우체부에 대한 친근감이 가득 담긴 동요로, 중장년 이상 세대라면 어린 시절 한두번쯤 불러봤을 것이다.

흔히 우체부라고도 부르지만 공식 명칭은 집배원이다. 편지와 소포 등 우편물을 모아서(集) 배달하는(配) 사람(員)이라는 뜻이다. 1884년 우정총국이 설립돼 우리나라에 근대 우편 업무가 시작됐을 때는 체전부, 우체군, 분전원 등으로 불리다 1905년 집배원으로 통일됐다. 우정총국에서 1948년 체신부, 2000년 정보통신부 산하 우정사업본부 등을 거쳐 지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우정사업본부 소속 공무원이다.

우정사업본부 누리집은 “2만명의 집배원이 1년에 37억통의 우편물을 배달하고 연간 총 1억8500㎞를 이동하는데 이는 지구 4000바퀴를 도는 거리”라고 소개하고 있다. 전혀 자랑할 일이 아니다.

집배원의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가 사회문제가 되자 우정사업본부는 2017년 8월 노사와 전문가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을 만들었고 지난해 10월 운영 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집배원 1명당 연간 평균 노동시간이 2017년 기준 2745시간으로, 한국 임금노동자의 평균 2052시간보다 693시간 길다. 연간 87일을 더 일하는 것이다. 노동시간이 3000시간이 넘는 집배원도 1388명이나 됐다. 2008~2017년 10년 동안 166명의 집배원이 사망했는데 장시간 노동과 안전사고 등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노조에 따르면, 올해도 벌써 8명이 과로사와 교통사고 등으로 숨졌다고 한다. 기획추진단은 정규직 2000명 증원과 토요일 근무 폐지 등 개선 방안을 노사 합의로 제시했다. 인력 증원은 2019년 1000명을 증원하고 나머지는 추가 재정을 확보해 단계적으로 늘릴 것을 권고했다.

전국우정노동조합이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우정사업본부가 합의 사항을 이행하지 않는다”며 쟁의조정을 거쳐 다음달 9일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집배원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유일하게 파업이 가능한 공무원이다. 실제로 파업을 하면 사상 첫 집배원 파업이 된다.

우정사업본부는 우편 물량 감소로 적자가 누적돼 기획추진단의 권고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편지와 엽서 등 우편 물량이 줄어들면서 우편사업이 2011년 적자로 돌아섰고 지난해에는 1450억원의 적자를 냈다. 반면 집배원의 업무량은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로 되레 늘어나고 있다. 또 우편 업무는 공공서비스여서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농어촌이나 도서지역의 우체국을 없앨 수도 없다. 공공성과 수익성 사이에서 집배원만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장시간 노동을 해소하려면 우정사업본부의 우편사업 손실을 예금·보험 등 금융사업 이익으로 보전하거나 정부의 재정 투입이 불가피해 보인다.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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