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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18 16:08 수정 : 2019.06.18 19:39

‘체르노빌 참사’는 1986년 4월26일 발생했다. 2019년 6월 현재 만 33년하고도 두달째인 이 애매한 시기에 ‘체르노빌’이 새삼 화제다. 미국 유료방송 채널인 <에이치비오>(HBO)에서 5월6일부터 5주간 주 1회 방송한 동명의 미니시리즈 드라마가 인기를 누렸다는 소식에 이어,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체르노빌 현지에 관광객이 몰린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전자는 ‘좋은 소식’, 후자는 ‘나쁜 소식’이다. 드라마는 역대 최고 시청률과 호평을 얻은 반면, 현지를 찾은 관광객 일부는 노출 심한 사진 등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에 올리는 ‘관종’(관심종자) 행위로 비난을 사고 있다고 한다. 비극적인 역사 현장을 돌아보며 그 의미를 되새기는 ‘다크 투어리즘’이 스스로 어둠(다크)의 일부가 된 현실은 아이러니하다.

체르노빌 희생자 수는 여태 ‘합의’되지 않았다. 참사 첫해 11월 소련 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는 31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오타가 아니다.) 당시 공산당 서기장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2011년 발표한 글에서 ‘4천여명이 희생됐다’고 썼다. 2006년 그린피스는 9만3천명이 숨졌다고 추정했고, 한 러시아 환경단체의 집계는 150만명을 넘어선다. 이 아득한 간극은 체르노빌의 비극이 30년 넘도록 현재진행형임을 일깨운다.

아직 국내에 정식 수입되지 않은 드라마 <체르노빌>은 젊은 소방관 부부의 애달픈 사랑 이야기가 한 축을 이룬다고 한다. 방재복도 없이 진화에 투입된 소방관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혹한 죽음을 맞는다. 임신 중이던 그의 아내는 의료진이 ‘사람이 아닌 방사성물질’이라 표현한 남편 곁을 지키다 사산하고, 그녀 역시 몇해 뒤 병으로 숨진다. 이 이야기는 2015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체르노빌의 목소리>에도 나온다.

<체르노빌의 목소리>는 저자가 10여년간 생존자들을 인터뷰하고 기록한 르포르타주다. 그러니까 저 비극적인 러브스토리는 실화다. 지금 체르노빌에 가봐야 체르노빌은 없다. 체르노빌을 증언할 ‘목소리’가 없는 탓이다. 체르노빌을 알고 싶으면 이 책부터 일독할 일이다. 각별히 ‘핵피아’에게 권한다.

안영춘 논설위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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