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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26 17:19 수정 : 2019.06.26 19:50

암석층에서 석유를 채취하는 이른바 ‘셰일혁명’이 2014년 미국에서 본격화하면서 미국이 세계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미국이 사실상 석유를 자급하면서 1973년 원유 순수입국이 된 이래 세계에 개입하게 만든 가장 확고한 요인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2007년 이후 모로코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이어지는 지역에 주둔하는 미군은 최고 25만명에서 1만5천명 이하로 줄었다. 아들 조지 부시가 퇴임 직전 이라크에서 철수하더니 오바마는 이란과 핵협정을 맺었다. 미국은 거의 전적으로 자국 내 경제활동을 토대로 성장하는 유일한 나라다. 미국은 중동의 석유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고, 석유의 원활한 수급으로 가능했던 세계 무역체계가 필수불가결하지도 않다. 미국을 페르시아만에 묶어두었던 연결고리들이 끊어지고 있는 것이다.(피터 자이한, <셰일혁명과 미국없는 세계>)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최고의 군사력을 가진 슈퍼파워다. 대규모 침략전쟁에서 특수작전군, 드론, 항공모함을 이용한 정밀작전으로 이동 중이다. 특수작전군은 최근 10년간 4만명에서 7만명으로 늘었다. 1995년 보스니아 내전 때 처음 등장한 드론은 ‘프레데터’에서 ‘리퍼’로, 다시 스텔스형 ‘어벤저’로 향상되고 있다. 리퍼는 두 배 높은 고도에서 여덟배 무거운 무기를 장착한다.

이란은 바닷길 석유 물량의 절반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관할한다. 이란은 미국이 관리하는 세계에서 옛소련을 제외하고 실존적 위협이 됐던 몇 안 되는 나라다. 이란 혁명 후 40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은 이란을 껄끄러워한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대결로 페르시아만에 전운이 고조되는 양상은 특이하다. 유조선 피격 사건이나 이란의 미군 드론 격추는 전통적인 전쟁 발발 공식을 따른다. 어느 쪽 도발인지 불분명한 이런 사건들은 결국 전쟁으로 번지곤 했다. 미국이 드론 격추에 대한 보복 공격을 트럼프 명령으로 전격 중단했는데, 이는 과거와는 다르다. 트럼프의 미국은 정말 페르시아만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걸까? 미국이 볼턴으로 대표되는 전통적 매파 논리에 따라 이란을 공격할지, 아니면 트럼프식 압박과 대화 전술을 이어갈지는 향후 미국 주도 세계질서의 밑그림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다.

백기철 논설위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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