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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21 19:23 수정 : 2019.07.21 19:25

흰빛(색)은 가장 밝은 빛깔이다. 흰색을 처음 과학적으로 분석한 이는 아이작 뉴턴이다. 뉴턴은 1660년대 중반 흑사병의 유행을 피해 고향에 머물던 시절, 햇빛(백색광)을 프리즘에 통과시키면 빨·주·노·초·파·남·보 7가지 무지개 빛깔로 분리되고 이를 다시 프리즘으로 굴절시켜 한곳에 모으면 도로 햇빛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흰빛이 모든 빛의 혼합이란 걸 밝혀낸 것이다. 우리가 어떤 물체를 보고 “하얗다”고 하는 건 그 물체가 햇빛을 받아 모든 파장의 가시광선을 반사하기 때문이다.

우리말 ‘희다’, ‘하얗다’는 어원적으로 ‘해’(태양)에서 유래했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한자어 白(흰 백)도 사전을 보면, 햇빛(日)이 비치는 모양을 본뜬 문자로 풀이돼 있다. 과학도 없었을 시절에 옛 선인들은 어떻게 빛과 색의 내밀한 비밀을 엿본 걸까. 그 직관적 지혜가 놀랍다.

흰색은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깨끗함, 희생, 선의 같은 좋은 이미지와 연결돼 있다. ‘하얀 거짓말’이나 ‘백색 소음’에서 보듯, 부정적인 어휘와 함께 쓰여 나쁜 의미를 희석하는 효과도 있다. 정치에도 도입됐다. 1917년 러시아 혁명 때 왕당파는 백군을 조직해 볼셰비키의 적군과 맞섰다. 극우의 백색 테러는 적색 테러만큼이나 끔찍했다.

화이트리스트는 어떤 권리나 서비스 등에 접근이 허용된 사람과 기관의 명단을 가리킨다. 접근 금지 명단인 블랙리스트의 대립어다. 박근혜 정부는 반정부 문화단체를 블랙리스트로, 친정부 단체를 화이트리스트로 관리한 게 드러나 논란이 됐다.

블랙리스트는 1660년 왕정복고로 영국 왕위에 오른 찰스 2세가 아버지 찰스 1세를 처형한 재판관 등 58명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게 기원으로 알려졌으나, 그 이전 문헌에서도 용례가 발견된다고 한다. 화이트리스트는 19세기 중반부터 사용됐다.

일본은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을 수출 간소화 우대국가 명단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방침이라고 한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약에도 어긋난 부당한 조치로 한-일 관계를 수렁에 빠뜨리지 않길 바란다.

박병수 논설위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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